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대하는 그 순수함에 대하여
아침형인 나는 대개 조금 이른 하루를 시작한다.
아직 정적이 가시지 않은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습관처럼 회사 앞 단골 카페에 들른다.
이른 시간 문을 연 곳이 드문 탓도 있지만, 굳이 이곳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침 일찍 찾는 손님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건네받을 때면 나는 자연스레 테이크아웃 컵 홀더 위를 바라본다.
그곳에는 사장님의 정갈한 손글씨가 놓여 있다.
“벌써 12월의 시작이네요.
쌀쌀한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올 한 해 마무리 잘하세요.”
처음에는 정교하게 인쇄된 문구인 줄 알았다. 획 하나하나에 흐트러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 늦게 들렀을 때는 그 문장을 볼 수 없었고, 어느 날 아침, 사장님이 네임펜을 들고 컵에 글자를 꾹꾹 눌러 담는 모습을 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인쇄된 활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아침을 응원하기 위해 기꺼이 내어준 한 사람의 시간과 마음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매일 아침 수십 개의 컵에 문구를 적는 일은 결코 가벼운 수고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 정성이 눈에 띄는 성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나조차 한동안은 무심히 지나쳤으니, 누군가는 끝내 알아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장님은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커피를 마시는 이들의 하루가 조금 더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펜을 들었던 것이다.
이 카페에 들어설 때마다 느껴지는 밝은 기운은 단순한 친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하는 일의 끝에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온 것이었다.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건과 서면 사이를 오가다 보면, 일이 때로는 그저 ‘처리해야 할 대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손글씨가 적힌 컵을 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이 짧은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내가 맡은 사건과 사람들 앞에서, 이만큼의 밀도를 가진 진심을 담아내고 있는가.
일의 가치는 타인의 평가나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있지 않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조차 잃지 않는 정성,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작은 온기라도 전하고 싶다는 마음.
카페 사장님의 짧은 문장은 오늘도 말없이 가르쳐 준다.
일을 대하는 가장 순수한 진심이 무엇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