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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Feb 17. 2020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선비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71세, 지인이 돌아가셨다. 불과 보름 전까지 사무실에 출근하셨다. 위암 말기였다. 3년 전 이 맘때는 태국에서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0일 동안 운동하며 해피한 추억을 쌓았다.이미 당시에 병은 진행되고 있었으나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맞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 뜻밖에 암 말기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충실하게 치료를 받아 한때는 호전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작년부터 급격히 악화되더니 비싼 주사의 효험을 보는 듯 희망을 가졌으나 최근에 돌아가셨다. 10일 전에는 어머니가 91세로 먼저 돌아가셨다.
사모님 말씀에 의하면 이제 마음이 놓인다면서 당신이 허락하면 이제  갈련다 하시고 밤새  대화를 나누다 눈 한번 크게 뜨고 조용히 감더니 편하게 가셨다 한다. 암환자의 경우 고통을 줄이고자 몰핀 주사를 맞으면 숨겨진 모습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의사도 놀랄만큼 조용하게 편한 모습이었다 한다.
사모님은 당신을 만나 그동안 행복했다면서 슬프기 보다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말씀하였다.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상을 치렀지만 어떻게 알고 찾아 온 사람들마다 애석하다고 아쉬워 하였다 한다.
부처님도 여든의 나이에 열반에 들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죽음은 육신의 죽음을 말한다. 육신은 부모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지만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살 것이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깨달음의 지혜는 세상을 얼마나 잘 사느냐로 드러난다. 성직의 옷을 입어야만 되는 게 아니다. 배부른 돼지나 박쥐보다는 배고픈 선비, 가난한 선비가 더 귀한 인생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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