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페친의 글을 봤다. 동업자의 고소로 기소되었으나 결국 무죄난 이야기다. 근데 동업자측 변호사가 전관이어서 수사검사로 하여금 자신을 기소하도록 영향을 미쳤다고 의심을 하였다. 경찰은 불기소의견이었다고 한다. 무죄판결 나와도 아무렇지 않는 수사검사에 대한 미움이 글에 배여 있는 듯 했다. 그러니 수사권을 조정해서라도 검사를 견제해야 한다고 마무리하는 글이었다. 동업자에게는 봐주기 수사고 페친에게는 괴롭히는 수사이다. 개인끼리의 다툼에는 필연코 발생하는 결과지만 페친의 의도는 공정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조세범칙 사건의 서면을 열심히 적어주면 일단 불안함이 가셔졌는지 꼭 전관을 붙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주위 사람들이 그대로 두지 않는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은 떨어지는 낙엽도 불합격의 원인으로 느껴지듯이 당사자가 돼보면 제3자와 틀려진다. 남에게는 훤히 보여도 당사자에게는 아무 것도 보여지지 않기 마련이다. 이런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야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온다. 돈이 많냐고 핀잔을 줘도 '우리나라가 공정한 사회라고 보십니까?'라고 물으면 더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정작 공직자들은 전관예우가 없다고 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많은 걸 보면 착각이 존재하는 듯하다. 알면 봐주고 모르면 칼같이 하는 게 본능이고 알게끔 하려면 그만한 대가가 오고가야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그런 시비를 따지는 게 아니라 공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억울함을 해소하고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 용을 쓸 것을 은연 중에 요구하고자 사건을 일부러 만들어서 괴롭히거나 일부러 질칠 끌거나 세액을 더 부풀리거나 청부수사나 청부세무조사를 해서 보복을 한다면 '누가 이 나라가 공정하다고 보겠는가' 이다.
2017년 4월 5일자 칼럼이다.
전관예우
판사출신 아는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뜬금없이 연수원 동기인 모 부장판사를 아냐고 물었다. 그의 의뢰인이 그 판사와 잘 아는 변호사를 원하고 있다는 거였다. 변호사 입장에선 사건수임을 위해 그런다 하지만 의뢰인이 수소문하는 이유가 뭘까? 어느 재력가가 해준 말이 기억난다. "검사보다 판사가 더 무서워요." 자기 재산을 잃느냐 마느냐는 판사의 판결에 달려있다는 이유였다. 그들은 세상이 '알면 봐주고 모르면 칼같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법원은 전관예우는 절대 있을 수 없고, 오직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한다고 말할 것이지만 최근 500명 법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판사도 윗사람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판사출신 변호사가 인맥을 찾는 이유는 재판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수천 건의 조세불복업무를 해본 결과 청구인이 누구인지, 대리인이 누구인지, 불복액수가 얼마인지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법리에 따라 사심 없이 한다는 게 무척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심이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혹 밉상이면 결론을 정해놓고 '믿기 힘들다' '신빙성이 부족하다' 해버리면 결정문이 뚝딱 만들어질 수 있다. 사건의 대부분이 사실관계를 어떻게 특정하느냐 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할 재량영역이 클 수밖에 없다. 긍정으로 보면 긍정이고 부정으로 보면 부정이다. 법리는 그 다음이다. 눈사람을 만든 적이 있었다. 희한하게도 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전혀 달라 보였다. 밑에서 보면 웃는 모습인데 위에서 보면 화난 모습이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다. 똑같은 눈사람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는데 하물며 사건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래서 불복하는 입장에선 인맥을 동원하고자 하는 거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인정받는 게 어렵다. 일단 모르면 기각, 이해가 힘들면 기각, 비위 상하면 기각으로 해도 자유심증이라고 말한다. 이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청구인이 불쌍한 것 같아요." '운도 지지리도 없어요.'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결국 누군가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 실력도 있어야 하고 내 일처럼 생각하는 따뜻함도 있어야 하고 아울러 사심도 없어야하고, 균형감각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하고 아닌 것을 아니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사람들이 공직에 많으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