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청 조사3국에서 전화가 왔다. 아파트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묻는 전화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고 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 조사 첫날 서울청을 들어갔을 때부터 이미 과세해야겠다고 맘을 먹은 듯 했다. 상증세법 시행규칙에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정리해놨는데 공동주택단지 내의 기준시가 5% 오차범위 내에서 비교대상 아파트 거래가액을 유사매매사례가액으로 보고자 했다. 근데 유사매매사례가액이라는 게 얼마나 황당한 규정이냐 하면 옆집이 얼마에 팔았는지 알 수가 없는데 그걸 알아서 신고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아파트단지 207동 136.5 평방미터 아파트가 상속재산이라고 하면 같은 면적의 같은 기준시가의 아파트 중 거래된 사례가액을 먼저 찾아서 그 중 상속개시일과 가장 가까운 날짜에 거래된 가액으로 신고해야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는 동 호수가 나오지도 않고 층수만 나온다. 그러니 일단 같은 동에서 사례가액을 찾기 마련이고 기준시가 5% 범위 내에서 같은 면적의 사례가액이 공시된 것 중 상속개시일에 근접한 가액을 찾아내서 하는 수밖에 없다. 같은 면적의 몇동 몇호가 얼마에 거래되었는지 알 방법이 죽어도 없다. 그 아파트 단지만 해도 4,500세대나 된다. 납세자가 일일이 등기부를 뒤져서 찾아낼 수는 없다. 근데 국세청은 양도소득세 신고가 접수되어 단지 내의 모든 거래가액을 훤히 알 수 있다. 그러니 속칭 사례가액을 맘대로 정할 수 있다. 조사국 그들은 같은 면적으로 먼저 추려내고 거기서 기준시가가 같은 거로 또 추려내서 상속일에 가장 가까운 날에 거래된 가액이 아파트 시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 그들에게 신고를 맡기면 그들은 동호수를 정확히 찾아내서 신고할 수 있을까? 전혀 불가능이다. 납세자 상속인들은 국세청이 가진 그런 정보를 알 수가 없다. 공개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알아서 신고하라 하면 납세자가 신인가? 알아서 신고하게. 국세청장 할아버지가 와도 불가능하고 대통령의 따따블이 와도 어렵다. 만일 그들이 비교대상 아파트 동호수를 찾아서 신고했다면 그들은 국세청 정보를 이용한 거다.
지금은 검찰을 나온 후배가 있다. 그가 차장검사 시절 재산등록을 해야하는데 아파트를 증여받은 거라서 유사매매사례가액에 맞춰 신고하고자 하였다. 국세청 시절 그걸 알아보고자 나에게 부탁하는 거였다. 알아보니 세무서만이 알수 있고 그래서 세무서가 가지고 있는 유사매매사례가액 정보가 돈이라고 하였다. 납세자가 아무리 성실하게 상속세 신고를 하려해도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니 이게 말이 되는 제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