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위대함

내가 평범하다고 생각한 것들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by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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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현실의 문제에 굴하지 않는 멋지고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고 그렇게 나이 들어가는 삶은 너무 평범해서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생각했다. 무엇이 특별한 것인지 명확히 알지는 못하면서 그저 내 속의 반골기질이 남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부추겼던 것 같다.


그런데 웬걸. 내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전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 일을 해내는 것도,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일터와 집에서 영원히 마르지 않는 청구서를 지불하는 생활이 가장의 삶이라는 걸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부부사이가 좋고 너무 티 없이 맑고 착한 아들이 있어 정말 나무랄 곳 없는 가정인데, 이 가정의 생활이 내 어깨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아침마다 눈이 정말 번쩍 떠진다. 아직은 양가 부모님이 정정하시고 특별히 도움 드릴 일이 없어 다행이지만 머지않아 부모님도 더 챙겨 드려야 하겠지.


가장의 무게를 깨달은 뒤로 아버지와 사이가 더 좋아졌다. 일흔의 나이에도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알지 못했던 그의 고단함을 본다. 아버지가 느끼셨을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되면서 어릴 때 아버지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고, 평생을 가장으로 살아오신 그 삶을 절로 존경하게 된다.


평범한 삶이라는 건 정말 위대한 것이었다. 가정의 경제를 책임진 나도, 살림과 육아를 책임지는 아내도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삶은 결국 누군가 좋든 싫든 맡은 자리에서 페달을 밟고 있기 때문에 굴러가는 것이었다.


평범함의 위대함을 느끼고 나니 마주치는 사람들이 달라 보인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과 가정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말 위대한 일이다. 불평할 수도 투정할 수도 없는 어른의 삶 속에서 적정한 수준으로 욕망을 절제하고, 가정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삶, 이러한 삶을 몇 십 년 유지하는 존재, 존경이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나도 내 주변 사람들도 모두 위대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네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할 것 없이 서로의 위대함을 존중하며 살아야겠다. 평범한 하루를 보낸 당신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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