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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변잡기 Jul 15. 2024

육아의 패러독스

사회적 도전과 개인적 성장의 교차점

아침 7시,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나는 눈을 뜬다.


옆에서 잠든 아내의 얼굴을 잠깐 바라본다.


그녀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어제의 격무를 말해주는 듯하다.


조용히 일어나 아이들 방으로 향한다.


10살 큰딸과 6살 작은딸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다.


이 고요한 순간,


나는 오늘의 전쟁을 준비한다.     


전쟁이라는 표현이 과하다고?


아니다.


육아는 전쟁이다.


아침 식사 준비부터 시작해 아이들을 깨우고, 씻기고, 옷 입히고, 가방을 챙기는 과정은 그야말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전투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우리 부부가 직장에 늦지 않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일상이 단지 우리 가정만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이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 현실의 중심에는 '육아'라는 거대한 과제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내 절친한 친구가 셋째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마주하게 될 도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세 아이의 엄마,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그녀는 어떻게 이 모든 역할의 균형을 잡아갈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육아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그 중심에 육아 문제가 있다.


육아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의 정책들은 대부분 단기적이고 표면적인 해결책에 그치고 있다.


금전적 지원 확대, 보육 시설 증설 등의 정책들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와 인식에 있다.


여전히 육아의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


직장에서는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당연시하며, 남성의 육아 참여는 '도와준다'는 식의 보조적 개념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커리어와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나 역시 이런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아내가 아이들을 위해 휴직을 고민할 때, 나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


육아는 부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몫이며, 더 나아가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첫째, 기업 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확대, 육아휴직 의무화 등을 통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양질의 보육 서비스 제공, 아빠의 육아 참여 촉진 등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육아를 여성만의 책임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작은 변화를 시작한다면,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클 것이다.


직장에서 육아 중인 동료를 배려하는 것, 가정에서 육아 분담을 실천하는 것, 사회적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여기서 잠시 육아의 다른 측면, 즉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육아는 분명 힘들고 때로는 좌절감을 주는 과정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강력한 촉매제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인내를 배운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을 익힌다.


아이의 첫걸음마, 첫 단어, 첫 학교 가는 날 등 모든 순간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개인적 성장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더 나은 사회 구성원으로 만든다.


육아를 통해 우리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을 키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고하는 법을 배운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성숙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내 친구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세 번째 아이를 갖기로 한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개인의 결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하나의 도전장이다.


그녀의 선택이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치켜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그녀와 같은 이들이 겪게 될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서 나는 그녀에게,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놓인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의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것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야. 네가 겪게 될 어려움과 기쁨은 우리 모두의 것이야. 우리는 너와 함께 이 여정을 걸어갈 거야. 네가 직장과 가정에서 보여줄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거야.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육아는 개인의 삶과 사회의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도전을 제시하지만, 동시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이 도전을 통해 더 나은 개인,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때로 좌절하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간다면,


이 여정은 우리 모두를 더 강하고, 더 지혜롭고, 더 따뜻한 존재로 만들어줄 것이다.


육아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하고, 웃고,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부모,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육아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동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직장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실천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육아'라는 도전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 모두가 이 책임을 함께 나누고, 이 여정을 함께 걸어갈 때,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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