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인 계약갱신청구권 거절 가능 여부, 대법원이 논란 정리
부동산 전세가나 매매가의 급등으로 '벼락거지', '영끌' 이라는 말이 나왔던 것도 엊그제 같은데, 최근에는 '영끌'하여 부동산을 매입한 매수자들이 집값의 폭락과 대출이자 문제로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급급매로 내놓거나 전세세입자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전세계약을 연장하는 등(이른바 역월세)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심리적, 경제적 압박으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일명 '임대차3법' 때문에 전세계약갱신이나 임대인의 실거주, 그리고 전세보증금 인상 등의 사안으로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의견충돌이나 애매한 유권해석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 임대차3법 관련하여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 선고되어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했더라도, 임대인이 변경되었다면, 새로운 임대인이 실거주 목적 계약갱신 거절 가능?
얼마 전 2018년 1월부터 2022년 8월 사이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서 이루어진 상담의 항목별 비중 통계자료가 발표되었습니다.
임대차 계약해지나 계약서 내용상 분쟁, 그리고 보증금 회수 등 다양한 전월세 관련 분쟁 항목 중 무려 38%가량이나 되는 비중을 차지한 분쟁은 바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관련한 분쟁 상담이었다고 할 만큼 계약갱신요구권에 대한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입장차가 큰 것 같습니다.
최근 제가 상담한 사건 중, 내용을 각색하여 잠시 소개해드리자면,
송도 지역에 아파트를 매수하고자 계약금까지 지급한 상태인 의뢰인께서는 아직 계약금만 지급하고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인중개사로부터 "임차인이 지난 달에 계약갱신을 요구하였는데 이 부분을 매도인이 깜박하고 말씀드리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는 취지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의뢰인께서는 제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먼저 요구한 이상, 아무리 의뢰인께서 '실거주'를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수한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먼저이기 때문에 의뢰인께서는 해당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아파트를 매수해야 할지, 매수하지 않고 계약을 중단한다면 매도인측 과실로 계약금의 2배를 반환받을 수 있을지 법률자문을 의뢰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전세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가 먼저였다면, 실거주 목적으로 부동산 매수하더라도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을까?
계약갱신요구권의 경우 임대인이나 임차인 양측 모두에게 있어 '실제 거주'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예민한 사안일 수밖에 없고, 임대차3법이 시행된 지 불과 2년여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분쟁에 대한 법원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분쟁이 심화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급심 법원의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및 임대인의 실거주와 관련하여 각각 다른 입장의 판결을 선고하여 혼란을 가중시킨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1) 임차인이 먼저 계약갱신을 요구했더라도, 새로운 매수인은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서울동부지방법원)
: 작년에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임차인이 아파트의 전 주인에게 먼저 '계약갱신'을 요구하였는데 전 주인이 새로운 매수인에게 아파트를 매매하고 소유권등기까지 이전하였고, 새로운 집주인인 매수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한 사안에 대하여 재판부는 "주택이 양도된 후 새로운 집주인은 주택의 소유권은 물론이고 임대인으로서의 임대차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 따라서 임대인의 '계약갱신거절권'까지 승계한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아무리 임차인이 먼저 전 주인에게 계약갱신 의사를 밝혔더라도 새로운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종료를 통보하였다면 임차인은 계약종료시점에 맞춰 새로운 집주인에게 주택을 인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임대인 승소판결을 내린바 있었는데요,
(2) 임차인이 먼저 계약갱신을 요구했다면 새로운 매수인은 계약종료 및 부동산의 인도를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 반면 비슷한 시기에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위와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실거주를 이유로 한 계약갱신거절권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에게 있는 것이고, 임차인이 계약갱신 의사를 표시하면 바로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취지로 판단,
임차인이 먼저 전 주인에게 계약갱신 의사를 밝혔다면 새로운 집주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의사를 먼저 양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없다는 내용의 임차인 승소판결을 내린바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와 관련하여 이번에 '대법원'의 입장이 명확히 선고된 판결이 있었습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한 계약갱신 거절 가능여부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만을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의 파기, 환송하였는데요.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계약갱신요구에 대해 거절할 사유가 발생한 때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호하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중에 있었다고 한다면 이 새로운 사유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외에도 구체적인 정황상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요구했을 당시 이미 매도인과 매수인간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고, 계약갱신에 동의한다는 통지를 매도인이 임차인에게 하지 않은 점, 그리고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직후 임차인에게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다는 통지를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원심은 매수인인 원고들이 정말로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지, 또 주택임대차법에서 정한 기간 내에 임대인이 계약종료 의사를 밝혔는지 등을 확인하고 이를 심리, 판단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며
새로운 집주인이자 임대인측의 주장을 인정, 임대인측 승소판결을 내려 주었습니다.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건물인도 판결 참조)
따라서 인천민사전문변호사 서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요청하신 위 의뢰인의 경우,
설령 현재 임차인이 계약갱신 의사를 밝힌 상태라 하더라도 아직 임대계약기간이 종료하기 2~6개월 전의 기간에 있고(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참조), 이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에 대하여 동의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매매계약 사실에 대해 통지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매수 예정자인 의뢰인으로서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임차인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하고 부동산을 인도받을 수 있을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위 사례와 같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과 관련하여 갈등이나 분쟁을 겪고 계신 분들께는 오늘 소개해드린 판례를 참고하시고 보다 자세한 분쟁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민사전문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하시어 현명하게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