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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Jan 05. 2020

흉측한 이들은 오래 살고

최근 입적한 적명스님의 생전 법문 영상이 인기 급상승이다.

 불교신자라도 잘 알지 못할 정도로 평생을 선방 수좌로 사셨다. 세수 80세 법람 60세다. 동안거 딱 절반이 되던 날 대중스님들과 희양산 산행을 하였는데 오후 세시 반까지 내려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하고 대중들이 모두 스님을 찾으러 다녔다. 시봉을 드는 시자와 다른 스님들이 같이 모시겠다 해도 혼자가겠다고 세번이나 거절을 하면서 혼자 가길 고집했다기에 더 불길하였을 것이다. 나중에 사람들이 스님을 찾았을 때는 바위 밑 나무에 걸려 있었고 이미 심장은 멈춰있었다.

이에 대해 공식으로는 실족사로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기분으로 몸을 던지신 게 아니냐고 추측하는 이도 있다. 깨달은 이에게 생과 사가 어디있고 꿈과 현실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생각하면 전혀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도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없으니 그럴리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평소 적명스님은 사랑을 강조하였다. 깨달음은 사랑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깨달음이 선방이나 절에 있는 게 아니라고 하였다. 깨달음은 살면서 저절로 드러나는 거라고 하였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 타인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느끼는 게 깨달음이라고 하였다.
톨스토이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의문에 대한 답으로 사랑이라고 하였다.
냉정하고 냉철할 수록 가슴이 철판이니 차디찬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중생이 그렇다. 그러니 선한 마음만 내기만 해도 진짜 귀하게 여겨진다. 한번이라도 바보, 맹하다는 소리 듣는 게 귀한 이유다.

영악한 이들은 바보 되기 힘들다. 머리속으로는 항상 잿밥만 신경쓰니 잇속이 밝아 ~하는 척을 잘 한다. 너무 자주하다보니 양심에 가책도 받지 않는다. 흉측한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성직자나 정치인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벤츠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벤츠 7대로 어느 종교시설에 돌아다니면서 큰 기부를 하는 돈많은 중년여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종교인과 인연이 되어 짝짝궁이었는데 그중 한두명은 지금은 서로 원수가 되었다고 한다. 사업이 기울어 기부할 여력이 되지 않자 그 종교인이 못본 척 차갑게 대하더라는 것이다.  그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간다는 말에
그냥 가만히 있으라 하세요. 괜히 창피 당하지 말고, 오뉴월의 서리가 내리는 말이 돌아왔다.
위선을 범하면서까지 분수를 모르고 자리를 탐하는 이유가 뭘까? 입으로는 좋은 말을 다 하면서도 자리가 그렇게 좋을까 의문이 든다.

근데 실제 자리를 준다하면 병석에 누운 이도 벌떡 일어난다고 한다. 대우받고 대접받는 게 건강을 회복케 할 정도로 그렇게 달콤하고 생기있다고 한다. 다 죽을 것 같은 인상도 자리가 더 살게 만들어버린다.

흉칙한 이들이 그래서 더 오래사는 것 같다. 양심에 가책을 받고 거짓말 하나에도 온 우주에 죄를 범한 것처럼 괴로워 하면 빨리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을 걸어 잠그고 하는 무문관 수행을 하는 수좌들 중 매년 자살하는 이들이 생기는 이유가 그런 지도 모른다. 더이상 죄짓고 살고 싶지 않아서...
흉측한 이들은 오래 살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반면에 오래 살아야 할 사람들은 마음의 한 점이라도 더럽히지 않고자 스스로를 경책하다가 빨리 죽는 것 아닌가 싶다.

하여간 흉측한 이들이 부쩍 많아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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