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과정]보는 안목이 세상이다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by lawyergo

[나를 찾아가는 과정]보는 안목이 세상이다


엊그제 오대산에 다녀왔다. 월정사를 거쳐 상원사까지 보슬비 오는 풍광을 즐겼다. 그곳에는 3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하게 수행정진을 하고 있는 도반 같은 스님이 계신다. 그분은 항상 악을 짓지 말고 선을 가까이 하라면서 죽어서 가지고 가는 것은 복과 혜라고 말한다. 보이는 것은 한줌이고 보이지 않는 세계가 큰데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무시한다는 것이다. 어제까지 의뢰인이 성공보수를 입금해야 했다. 그분은 평소 자식들 4명에게 각각 200억 원씩 증여할 정도로 재력이 있는 80대 후반의 사업자다. 평생을 근면검소 밖에 알지 못해서 돈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렵게 소송해서 사건을 이겼으면 계약대로 보수는 줘야 하는 거다. 제주도 같은 곳에서 8개월 지나야 변론기일이 최초로 잡히고, 우호적이지 못한 재판 분위기 속에서 전부는 못 이겼어도 그나마 일부를 이겨 수억 원을 환급받았으면 고맙다는 말은 못할망정 노골적으로 보수를 못주겠다고 하면 맘이 아프기 마련이다. 좋게 말씀드려 보지만 의미 없는 일이다. 어찌 보면 뻔뻔함이 그의 사업비결일지도 모른다. 받는 것은 확실히 받고 줘야 할 것은 안 준다. 사람이 눈에 안 보이면 남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은 대가가 없는 걸로 안다. 머리를 쓰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많다. 생명에너지를 팔아 대가를 받는 게 나의 업이다. 머리속의 지식을 쌓기 위해서 인생을 바쳤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사회면 요순시대다. 당연해도 그래서 어쩐다고 하는 판에 당연하다고 인정받았으면 그만큼은 대가를 줘야 한다. 결국 생전 처음으로 소송을 해서 민사조정으로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을 받았다. 인간이 사는 세계를 사바세계라고 한다. 사바는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의미다. 맘에 맞는 일도 생기기도 하지만 맘에 맞지 않는 일도 생기는 곳이기 때문에 설령 뜻에 맞지 않는 일이 생겨도 분노하지 말고 자기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견뎌야 한다고 한다. 그게 지혜를 닦는 방법이라고 한다. 분노할 일이 있어도 한 생각 돌이켜 긍정으로 돌리는 힘이 지혜다. 세금사건만 15년 이상을 하였다. 그러고 보면 국세청 조직 안과 밖에서 수많은 이들을 겪었다. 이 세상에는 나를 가르쳐주는 스승들이 많다. 미운 사람으로 나타나 지혜를 닦도록 해준다. 지금 생각해보니 뒤통수치고, 비꼬고, 무시하고, 시기 질투하고, 네가 한 게 뭐가 있냐는 식으로 말한 뻔뻔한 이들이 모두 나의 스승이었다.

절집기행 글을 정리하다 보니 벌써 4년이 지난 글이다. 당시 86세된 의뢰인이었는데 지금은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돈은 못 가져갔겠지만 허공에 새긴 자신의 흔적은 그대로 가져갔을지도 모른다.

서른살 무렵 옥과 용주사에서의 체험이 살면서 도움이 된다. 맹한 사람이 살아남는 방법을 체득하였다. 미운 사람도 좋게 보면 된다. 안목이 거저 생기는 게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살기위해서. 다들 행복하고 신나게 살고자 애를 쓰지만 마음이 공하다보니 허무라는 그림자가 항상 따라 다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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