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마주하기 싫은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될 때

by 박종현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불쑥 흔들리는 순간이 있다.

나도 그런 순간을 몇 번 겪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갈등이나 의견 차이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나를 흔든 것은 그 상황 자체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내밀한 이유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두려움은 대부분 내가 감추고 싶던 모습이 드러났다고 느낄 때 찾아왔다.

사건보다 그 사건이 비춘 나의 단면이 더 불편했다.

그 불편함이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나는 오래도록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예의를 지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내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 마음 자체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괜찮음’에

나라는 존재 전체를 걸고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내 마음을 찌르면

나는 순간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그 말이 나의 부족함이나 욕망,

혹은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드러냈다고 느낄 때 특히 그랬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내가 붙잡아온 나의 모습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감각이었다.

내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

두려움이 생겨났다.


주위를 둘러보면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겉으로는 상황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내부에서 생긴 균열을 조용히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나친 방어, 불필요한 설명, 의외의 반응은

대개 자기 이미지가 흔들릴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보이고 싶은 나’와 ‘있는 그대로의 나’ 사이에서 산다.

두려움은 그 간극에서 생긴다.

그 간극이 넓어질수록 흔들림도 커진다.

억지로 좁히려 하면 마음은 더 지친다.


그래서 지금 나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지키기 위해 긴장하는 대신

내 안의 여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한다.

부족함도, 흔들림도, 욕망도

내 일부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려 한다.

이 과정이 완벽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마음은 확실히 가벼워진다.


두려움의 본질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된다.

내가 조심스럽게 유지해 온 겉옷에 균열이 생길 때

그 틈에서 두려움이 자란다.


그러나 그 틈을 지나고 나면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두려움을 견딘 만큼

조금 더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가까워졌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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