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A는 오늘 신이 났다. 평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자전거를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하굣길에 우연히 다른 아이가 탄 것을 본 뒤로 매일 숙제도 공부도 열심히 하며 부모님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다. 그 정성을 알아본 부모님이 A의 생일 무렵 못이기는 척 자전거를 사준 것이다.
상기된 얼굴로 자전거샵을 나온 A는 집 근처 공원으로 갔다. 신나게 몇 바퀴쯤 돌고 슬슬 집에 가려 할 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옆 반 B가 A를 불러 세웠다.
“신○아파트 자전거잖아? 나도 타볼래!”
A는 B가 자전거를 알아봐 준 게 기쁘기도 하고 자랑도 하고 싶어서 타게 해 주고 싶었지만, 학원에 갈 시간이 다 되어 어쩔 수 없이 다음에 태워주겠다고 말하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탄 뒤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자전거가 앞으로 가지 않는다. B가 뒤에서 자전거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놔! 학원시간 늦었단 말이야!’
A가 페달을 세게 밟는 순간, B는 붙잡고 있던 자전거를 놓치고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고, A도 균형을 잃고 쓰러지며 무릎이 깨졌다.
선물을 사줬더니 무릎에 피를 흘리며 돌아온 아이를 본 A의 부모님은 속상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것이 다른 아이 때문이라는 것을 듣고는 더 그랬다. 잠깐 놀다 온다더니 엉덩이에 파랗게 멍이 들어 온 B를 본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 화해의 자리를 마련했지만, 양쪽 부모님들의 마음은 계속 엇갈렸다.
결국 A와 B는 교육청 심의위원회(학폭위)에 오게 되었다. 양쪽 부모님들 모두 학교장 자체해결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A는 심의실에 앉아 울었다. 좋아하는 자전거를 신나게 탔을 뿐인데, 낯선 곳에서 모르는 아저씨 아줌마들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버거웠다.
B도 마찬가지였다. 좋아하는 캐릭터 자전거가 신기해서 타보고 싶었을 뿐인데, 생각과는 달리 A를 다치게 한 것이 무섭고 속상했다.
꾹꾹 참아본 것도 잠시. A와 B는 둘 다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훌쩍이며 나가는 A와 B를 따라가 선물을 건넸다. ‘신○아파트’는 아니었지만, 다른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웨하스 과자였다. 며칠 전 편의점에 갔다가 귀여워서 하나 사 뒀었다.
‘여기, 포○몬 좋아해?’
요즘은 웨하스를 잘 안 먹으려나 하며 걱정하던 그 때. 아이들은 내가 내민 손을 슬쩍 보더니 과자를 집어 들고, 조금은 밝아진 표정으로 심의실 문을 나섰다.
캐릭터가 그려진 것은 무엇이든 좋아했던 때가 있었다. 만화 캐릭터, 동물 캐릭터, 어떤 물건이든 캐릭터가 올려지면 갖고 싶은 물건이 되었다. 어릴 적 내 모습과 닮은 아이들을 보며, 앞으로는 삭막한 심의실이 아닌 넓은 공원에서 즐겁게 자전거를 타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만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