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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Dec 24. 2018

비상장주식 물납이 힘들어진 이유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우연히 판사출신 어느 변호사가 물납에 대해 글을 썼기에 읽어봤다. 비상장주식은 세정실무에서는 거의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라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상속세령 제74조 제1항 내용을 인용하였지만 왜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국세청에서 재직하고 있던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비상장주식은 어렵지 않게 물납이 가능했다. 


2003년 어느 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문 조사관이 자산관리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자산관리공사는 감사원에서 피감기관이었는데 예전 성업공사가 외환위기로 자산관리공사로 확대된 곳이었다. 당시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않다보니 공매하고 들어온 돈을 국고에 넣지 않고 직원이 횡령해버리는 경우를 감사원이 잡아내기도 하였다. 감사원을 나왔을 때 동창을 통해 만난 사람이 자산관리공사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하면서 등기부에 있는 제한물권은 다 깨끗이 정리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사서 이를 되파는 과정에서 문제가 자산관리공사의 공매를 이용하는 거였다. 그런데 세무공무원이 자산관리공사를 거론하기에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쫑끗 열렸다. 내용인즉 비상장주식 물납이 문제라는 거였다. 그 즉시 감사기운이 발동하여 비상장주식을 물납한 자료를 챙기고 그 중에서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매된 자료를 비교대사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를 해본 경험으로 보면 건이 되는 것은 흥분이 된다. 그 경우가 그랬다. 


결국 자료를 수집해서 문 조사관이 분석을 해봤다. 그랬더니 이건 대동강 물 팔아먹듯이 너무 쉽게 돈을 버는 거였다. 한마디로 100억의 상속세로 비상장주식을 물납해놓고 이를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60억에 다시 산다면 40억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별 어려운 게 없다. 비상장주식은 환가성이 부족해서 공매를 해도 누가 사지를 않는다. 그러니 수의계약으로 싸게 다시 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이를 윗분에게 보고하니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깜짝 놀라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비상장주식 물납을 이용하여 다시 사는 이런 방법은 아무나 아는 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 문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 공매로 받은 60억을 시가로 인정받아 그 가액으로 증여를 해버리는 것이다. 100억짜리가 60억이 되니까 40억이나 이익을 보는 것이다. 그 가액으로 1000억을 하면 400억이 이익을 보게 된다. 당시 상증세령 49조 제1항 제3호에는 특수관계자인 자식들이 공매를 통해 다시 물납주식을 사도 공매가액을 시가로 볼 수 있게끔 규정해놨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감사원에 설명을 해줬다. 마침 자산관리공사를 담당하는 과에 친한 이들이 있었다. 결국 감사원은 2004년 12월 29일 감사결과를 언론에 발표하였다. "비상장주식 물납으로 913억 세금 탈루"감사원 '변칙 상속.증여 과세실태' 감사결과라는 기사제목들이 모든 언론매체에 도배되었다. 후배 감사관이 TV에 나와 감사설명을 하는 모습을 시청하기도 했다. 그 이후 당시 과장님에게 국세청도 챙겨주시라니까요 라는 식으로 말을 건네자 "너희만 했냐 우리도 했지"라고 말씀을 하였다. 그때 느꼈다. 공치사는 나눠서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당시 문조사관이 처음에는 기재부로 물납의 문제점을 책으로 엮어 제도개선안을 올렸다. 그런데 그쪽에서 하는 말이 자기들도 알고 있다는 회신만 딸랑 왔다. 알고 있는 게 아닐라 들켰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알았지? 하고 놀랬을 것이다. 자산관리공사 공매를 이용하는 수법은 아무나 아는 게 아니었던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았다. 그러니 감사원에서 100조가 넘는 공적자금운영실태 감사를 해볼 때 도대체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의아했다. 돈은 하늘로 솟구치는 것도 아니고 땅으로 꺼지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결국 수조원의 부실채권도 이런 방법으로 공매를 통해 금융기관의 돈을 빌려 갚지 못한 부실채권자들의 꼬붕이나 심복들이 다시 샀기 때문에 그만큼 차액이 공중에 붕 떠버린 것 아닌가 싶었다. 


뭐든지 이렇다. 일한 사람 따로 공치사 하는 사람 따로. 아직도 내가 그린 도표를 자기 홈페이지에 띄워서 마치 자기 지식인양 하는 회사가 계속 사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만 하는 이들은 맹할 수밖에 없다. 실력이 부족하면 채가는 하이에나 같은 기술이라도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듯 하다. 


자세한  https://blog.naver.com/lawyergo/220649117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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