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의 지혜] 돌아가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골프와 인생의 지혜] 돌아가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골프 해설자들이 자주 하는 멘트 중의 하나가 '골프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인생도 알 수 없다. 초반에 뒤처진 선수가 후반에 치고 올라오기도 하지만 선두로 달리다 미끄러지기도 한다. 인생도 꼴찌로 가다가 뒤로 돌아서면 1등이 될 수 있다. 잘 나가는 게 결코 잘 나가는 게 아니다. 골프 대회를 4라운드로 하는 이유는 다양한 변수를 만들기 위함이다. 골프와 인생이 비슷하다는 점이 트러블 상황에서 볼을 빼내는 골프 레이업을 통해 알 수 있다.
골프는 파 게임이라고 한다.그날 운이 좋으면 언더파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더파를 의식하고 스코어에 집착하다 보면 황당한 짓을 하게된다. 트러블 상황일 때 그런 모습들을 자주 본다. 트러블 상황이라는 것은 안 좋은 상황을 의미하는 데도 이를 만회하고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과욕을 부리다 더 안 좋은 상황을 초래한다. 한 타 더 먹을 생각으로 안전하게 돌아가면 만회할 수 있거나 최소한 심각한 상황에 빠지지는 않는데도 선수조차도 돌아 갈 생각을 하기 어렵다. 왠지 손해보는 느낌때문이다. 그러다가 결국 그 대가를 받게 된다. '보기로 막고 다음 홀에서 버디 기회를 노리자'라고 골프를 여유있게 생각하면 파가 될 수도 있는데 오히려 더블보기를 하고 트리플 보기를 범한다. 소위 양파라고 불리는 쿼드러플 보기도 나온다. 그러면 다음 홀에서 버디를 해도 파가 되기 힘들다. 더블보기 이상을 범해놓으면 점수를 만회하기 쉽지 않다. 세미프로라 불리는 KPGA 준회원 테스트에 여러 번 도전한 적이 있었는데 유독 13번 홀이 지나면 소위 말하는 양파가 의외로 자주 나오는 모습을 자주 봤다. 커트라인 점수에 걸린 이들이 의욕을 부릴 때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골프만 했던 선수들도 그런 스코어를 냈다.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갔는데도 헤저드를 넘기는 투 온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헤저드에 빠지거나 나무 사이로 들어갔는데도 안전하게 뒤로 레이업하지 않고 나무 사이로 어떻게든지 앞으로 빼보려 하다가 낭패를 당하곤 하였다. 그린의 경우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칩샷으로 홀컵에 붙여놓고 퍼팅을 하면 파인데 버디를 노리고 그린 밖에서 퍼팅으로 하다가 홀컵에 가지도 못하고 경사에 밀려 원래보다 더 난감한 상황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 모두가 스코어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선수에게 자신의 인생이 걸렸다 생각할 수록 황당한 짓을 하게 된다. 여유를 잃고 성적에 집착할수록 본능이 앞서다 보니 균형잡힌 생각을 하지 못하는 듯 했다. 드라이버로 티샷이 잘 맞아 기분좋게 갔는데 막상 볼이 디봇에 들어가 있다면 본능이 순간 꿈틀거린다. 손을 움직이고 싶은 본능이 발동된다. 볼을 움직여 좋은 자리에 놓고 싶어진다. 다음 샷이 안 된다는 보장이 없는데도 자신감이 결여되거나 남에게 잘 쳐 보이고 싶다거나 스코어에 집착하다 보면 볼을 건드리게 된다. 골프는 룰을 지키는 매너의 게임인데도 죄의식 없이 반칙을 하고 애써 모른 척 한다. 벙커나 러프에서 분명 의식하고 치는 소리와 연습하는 소리가 다름에도 스코어를 보면 반영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상은 그런 요령도 실력이라고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눈들이 많다. 남이 보지 않는 것 같아도 보이지 않는 눈과 귀가 많기 때문에 다 들킨다. 프로 테스트 같은 엄격한 시합에서도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상대 선수의 스코어를 적어줘야 하는 마커와 볼을 움직였네 마네 서로 실랑이를 벌이거나 OB 라인을 벗어났는데도 손으로 볼을 집어 안쪽으로 옮겨 치는 뻔뻔함을 보이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알까기는 몰래 하는 거라서 안 들키면 했는지도 모른다. 프로가 되느냐 여부에 따라 인생이 달려있고 대회 출전 자격인 시드권을 따느냐 여부가 선수에게는 생존이 걸려 있다보니 프로를 불문하고 사람인지라 자칫 본능이 앞서려고 한다. 우리네 인생도 생존이 걸려있고 인생이 걸려 있다 하면 스스로를 속이고 남도 속이는 짓을 수없이 반복하게되고 과욕을 부리게 된다.
인생도 삶의 여유를 느낄 때 꼬인 매듭이 풀려지듯이 골프도 여유를 생각하면 더 편안하게 잘 쳐진다고 한다. 드라이버의 경우 똑바로 멀리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가 압박이라서 샷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볼이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페어웨이면 되고 러프에 있더라도 살아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골프가 여유있어 오히려 더 잘 쳐진다. 그 다음 샷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기회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설령 트러블 상황에 놓여 있어도 편안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한 타 더 먹는다 생각하고 안전하게 레이업하겠다 하면 그 상황을 만회할 수 있다. 설령 그 홀에서 파가 안 돼도 최악의 상황을 피해 보기로 막다보면 나중에 버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면 파가 된다.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안전하게 돌아가면 되는데 실상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정작 돌아가는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코어에 집착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 손해보는 것 같아 돌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골프는 본능이 앞서면 더 안 좋은 결과를 내게 된다. 설령 본능이 앞서 반칙을 했어도 뒤가 켕기기 때문에 샷이 잘 되지 않는다. 게다가 사람들로부터 부정한 이미지로 낙인이 찍힌다. 이러저래 옹색한 결과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원하는대로 되지않는 힘든 상황이 오면 삶의 여유를 느끼는 사람은 돌아가는 용기를 내는 반면 외관에 집착하는 이들은 돌아가지 못하고 반칙을 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죽으면 끝이지'라는 말을 되뇌이곤 하지만 결코 끝이 아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핵심이 그것이다. 왜 골프에 룰이 있고 룰을 지켜야 하는지 그 이유가 있다. 본성을 지키라는 말이고 외관에 집착하여 본능의 업에 의존하지 않아도 살면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이 있는 게 실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모든 게 인연따라 이루어진다 하였다. 골프는 업장 소멸의 게임이다. 본능의 역경계를 거슬러 올라가는 도의 게임이다. 똑같은 골프를 하면서도 누구는 업을 쌓고 누구는 업을 소멸하는 지혜를 얻는다. 결과만을 의식하면 별 짓을 다하고도 시치미 떼면 된다 싶겠지만 본능이 앞서는 삶이 세세생생 유전하는 삶에 있어 과연 이익이 될 수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