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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Mar 20. 2024

어묵

기차역 근처에 가게가 있었다.

역을 방문하던 사람들에게 국수와 어묵을 팔던 가게였다. 

지하철역에서는 조금 걸어야 했지만, 그리 멀지 않았다. 


평소에는 흥미가 없었다.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내뿜는 사람들의 입김에 여기저기 하이얀 구름 꽃이 피어나는 계절.

가게 내에 가득한 구름 속 세상은 칼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도원향처럼 느껴졌다. 

같이 있던 친구에게 국수 한 그릇하고 가자고 했다. 

입주위를 가리고 있는 목도리를 내리는 것 조차 사치인 것처럼, 

친구는 별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국수 2그릇이요.

바람을 막던 거친 질감의 포장마차 천막을 걷으며 주문을 했다. 

잠시 주저하다, 

후루룩 거리며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대충 빈자리를 잡고 앉았다.


소면을 뜨거운 물에 빠르게 삶아내어, 

이미 따뜻하게 데워진 멸치 육수에 담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집어먹는 어묵꼬치들 중에서 

두개를 꺼내 꼬챙이를 잡아 뺴고는 국수 위에 포개준다. 


국수과 어묵의 조합은 처음이었던 터라 생소했다만, 

뜨거운 어묵 한입 베어먹으니 잡념이 모두 사라졌다. 


추위와 배고픔이 조금 사라지자 그제야 주위를 둘러본다.


일과를 마친시간.

천막 밖 몸을 잔뜩 움추린 채 귀가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시간


한발짝 떨어진 그 장소에는 

서서 어묵을 먹는 사람들

구석에 앉아 국수 위 데어진 어묵을 베어먹는 사람들

국수 한 젓가락을 집어 올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차가워진 손으로 그릇을 잡고서 입에 가져다 댄다.

입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국물 한모금을 마신다.

얼어버렸던 몸도 마음도 녹아내린다.


텅 빈 공간에 따스함이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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