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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Mar 06. 2020

도 닦아서 어디 쓸 것인가

도 닦아서 어디 쓸 것인가.

전생에 노루였던 수행자가 있었다. 동굴에서 여법하게 수행정진하던 수행자로부터 법문을 9년간 들은 공덕으로 산아래 마을 김초시네 집의 어린아이로 태어나서 13살 되던 해 동굴 수행자의 상좌가 되어 수행정진하다가 수행자가 열반하자 혼자 동굴을 지키며 여법하게 수행하기를 10년 째 되던 어느 날 밤 젊은 여인이 사냥나간 남편을 찾아다니다가 길을 헤맸다면서 하룻밤 재워주길 간청하였다. 여긴 여인이 있을 곳이 아니요 거절했으나 갑자기 도 닦아서 뭐할 거냐는 말에 뒷통수를 강하게 맞은 느낌이었다.
결국 동굴안에서 같이 자게 되었는데 여인의 체취가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하였다.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인이 애기가 나온다면서 도와달라고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다. 얼떨결에 물을 데우고 애기를 받아 탯줄을 잘라주면서 스승이 평생 정진한 경건한 기운이 가득찬 장소를 더럽혔다는 것과 이젠 더이상 예전저럼 수행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숨도 못자고 밤을 새고 새벽이 되자 바랑하나 메고 산천을 떠돌겠다 마음먹고 동굴에 모셔놓은 불상에 절을 하는 순간 여인과 애기가 허공으로 뜨더니 갑자기 연기로 사라지면서 불보살과 연꽃으로 변하였다. 불보살이 말하기를 너의 지혜를 시험해봤느니라 하면서 그동안 공부를 잘 한것에 칭찬을 하였다. 수행자는 그제서야 크게 깨닫고 큰절을 올린 후 동굴에 집착하지 않고 마을로 내려가 세상사람들을 위해 한평생 진실된 마음으로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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