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전문 변호사가 말하는 소송, 준비서면 현실 조언
제 지인들은 변호사인 저에게 간혹 이런 질문들을 하시고는 합니다.
법정에 가면 드라마나 영화처럼 변호사끼리 계속 말로 서로의 주장을 하느냐?
즉, 구두로 변론 다툼을 하는지 여부를 궁금해 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민사 재판 소송은 서면 공방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다수입니다.
이번에는 민사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싫어하는 서면, 행동에 대해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첫 번째, 긴 서면입니다.
민사소송규칙 제69조의4(준비서면의 분량 등) 제1항에는 “준비서면의 분량은 30쪽을 넘어서는 아니 된다.” 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사무래도 서면이 너무 길어지게 되면, 상대방 측은 물론이고 판사 입장에서도 쟁점 파악이 어렵고,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글씨 크기를 작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면을 길게 쓰는 방법이 있지 않겠냐고 궁금증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요.
민사소송규칙 제4조(소송서류의 작성방법 등) 제2항에는
“소송서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음 양식에 따라 세워서 적어야 한다.
2. 글자크기는 12포인트(가로 4.2㎜×세로 4.2㎜) 이상으로 하고, 줄간격은 200% 또는 1.5줄 이상으로 한다.” 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처럼 너무 긴 서면, 방대한 내용을 담은 준비서면은 지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 당사자가 작성한 서면입니다.
제가 법정에서 제가 대리하는 사건을 기다리다 보면, 앞 사건의 진행을 간접적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당사자가 직접 사건을 진행하는 이른바 ‘나홀로 소송’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도 상대방 측으로 나홀로 소송을 하는 경우롤 가끔 보게 되는데, ‘아, 이건 변호사 지인이 서면에 대해 조언을 해준건가?’ 싶을 정도로 잘 정리해서 제출하는 준비서면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법연수원 또는 로스쿨에서 정형화된 서면의 방식을 배운 변호사들이 제출한 서면과 당사자가 작성한 서면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독성 떨어지는 부분, 쟁점 파악이 어려운 부분 등으로 인해 당사자가 작성한 서면을 비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감정적인 서면입니다.
소송까지 왔을 정도면 당사자간 안 좋은 감정이 많이 쌓여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서면에 쓸 수는 있겠지만, 너무 감정에만 치우친 서면은 비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무맹랑한 주장", "소송사기가 의심된다" 등의 표현을 보면, 사건의 쟁점과는 무관한데, 감정으로만 너무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판사가 싫어하는 서면에 대해 말씀드려보았고, 다음으로 판사가 싫어하는 행동 두 가지에 대해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네 번째, 벼락치기 행동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재판은 말이 아닌 서면으로 다투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판 전날 또는 재판 당일 아침에 서면을 내는 경우, 즉 벼락치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하는 경우에도 종종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면을 내면 담당 판사가 확인할 시간이 없습니다. 미리 제출해야 판사도 검토하고 당사자들에 대한 질문사항을 준비할 수 있는데, 그런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변론기일에 너무 감정적이거나 말을 많이 하는 경우입니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화난 것을 판사에게 그대로 전달하려고 하는 유형입니다. 판사도 사람인지라 화가 난 감정을 그대로 전달 받는 것을 좋아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민사 재판에서 판사가 싫어하는 서면, 행동에 대해 말씀드려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