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실패한 상태인가요

by 안갑철 변호사

혹시, 지금 실패한 상태인가요?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입니다.


삶을 살아감에 시행착오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네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많은 영역이 있습니다. 제 삶은 주로 공부와 관련된 것이어서, 제가 경험하지 못한 분야가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실패한 상태라고 하여 그것이 곧 좌절로 이어지는 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패했다고 해서 당연히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즉,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입니다.


Episode 1: 학교 성적


목표가 있는데 이루지 못하면 그것이 바로 실패입니다. 실패에 대한 정의처럼, 그 과정에서의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않은 것이죠.


인생의 전환점들이 여러 개가 있지만, 저는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을 인생의 전환점 중 하나로 여기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대체로 시험을 본 후 틀린 개수로 우열을 가리지만,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평균 점수로 우열을 가렸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의 반에서의 제 성적은 3등, 4등, 3등, 6등이었습니다. 전교에서는 30등에서 50등 사이였고, 6등 할 때는 65등이었습니다.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반에서 6등의 성적표를 봤을 때는 어디론가 숨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누구를 탓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성적이 나온 것이었습니다.

1학년 수업이 마쳐질 때 즈음, 담임선생님께서 2학년이 될 때의 목표를 종이로 적어서 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만회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1년 동안 공부 방법에 대해서 다시 연구했습니다. 공부 방법을 바꿨습니다. 방과 후 약점이 있는 교과에 대해서는 직접 선생님께 찾아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여쭤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2학년이 되어 처음 본 시험에선 반에서 2등, 전교 11등을 했습니다.


결국, 저는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됐습니다. 남녀 학생을 통틀어 370명 정도 되었는데, 졸업할 때에는 1학년부터 3학년 전체 평균 17등이고 남학생 한정 2등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곤, 임의 배정이었음에도 열 곳이 넘는 고등학교 교감 선생님들로부터 지원해 달라는 전화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첫 시험은 그야말로 망쳤습니다. 너무 실망스러운 성적이었습니다. 40등 밖의 성적이었고, 그 괴로움에 중학교 때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절치부심하여 기말시험을 쳤고, 전교 10등 안에 든 것으로 기억합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은 원인은 모두 수학과 과학이었습니다. 저는 저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약점을 잘 알면서도 열심히 보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혹은 열심히 했지만, 재능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남들보다 열심히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 긴 겨울방학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게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간을 되돌리려고 해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는,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Episode 2: 4전 5기


제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저는 사법시험 1차 시험만 다섯 번을 봤습니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1차 시험만 네 번을 봤다는 말입니다. 1차 시험을 네 번 본 경우 역시 여러 사례를 가정할 수 있습니다. 간혹, 2차 시험을 여러 번 떨어져서 1차 시험을 계속 치를 수 있는 상황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1차 시험만 네 번 ‘연속’으로 떨어졌습니다.

1차 시험만 네 번 연속으로 떨어진 것은, ‘실패’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차 시험만 네 번 연속으로 떨어지니, 시험이 저의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단 한 번도 소수점으로 아깝게 떨어진 적도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최선을 다한 것과는 별개로, 제가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네 번 연속으로 시험에 떨어지자, 저는 제 인생 최대 결단을 내립니다. 고시의 메카인, 신림동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009년 8월 15일. 저는 작은 미니 원룸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외롭고 힘든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마지막이다.”


마지막인 만큼, 후회가 없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했습니다. 합격을 바랐지만, 합격을 생각하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자기 전까지,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매일의 목표였습니다. 시험에 붙지 않아도, 제가 후회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미련 없이 공부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다섯 번째 1차 시험에서, 조금은 여유 있게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에 최종관문이나 다름없는 2차 시험도 합격했습니다.


저 역시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들은 너무나 뼈아팠습니다.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있었기에 1차 시험에서 합격할 수 있었고, 얼마나 귀한 기회인지 알고 있었기에 다시 한번 전력을 다해 2차 시험을 준비하여 최종합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실패는, 어찌 보면 하나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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