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서 내가 지키고 싶은 것

by 이일형 변호사

“정의는 항상 한쪽에만 있는 걸까.”

로펌에 막 들어갔을 때, 선배 변호사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때는 법정이라는 공간이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나누는 곳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고, 지금까지도 자주 떠오른다.

변호사는 항상 옳은 편에 설 수 있을까.
그보다는 어떤 사건 앞에서도 옳으려는 태도를 놓지 않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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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감 – 논리를 넘어 마음을 읽는 일

사건을 처음 맡을 때 나는 먼저 듣는다.
말이 부족해도 괜찮고, 침묵이 길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눈빛이나 호흡 같은 것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소송이나 형사사건처럼 감정이 큰 사건일수록,
법률적인 언어보다 먼저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논리는 중요하지만, 결국 논리도 공감에서 시작된 언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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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뢰 – 말보다 태도에서 나오는 것

한 번은 의뢰인이 이런 말을 했다.
“변호사님은 말보다 태도에서 믿음이 느껴졌어요.”

그 말을 들으며 신뢰는 설명해서 쌓는 게 아니라
태도와 일관성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거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불확실한 상황이 많아질수록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흔들리지 않는 등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나 자신에게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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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제 – 싸움을 부추기지 않는 용기

변호사는 싸우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다툼을 조정하고 갈등을 대리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 좋은 변호사는 싸움을 줄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때로는 강하게 주장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는 게 더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소송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고,
때로는 감정을 자극하기보다 설득이 필요한 순간도 많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절제라는 힘이다.
그리고 절제는 결국, 내가 어떤 방향을 택할지에 대한 태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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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 변호사이기 전에, 사람으로

법은 사람을 위한 도구다.
그래서 변호사라는 직업은 기술보다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모든 사건이 명쾌한 결론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지켜야 할 덕목은 분명하다.
공감, 신뢰, 절제.
이 세 가지를 잃지 않으면,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을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좋은 변호사인가.”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려 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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