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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변일기 Sep 02. 2018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성관계를 몰래 녹음해도 될까?

성관계 몰카는 처벌받는데, 녹음은?

 

Q. 법률 상식 퀴즈! 다음 중 처벌 대상인 것은?

  ① 상대방과 대화중에 몰래 대화를 녹음하는 것

  ② 상대방과 대화중에 몰래 얼굴을 촬영하는 것

  ③ 위 ① 또는 ②를 친구에게 보여주는 것

  ④ 성관계를 몰래 촬영하는 것

  ⑤ 성관계를 몰래 녹음하는 것    






성관계를 몰래 녹음한 게 있는데, 증거로 내도 되나요? 혹시 몰래 녹음한 거라서 처벌받게 되나요?       



성관계 몰래카메라는 처벌 대상인 것이 확실한데..     

퀴즈가 너무 시시했나요? 정답은 ④번 ‘성관계를 몰래 촬영하는 것’이에요. 정답보다는 오답이 중요한 퀴즈였어요. “몰래카메라”가 처벌받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죠? 성관계를 상대방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하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해당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신상정보가 등록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화중인 내 얼굴이 몰래 촬영되었어도 고소할 수 없는 이유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이어야

대화하고 있는 내 얼굴이 몰래 촬영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처벌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요.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것이 언제나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조문에 나와있듯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몰래 촬영해야 처벌 대상이 됩니다.   


법원의 판단기준?     

법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평균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 여부” 및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① 밤 9시 무렵 마을버스를 탄 만 59세의 남성이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있는 만 18세의 여성인 피해자의 치마 밑으로 드러난 무릎 위 허벅다리 부분을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하여 불과 30㎝ 정도의 거리에서 정면으로 촬영한 경우, ② 피고인이 화장실에서 재래식 변기를 이용하는 여성의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하지는 않았으나, 용변을 보기 직전의 무릎 아래 맨다리 부분과 용변을 본 직후의 무릎 아래 맨다리 부분을 촬영한 경우에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어요.



내가 말한 내용이 몰래 녹음되어도 처벌받지 않는 이유      

통신비밀보호법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몰래 녹음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지만,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제삼자가 몰래 녹음하면 처벌 대상이 돼요. 왜냐 하면, 우리 법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만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합법적으로 설치한 CCTV가 녹음까지는 할 수 없는 거예요. CCTV에 녹음 기능이 추가돼버리면 그때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된다는 사실! 몰랐죠?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 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성관계를 몰래 녹음한 경우

처벌규정이 없어요

그래서 성관계를 몰래 녹음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아니에요.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성폭력처벌법은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만 처벌하고 있고,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만 처벌하고 있으니까요.      


성관계를 녹음해서 강간 혐의를 벗어나기도

실제로 강간 혐의를 받고 있던 피의자가 성관계 당시를 녹음한 녹취록을 제출한 일이 있었어요. 녹취록만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녹취록은 강력한 증거가 되었죠. 하지만 녹취록을 가장 먼저 제출하진 않았고, 사건의 추이를 살펴보다가 제출해야 할 것 같아서 가장 마지막에 제출했어요. 성관계를 몰래 녹음한 녹취록을 증거로 낼 때는 조금 조심스럽거든요. 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살펴볼게요.           



몰래 촬영해도, 몰래 녹음해도 처벌받지 않으면 당한 사람이 너무 억울해요!           

손해배상 청구하면 되지요

지금까지 살펴본 사안들, 즉 누군가 나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거나, 나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것들이 “초상권 침해”, “사생활 침해”등에 해당할 수 있어요. 그리고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요. 단지 형사처벌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는 것뿐이에요(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청구는 다른 거예요! 많이 헷갈려하시는데, 쉽게 말하자면 형사처벌은 국가로부터 벌을 받는 것이고(벌금 내는 것, 징역을 사는 것 등), 손해배상은 피해자에게 돈으로 보상해주는 것을 말해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 이에 따라 개인은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진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정당한(?) 목적이라도 안 돼요

이렇듯, 몰래 촬영하거나 녹음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성관계를 몰래 녹음한 녹취록을 가장 나중에 증거로 제출한 것이었어요. 아무리 정당한(?) 목적으로 녹음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은 맞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거든요.      


보험회사 직원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장해 정도에 관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피해자들의 일상생활을 몰래 촬영한 사안에서, 이러한 사진 촬영은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라고 판단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어요(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물론 그 사건에서는 녹취록 외에 다른 것들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장 늦게 낸 것이지만 사안에 따라 녹취록부터 내야 할 경우도 있겠죠?          






“몰카”와 관련해서는 쟁점이 아주 많아요. 어떻게 보면 일반인의 상식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판결도 있는데, 오늘 그것까지 소개하려고 하다가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일단 마무리했어요.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글을 써보겠습니다.  

몰카로 고소를 당했거나, 피해를 본 분이 있다면 같이 여러 가지 대응책을 세워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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