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출신 변호사들이 대형로펌에서 많이 보이는 이유

변호사 수 4만명 시대, 특화된 변호사가 각광 받는 시대의 개화

by 이일형 변호사

# 약사 출신 변호사들이 대형로펌에 많이 있는 이유


최근 몇 년간 대형 로펌을 둘러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 면허를 취득한 후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해 변호사가 된 '약사 출신 변호사'들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걸까?


# 첫 번째 이유: 제약·바이오 산업의 폭발적 성장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지난 1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K-바이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이들과 관련된 법적 업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법적 이슈가 일반적인 상법이나 민법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부터 임상시험, 허가, 특허, 기술이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법리만 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제약산업 지식이 있어야 비로소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 두 번째 이유: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


"변호사는 많지만, 제약 분야를 제대로 아는 변호사는 드물다"


한 대형 로펌 파트너의 말이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관련 사건을 맡게 되면, 의뢰인과의 첫 미팅부터 차이가 난다. 약사 출신 변호사는 클라이언트가 설명하는 기술적 내용을 즉석에서 이해하고, 법적 쟁점을 정확히 파악한다. 반면 일반 변호사는 기초 개념부터 하나하나 설명을 들어야 한다.


특히 특허 분쟁이나 기술이전 계약에서 이런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약물의 작용기전, 제형기술, 생산공정 등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진정한 법적 조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세 번째 이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국제적 수준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FDA 승인 절차, 유럽 의약품청(EMA) 대응, 국제 특허 전략 등 모든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약사 출신 변호사들은 독보적인 강점을 보인다. 국내외 규제 환경을 모두 이해하고 있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상에서도 기술적 디테일까지 논의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한 명이면 충분한' 전문가인 셈이다.


# 네 번째 이유: 미래를 내다본 선택


똑똑한 약대생들이 굳이 다시 3년간 로스쿨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이미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 그리고 이 분야에서 법률 전문가의 역할이 핵심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실제로 현재 대형 로펌의 제약·바이오 팀을 이끄는 파트너 중 상당수가 약사 출신이다. 그들은 단순히 법률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까지 깊숙이 관여한다.


# 전문성이 곧 경쟁력인 시대


결국 약사 출신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문성이 곧 경쟁력인 시대에, 그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법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 단순히 법만 아는 변호사로는 한계가 있다.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문 법률 서비스야말로 진정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약사 출신 변호사들의 성공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전문성을 기르고, 융합적 사고로 접근할 때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제약·바이오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관련 법률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약사 출신 변호사들이 있을 것이다. 전문성이라는 무기로 무장한 그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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