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괴로웠던 일과 아픔이 무뎌지고 잊혀진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Time heals all wounds,’라고 한답니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이 말처럼, 결국엔 다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힘든 일을 겪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힘듦 가운데 있어도, 지나 보면 별일 아닌 것도 분명히 있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실존하는 것 자체로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지만,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힘들지만 괜찮아지겠지.’ 같은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흑역사로 여기며 웃음 지을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Episode – 혼밥의 추억
병역의무를 마치고 복학했습니다. 학교의 분위기는 신입생들이 이끕니다. 해방감에 깔깔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여학생들과 달리 병역의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순식간에 고학번이 됩니다. 그리고 동기들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다들 시험이나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들 바쁜 날들을 보냅니다.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식사였습니다. 혼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새내기 때는 선배들을 번갈아 가며 만나면서 밥을 사달라고 졸랐고, 선배들이 없으면 늘 동기들과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복학 후의 분위기는 당연하게도 너무나 달랐습니다.
같이 밥을 먹을 동기를 찾는 것도 은근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리고 더 힘든 것은,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구나.’
라는 생각과 외로움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동기 녀석과 점심 약속을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저 혼자 남게 됐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학식에 혼자 갔습니다. 혼자 식권을 끊고, 혼자 줄을 서고, 혼자 식판을 들고, 혼자 자리를 찾아, 혼자 식사를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짜릿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별거 아니네?’
이제는 밥 먹는 것 때문에 더는 고민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누군가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부탁하지 않아도 됐고, 누군가와 밥을 먹는 것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저는 자유였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저의 큰 자산이 됐습니다. 이듬해 신림동에 가서도 혼자서 밥을 먹었습니다. 고시 식당이 여러 곳 있었는데, 여러 곳에서 밥을 먹으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골랐고, 그곳만 다녔습니다. 혼자 밥 먹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밥터디’라는 것도 했는데, 저는 그것도 필요 없었습니다.
변호사가 된 지금도 혼자서 잘합니다. 출장이 많다보니, 회사가 아닌 외부에서 식사할 때가 많습니다. 혼자 먹는 것을 어려워할 필요도 없고, 당연히 적응할 필요도 없습니다. 회사에서 같이 식사할 변호사님들이 안 계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울 게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힘들고 외로웠던 경험이 저를 더욱 단단하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