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시작, 치열한 마무리
“변호사는 매일 밤을 새운다면서요?”
이런 질문을 가끔 듣는다. 아마 드라마 속 장면들 때문이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적어도 나는 다르다.
나는 아침 잠이 많고, 밤에 업무를 집중하는 "올빼미형" 인간이다. 그래서 내 하루는 아침 9시에 시작된다.
나는 아침 9시 쯤 일어나서, 10시 쯔음 사무실에 도착하는 생활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삭막하고 힘든 로펌 생활이지만, 그나마 장점이라고 한다면 로펌은 근태에 유연한 조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자율성에 따르는 책임감도 크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결했느냐'이기 때문이다.
급한 업무가 있는 날에는 새벽부터 출근해야 할 수도 있고, 밤샘 근무를 1~2주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주간에는 조금 여유로운 생활도 가능하다. 이처럼 변호사들의 생활은 그 업무 특성상 근태에 상당히 유연할 수 밖에 없다.
오전 10시, 오늘도 커피와 판결문부터
출근 시 루틴은 거의 비슷하다. 회사 지하에 있는 카페에서 반드시 모닝 커피 한잔을 마시고,
메일을 확인하면서 업무를 시작한다. 간단한 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워밍업을 해준 다음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간다.
변호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판례 리서치이다.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쟁점이 된 최근 항소심 판결, 구내약국 개설 제한 관련 결정, 특허무효심판 사건에서의 최신 심결례 등을 훑는다.
제약바이오 분야는 과학, 그리고 규제의 언어가 법률이라는 공간에서 충돌하고 만나는 영역이다.
이 미묘한 교차지점에서 실무를 하려면, 규범과 기술 양쪽에 대한 감각이 모두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약업신문', '데일리팜', '데일리메디'와 같은 의료제약 신문과 함께,
'법조신문', '법률신문', '특허뉴스' 등 법률 신문도 함께 구독하고 있다. 이는 제약바이오 및 의료분야
전문 변호사로서 나아가야겠다고 결심한 다음부터 꾸준히 가져가고 있는 나의 루틴이기도 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답을 만들어내는 시간'
이메일은 끊임없이 들어온다.
"이 의무기록은 조작된 것 같은데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특허에 대한 회피 전략 설계가 필요합니다."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예후에 어떤 인과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의뢰인들의 질문 하나하나가 변호사에게는 큰 숙제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논점을 압축하고, 근거를 정리해 메일로 답변한다.
실제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건 ‘글을 쓰는 일’이다. 논리적으로 단단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문장을 버리고, 다시 쓴다. 반복된다.
오후 2시, 회의는 전략의 출발점이다
회의는 단순한 보고의 자리가 아니다.
의뢰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만드는 과정이다.
의사, 약사, 연구자, 기업 실무자들이 내 앞에 앉아 있는 일도 많다. 이들과의 대화에서는 전문용어가 쏟아진다. 나는 그 말들을 듣고, 정리하고, 법률 언어로 번역해내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내가 가진 ‘전문성’의 실체다.
오후 4시, 기록과 리서치
또다시 기록을 보고 리서치하는 시간이 반복된다.
최근엔 ‘디지털의료제품법’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제도와 기술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내게 중요한 과제다.
실무자는 늘 변화에 앞서 있어야 한다.
한발 늦으면 대응이 아니라 수습이 되고 만다. 그 점에서 나에게 리서치는 생존 전략이다.
정해진 퇴근 시간은 없다. 완결되는 순간이 퇴근이다
로펌 변호사에게 퇴근 시간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어느 날에는 저녁 7시에 나가고, 어느 날에는 11시에야 모니터를 끈다. 하지만 변호사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의 일은 ‘출퇴근 시간’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내가 해결한 문제, 설득한 글, 이끌어낸 결과가 오늘 하루를 증명한다는 걸.
로펌에서의 하루는 반복되지만, 결코 단순하진 않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덜 치열하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괜찮다.
정리되지 않은 문제를 붙들고, 끝이 명확하지 않은 질문에 답을 만들어가는 이 치열한 하루.
아직까지 나는, 그 안에서 살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서울 곳곳에서 야근을 하시는 변호사님들, 그리고 직장인분들 오늘 하루도 파이팅하시길 바란다.
변호사/변리사/약사/미국 회계사(Maine)시험 합격
제약바이오 전문 변호사 이일형(ilhyu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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