할 말은 합시다, 그래도 공손하게

by 안갑철 변호사

저는 말하는 것을 즐기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만 합니다. 말을 잘못하게 되면 상대방을 언짢게 할 수 있는데,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무엇인가 해야 할 말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당연히 그 말이 조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인가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그래도 할 말은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공손하면 됩니다.

현재 놓인 상황이 부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듣는이가 그러한 사정을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꼭 해야 할 말을 전해야 한다면, 공손하게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 말에 괜히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글을 쓰는 저부터도 인격 수양이 덜 돼서 그런지, 가끔은 화가 나서 이를 억제하지 못하고 말하거나 글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순간에는 화가 풀리는 듯하지만, 이후에는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할 말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이야기


저년차 변호사일 때의 일입니다. 처음 입사할 당시 형사사건을 염두에 뒀었고, 가사사건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제가 가사사건 처리를 못 한다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가사전문변호사 인증도 받았습니다).


저는 회사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사사건도 전담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심각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표 변호사님께 독대를 요청하고 공손히 말씀드렸습니다. 애초에 면접 볼 때 처음에 보지도 않았던 변호사님들의 사건을 제가 맡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가사사건을 하느니 형사사건 두 개를 받겠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결국, 저는 가사사건을 받지 않게 됐습니다. ^^ 저의 요구가 부당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한테 일을 맡겨 놓으면 척척 해내니, 저한테 일을 맡기고 싶었더라나, 어쨌더라나…….


그렇지만, 제가 갈리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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