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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Apr 26. 2019

2009년 출간[세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 원수같은동생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O 제수 명의로 동생에게 부동산을 넘기다



甲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다.
그는 甲이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였다.
유흥업소는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게 통례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다 보니 찝쩍거리는 사람들도 많고 이래저래 교도소 다녀 올
일이 많다. 그래서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그가 구속되면 가족들 생활비와
그에 대한 사례를 하게 되어 있다. 甲은 동생과 조카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웠다.
사업은 잘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수 없게 단속에 걸려 甲대신 동생이 무도행위 및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콩밥 좀 먹고 나왔다. 甲은 그가석방될 무렵 또 하나의 큰 나이트클럽을 새로 차렸는데 그 지역에서 아주 유명한 곳이 될 정도로 사업이 번창하였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시기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더니 동생이 배가 아팠는가 보다.
어느 날 동생이 말했다.
“형! 나도 형 밑에서 그동안 고생 많이 했잖아. 언제까지 형 밑에서 계속
일할 순 없잖아. 내가 구속된 것 그리고 그동안 나이트클럽에서 근무한 퇴직금조로 새로운 나이트클럽 지분을 일부 떼 주소.”
그 말을 듣는 순간 甲은 어이가 없었다.
동생에게 말했다.
“야 자식아,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런데이상하게도 동생은 甲의 말에 별반응을 하지않다가 한마디 내던지고
사라졌다.
“나중에 후회할 거여.”


어느 날이었다.
나이트클럽 영업부장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사장님”
“왜?”
“동생이 검찰에다 탈세혐의로 고발해 버렸습니다. 세무서에다도 탈세제
보를 했고요.”
“이런 ×××”
한 달 후
세무조사가 나왔다.
조세포탈에 대한 검찰수사는 국세청의 고발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세
무조사가 먼저다. 또한 탈세제보가 있으면 의무적으로 탈세사실을 확인한 후 사실이면 세무조사를 하게 되어 있다.
할 수 없었다.
탈세사실이 발각되면 돈도 돈이지만 우선 甲이 형사처벌되게 생겼다. 동생에게 나이트클럽 지분 대신에 甲이 가진 임야와 답을 주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동생은 제 딴에 사업을 한다고 하다가 빚을 많이 지고 있었다. 신
용불량자로 등록이 되어 있다 보니 제수(동생의 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
동생은 검찰고발을 취하했고 또한 탈세제보사실을 확인하러 나온 세무
공무원에게 ‘내가 한 제보가 허위이고 잘못되었다’라고 말해주었다. 서로말을 맞춰놨으니 그럭저럭 잘 무마되었다.


그런데 동생의 심술이 불과 한 달도 안 되어서 다시 틀어졌다.
너무 싸게 합의해줬다면서 부동산을 추가로 더 원했다. 그러면서 동생은
이번에는 감사원에다 탈세제보를 하였다.
"이런 XX 놈이" 욕이 절로 나왔다.
결국 4억 5,000만원이나 추징당했다.
돈 앞에선 형제간의 우애는 없었다.
혹 떼려다 혹 붙인다는 속담이 甲에게 적용되는 말이었다.
자신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동생에게 할 수 없이 부동산 몇 개를
더 주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동생과는 더 이상 보지 않았다. 혈연의 끈을 끊어버렸다.
소문에 동생은 제수하고도 가정불화로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O 증여세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되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甲애개 증여세 고지서가 날아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국세청에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양도 형식으로 편법증여를 하는 것을 막
기 위해 일제 조사를 했다고 하였다. 특수관계인이라 함은 가족이나 친척 등을 말한다. 그 결과 甲이 제수 명의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것이 걸려들었다.
세무서는 그것을 증여로 보았다. 제수가 아무런 대가 없이 양도를 받았
다는 이유였다. 말은 맞는 말이다. 甲이 동생의 협박 때문에 거저 준 것이
었다. 단지 동생 명의가 아닌 제수 명의로 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甲은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증여세는 수증자10)인 제수에게 나오는 거였기 때문에 甲은 안심하고 있었다. 팔짱끼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총알이 갑자기 甲에게 날아왔다.
제수가 증여세를 내지 않으니까 甲에게 증여세 연대납세의무자(連帶納
稅義務者)11)로 지정하여 증여세를 내라고 고지서가 날아 왔던 것이다.
‘무슨 이런 일이?’
甲은 세무서에 가서 그 이유를 물었다.
“어떻게 해서 내가 증여세를 냅니까? 증여받은 사람(수증자)이 내는 게
증여세 아닙니까?”
“세법이 바뀌어서 이제는 수증자가 증여세를 체납하면 증여자에게도 연
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게 돼있어요.”
담당공무원은 두꺼운 세법전을 펼쳐보면서 해당조문을 보여줬다.


甲은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세금을 자기가 낸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전문가에게 찾아갔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결국 소송을 통해서 과세처분이 위법임을 밝혔다.
실제 증여를 받은 사람은 동생이지 제수가 아니므로 수증자를 잘못 확
정해 놓고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를 지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였다.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국세청이 수증자를 동생으로 하여 다시 과세한 후 甲에게 증여세 연대납부의무를 명하면 甲은 동생이 부담해야 할 증여세를 꼼짝없이 내야만 한다. 소송비용만 날리는 꼴이 된다. 甲은 동생이 원수 같아 보일 것이다.


세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 (도서출판 청보) 고성춘변호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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