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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변일기 Nov 04. 2018

직장 상사의 폭언, 고소할 수 있을까?

직장 상사의 갑질 고소하고 싶어요 

 



직장 상사가 회사에서 공개적으로 저에게 화를 내면서 “일을 못 한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일처리 속도가 느리다”라면서 화를 냈어요. 너무 모욕적이었는데 모욕죄로 고소할 수 있을 까요? 심지어 제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저를 “왕따 시켜라”라고 했다는데...           



 무슨 죄로 고소할까? : 모욕과 명예훼손의 차이점 

회사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일 자체보다 사람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지 않나요? 저는 회사에서 막말로 힘들게 하는 사람은 없는데, 생각보다 직장 상사로부터 폭언을 듣는 사례가 참 많아요. 마침 첫 라이브 방송 사연을 고르던 때 상사의 폭언에 대해 고소하고 싶다는 사연이 들어왔네요!

공개적인 곳에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면 모욕죄 또는 명예훼손죄를 생각해볼 수 있지요. 두 죄는 한 가지만 빼고 모든 요건이 동일해서 가끔 명예훼손인지 모욕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오늘은 바로 그 한 가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게요.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차이

모욕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추상적 판단”을 말한 경우에 성립되고,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구체적 사실”을 말한 경우 성립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좀 어렵죠?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문제 되는 내용이 객관적으로 “사실이다 or 사실이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그렇지 않다면 모욕으로 가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A는 성범죄 자니까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면, A가 성범죄자인지 아닌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구체적 사실)이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되겠죠. 이 경우, A가 실제로 성범죄자라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A가 실제로 성범죄자가 아니었다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가게 되고요. 하지만 이게 말처럼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어요.          



 

 “대머리”라는 표현의 경우 모욕(=추상적 판단)일까, 명예훼손(=구체적 사실)일까?     
A는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다수가 보고 있는 채팅창에 B에 대해서 “뻐꺼, 대머리”라는 욕설을 하였다. 

 아주 재미있는 실제 사례를 소개해드릴게요. 라이브 방송 때 이 사례를 소개했더니 시청자분들이 “뻐꺼”가 뭐냐면서 “fucker요?”, “그 사람만 쓰는 단어 아닌 가요”라고 하셨는데요... (ㅋㅋ) “뻐꺼”는 “대머리”를 칭하는 비속어라고 하네요. 이 사례는 대법원까지 갔던 사건으로 검찰의 기소의견, 법원의 판단 세 번(1, 2, 3심)이 계속 바뀌었던 사건이에요. 검사가 “명예훼손”으로 기소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검사의 생각

자, 앞에서 본 대로 판단해봅시다. 어떤 사람을 보고 “이 대머리야!”라고 한 경우에, 그 사람이 대머리인지, 아닌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죠? 그래서 검사는 “명예훼손”으로 죄를 구성하여 기소를 했습니다(벌금 100만 원 약식기소).      


그런데 1심 법원은

 “대머리라는 표현 자체가 경멸이나 비하의 뜻이 담겨있다고 보기 어려워 B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렸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어요. 쉽게 말하면 1심에서는 “대머리”라는 말을 했더라도 (그 표현이 추상적 판단이든, 구체적 사실이든 간에) 대머리라는 자체가 나쁜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항소심 법원은?

 검사가 항소하였고, 2심 법원에서는 “대머리라고 말한 것은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의견진술이 아니라 사실을 드러낸 것이어서... 실제로 대머리가 아님에도 대머리인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면서 유죄(벌금 30만 원)를 선고했어요. 최초 검사가 기소할 때 판단한 것처럼, “대머리”라는 표현은 “구체적 사실”에 해당하고, “B가 대머리로 오인되는 것”은 B의 사회적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라고 본 것이죠. 

라이브 방송 때 한 시청자님이 “항소심 판사님이 대머리인 것 아니냐”라고..(ㅋㅋㅋㅋ ㅋㅋ) 


최종 판단, 대법원은?  

아무튼,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대법원의 판단과 동일하다면 여러분은 대법원 수준의 리걸마인드를 가진 사람! 대법원의 판시 내용을 그대로 옮겨볼게요.

“이 사건 표현 중 문제가 되는 ‘뻐꺼’나 ‘대머리’라는 표현은, 그 표현을 하게 된 경위와 의도, 피고인과 피해자는 직접 대면하거나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서라도 상대방의 모습을 본 적이 없이 단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의 게임 상대방으로서 닉네임으로만 접촉하였을 뿐인 점 등 앞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여 모욕을 주기 위하여 사용한 것일 수는 있을지언정 객관적으로 그 표현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거나 그에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해가 되시나요? 즉, 이 사건에서는 A가 단순히 B를 욕하고자 “대머리”라는 표현을 비속어로 쓴 것이고 B의 외모가 대머리라는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B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A가 B에게 “이 xx 년아!”라고 말하면 이건 욕을 한 것이지, “B는 xx 년이다”라는 사실을 공개하려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죠.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이 사안에서는 “대머리”를 모욕적 표현으로 사용한 것이니, 처음부터 명예훼손이 아닌 모욕죄로 기소했으면 되었을 것 같네요. 



사연의 해결 - 짱변 솔루션!


 “일을 못 한다”, “업무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표현은 주관적인 평가 내지 의견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명예훼손적 표현이 아님은 분명해요. 그런데 만일 상사가 일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업무상 미숙한 부분을 언급하게 된 것이라면 모욕죄로 고소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사연자가 없는 자리에서까지 공개적으로 업무상 부족한 부분을 언급하며 따돌림을 하라고 했다면, 그 자리에서 사연자를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에 따라 모욕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여요(그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사연에 쓰여있지 않네요ㅜㅜ). 사실 다른 직원들에게 왕따 시키라는 말까지 하는 상사라면... 평소에도 필요 이상의 과도한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참고로 단순히 직급이 높은 상사가 아니라 사용자(사장)가 심한 폭언을 하는 경우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라이브 방송(2018. 10. 29.) 실시간 간단 상담 내용


Q. 카톡으로 계속 욕을 하는데 모욕죄 성립될까요?

 : 일대일 카톡으로는 안돼요! 그냥 카톡을 차단하심이... 


Q. 모욕죄 고소당했는데 합의하고 사건 끝낼 수 있나요?

 : 모욕죄는 합의하면 사건이 종결되니 웬만하면 합의하세요!     







<짱변의 상담소> 

사연 보내기 : lawyer_lnj@naver.com 또는 인스타그램(@lawyer_jang) 다이렉트 메시지 

라이브 방송 : 인스타그램(@lawyer_jang) 라이브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 생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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