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조르바

나와는 너무 다른, 그래서 나를 구해준 친구

by 박종현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을 환기시켜주는 사람이 있다.

나와 닮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편안함을 주는 사람.

내가 과하게 진지해질 때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


나에게 그런 존재가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친구를 마음속으로 ‘조르바’라고 부른다.

삶의 리듬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사람이라는 뜻에서다.


그는 키가 크고, 잘생기고, 목소리는 우렁차다.

겉보기에 호쾌할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깊은 지성과 통찰이 있다.

그 지성을 걱정에 쓰지 않고,

두려움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반면 나는 작은 일도 오래 고민하고,

말보다 생각이 먼저 길을 찾는다.

신중함이 나를 지켜준 적도 많지만

때로는 나를 묶어두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이 친구는

마치 다른 별에서 불어온 바람 같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오고,

안정이 익숙해질 만하면 또 모험을 향해 떠나는 사람.


내가 우울하면 그는 호탕하게 말한다.

“아니 원해서 태어난 세상도 아닌데 왜 내 친구를 우울하게 해!

오늘은 내가 살 테니 시원하게 한잔하자!”


그 말투는 대책 없지만

묘하게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우울함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에 내가 짓눌리지 않도록 해준다.


내가 고민을 늘어놓으면

“너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야. 욕을 좀 해!”

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평소 꺼내지 못한 감정을

그 앞에서는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다.


걱정이 지나치면 그는 호통을 친다.

“잘생기고 능력 있는데 뭘 걱정해! 술이나 마시자!”

가벼워 보이지만, 그 속에는

내 가능성을 믿는 그의 진심이 있다.


이 친구를 만나면

그의 생동하는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나에게도 번진다.

산더미 같던 고민이

문득 작은 돌멩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는 남을 돕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에는 늘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나에게 고객을 소개해줄 때도

“최고의 변호사 소개해 주는 거니까 수임료 꼭 잘 받아!”

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퇴장한다.


‘나는 너의 가치를 안다’는 그 믿음이

나를 묘하게 든든하게 만든다.


내가 너무 무거워질 때 가볍게 해주고,

내 마음이 짓눌릴 때 숨 쉴 여지를 만들어주는 친구.

그는 내 마음을 여러 번 구해준 사람이다.


내가 그에게 배우는 건 단순한 유쾌함이 아니다.

삶을 너무 무겁게만 들여다보지 않는 태도,

가볍고 자유롭게 하루를 건너가는 용기,

주변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에게 연락한다.


“뭐해? 오늘은 내가 산다. 시원하게 한잔하자!”

작가의 이전글카페 사장님께 배우는 일을 대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