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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Mar 07. 2020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재물 근심하고 있다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어느 할머니가 세무서까지 찾아 와서 임대주택등록을 12년 한 후에 팔면 세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상담하고 갔다고 한다. 12년 후에 살아있을 지 알 수 없는데도 평생 살 것 처럼 고민하고 근심 걱정한다.
상속으로 돈을 물려받는 데도 상속인들끼리 서로 싸우는 게 태반이고
보유세를 내는 사람들도 화가 잔뜩 나서 세무서를 찾아 온다. 가난한 늙은이라 해도 집 두 채에 50~60억씩은 가지고 있다.
왜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화가 날까?
자기가 원하는 액수나 몫이 침해되었거나 가지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그러니 남의 눈에는 많이 가지고 있어 보여도 당사자는 절대 민족이 없다.
돈 뿐만 이니라 직급도 마찬가지다. 한 직급 올라갈 수록 그침이 없다. 계속 올라가고 싶고 결국은 성층권에서는 피비린내 나게 씨운다.
직책이 있을 때와 직책이 없을 때가 틀리다.
직을 벗고 나와서는 뭐를 할까 어디를 갈까 또 고민을 한다.
세월은 그사이 쏜살같이 가서 흰머리 나게 해서 저승사자가 언제든지 데려갈 수 있는 나이라는 사실을 미리 임시 해 주는 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목구멍이 좁은 존재처럼 물을 아무리 부어줘도 끝없이 부족함을 채우고자 갈증나게 애를 쓴다.

몸의 세포들은 환희심과 경건함을 좋아하는데 스트레스와 피곤, 짜증, 화, 냉소로 점철된 물질에 시달려 결국은 하나 둘 쓰러져 암세포가 되고 결국은 15년 후에 발병하게 된다.
아직 갈증을 다 채우려면 멀었는데 채우기는 꺼녕 쓰지도 못하고 발병난다.
사람이 하루 3끼 먹지 6끼 먹지 않듯이 가진 돈을 쓰기 힘들다. 없어서 못 쓰는 것도 이니고 있어도 쓰지를 못 할 돈을 더 모으느라 스트레스다.
없어도 고민 있어도 고민이라는 말이 없는 말이 아니다.
인생개고라 했다. 인생이 고통 아닌 게 없다. 병들고 병원에 있으면 더 무상하고 허탈하다.
사람은 젊었을 때의 사고가 평생을 가는 것 같다. 나이들면서 변할 것 같아도 변하지 않는다. 개과천선이 어렵다. 자신의 눈이 밖으로 향해 있기에 세상을 보고 사람 보는 눈들이 발달 돼 있다.  세상을 아무리 잘 아는 똑똑한 사람에게도 인생은 무상한 것이다. 욕망의 불꽃이 꺼지지 않아 그 불에 데인 상처들이 맘같이 쉽게 지워지거나 치유되지 않는다. 인과법이 적용 안되는 인생이 없다. 자업자득이다. 깨달은 사람은 고통을 피하지 않고 달게 받을 뿐이다. 그러니 모양새를 보고 사람을 구분하는 게 지극히 어렵다.

자신의 시각을 내면으로 돌리는 데는 상당한 인연이 필요하고 노력없이는 쉽지 않다. 몸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머리만 쓰면 체득이 없다. 관념의 유희일 뿐이다. 의식의 흐름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 않다. 마음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주법계가 다 마음 아닌 게 없고 모두가 다 한덩어라고 한다.
세상일이 아무리 잘 풀린 들 항상 고정되지 않고 변한다. 하나둘 인연들도 떨어져 나가고 애가 증이 된다.
인생이 화려한 것 같아도 고달프지 않은 인생 없다. 말년은 더 힘들고 답답하다. 건강잃으면 불쌍할 뿐이다. 살만큼 살았다 생각하면 자신도 바라보고 양심도 느껴보고 참회도 해보고 마음의 골도 메꿔보면서 의식의 흐름 따라 흔들림 없는 심지를 가져보는 게 네잎클로버 찾다가 세잎클로버 짖밟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싶다.내일 죽을 지 모르는 할머니가 12년 후 세금을 고민한다는 말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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