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갈음결정에 대하여 복수의 피고 중 1인만이 이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복수의 피고 중 1인만이 이의한 경우, 위 결정은 언제나 원고와 나머지 피고 간에는 확정이 되는 것일까?>
1. 사건의 개요
D 보험회사는 가스폭발사고로 피해를 입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위 가스폭발사고의 발생에 책임이 있는 가스공급업자 A와 A와의 사이에 가스사고배상책임보험계약(소비자보장책임보험특약이 포함된)을 체결한 K 보험회사를 상대로 구상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건은 조정에 회부되었고, 상임조정위원은 굴지의 대형 보험회사인 K사를 피고 본인 겸 원고의 조정참가인으로 위 조정에 참가하도록 한 후,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다.
"1. 피고들은 연대하여 2019. 11. 15.까지 원고에게 OOO만 원, 조정참가인 K에게 OOO만 원을 각 지급한다. 만일 이를 지체하는 경우에는 각 미지급금에 대하여 2019. 11.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한다.
2. 원고 및 조정참가인은 각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
3. 조정참가인은 이 결정 확정일로부터 3일 내에 이 법원 2019가소OOOO 사건의 소를 모두 취하하고, 피고들은 이에 동의한다"
위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피고 K만이 이의신청을 하였다(피고 K는 위 주문 3항 기재 사건의 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본안으로 넘어간 후, 위 사건에서 가스공급업자 A를 대리한 필자는 제1차 변론기일에 '이 사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해 피고 A는 이의 하지 않았으나 결정사항이 피고 K의 수용을 전제로 하므로 피고 A 부분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어야 한다'고 진술하였고, 원고와 피고들은 제2차 변론기일에 '이 사건에 대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피고 A의 주장과 관련하여 이 사건 소송을 본안 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하여 이의 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막상 본안 재판이 피고 K에게 매우 불리하게 전개되자(위 사건은 원고의 청구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다툼이 없고, 피고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는 사건이었다), 피고 K는 종전의 자신의 위 진술을 뒤집고, 재판 말미에 이르러 위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중 원고와 피고 A에 대한 부분은 확정되었으므로 위 부분에 대해서는 소송종료선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쟁점
통상공동소송의 경우 공동소송인은 각자 재판상 화해는 물론 청구의 포기·인낙·취하 등의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데, 위 사안에서 원고와 피고 A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각각 송달받고도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와 피고 A 사이에서는 위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지의 여부가 쟁점이다.
3. 관련 법리 및 필자의 반박
그러나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다57872 판결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서 분리 확정을 불허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 결정에서 정한 사항이 공동소송인들에게 공통되는 법률관계를 형성함을 전제로 하여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경우 등과 같이 결정 사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에 분리 확정을 허용할 경우 형평에 반하고 또한 이해관계가 상반된 공동소송인들 사이에서의 소송진행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본문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분리 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고, 비교적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4다75202 판결 역시 “민사소송법 제70조에서 정한 주관적ㆍ예비적 공동소송에는 민사소송법 제67조 내지 제69조가 준용되어 소송자료 및 소송진행의 통일이 요구되지만, 청구의 포기ㆍ인낙, 화해 및 소의 취하는 공동소송인 각자가 할 수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그 결정에 대하여 일부 공동소송인이 이의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그 공동소송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될 수 있다. 다만,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서 분리 확정을 불허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 결정에서 정한 사항이 공동소송인들에게 공통되는 법률관계를 형성함을 전제로 하여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경우 등과 같이 결정 사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분리 확정을 허용할 경우 형평에 반하고 또한 이해관계가 상반된 공동소송인들 사이에서의 소송진행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본문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분리 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법리는 이의신청 기간 내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화해권고결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필자는 위 대법원 판례를 원용하면서, 위 결정의 내용은 그 성격상 분리 확정을 불허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위 결정에서 정한 사항이 공동소송인들에게 공통되는 법률관계를 형성함을 전제로 하여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경우 등과 같이 결정 사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에 분리 확정을 허용할 경우 형평에 반하고 또한 이해관계가 상반된 공동소송인들 사이에서의 소송진행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본문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결정에 대해서는 분리 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위 결정에 대하여 피고 K만이 이의신청을 하였다 하더라도 위 결정은 원고와 피고들 모두에 대하여 확정되지 않고 사건은 소송으로 복귀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는 위에서 언급한 변론조서 기재에 의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주장하였다.
4. 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필자의 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피고 K의 주장과 같이 볼 경우 이는 민사조정제도의 취지나 조정절차의 진행 내용,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한 경위 등에 비추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원고와 피고 A 사이에 위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적법하게 확정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 K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필 것도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피고 K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5. 기타
위 사안에서 피고 K는 관련 법령 및 약관의 면책조항을 들어(위 가스폭발사고는 '가스공급자와 사전 협의 없이 가스공급자 소유의 설비를 임의로 철거하거나 변경하여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소비자보장책임보험에 있어서는 면책된다는 주장), 자신이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대물 보험금의 한도액은 3억 원이라고 주장하였으나(피고K는 지난 번에 필자가 언급하였던 사건에서 패소한 후에 진행되었던 또 다른 위 별소에서 위와 같은 면책 주장을 새롭게 펼치기 시작하였다), 필자의 반박으로 위 면책 주장 역시 배척이 되었고, 연이은 소송에서 거듭 법원은 피고 K가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대물 보험금 한도액은 6억 원이라고 판시하였다.
6. 소송 경과
필자가 대리하였던 A의 경우 주문상으로는 패소를 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승소를 하였기에, 항소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피고 K는 얼마든지 항소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항소심에서의 승소가능성 여부를 떠나, 일단 불복 자체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피고 K가 항소를 하였는데 피고 A는 항소를 하지 않은 경우 원고와 피고 A간의 판결 부분은 분리 확정되어 이심이 차단되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피고 K가 또 무슨 기상천외한(?) 주장을 펼친다한들 이를 피고 A가 소송의 당사자로서 반박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게 될 우려가 있었다.
위와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필자는 일부러 피고 K의 대리인이 판결문을 송달받은 것을 확인한 후 그로부터 이틀 후에 판결문을 송달받았다(피고 K위 항소 제기 여부를 본 후에, 피고 A의 항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피고 K의 항소기간 말일이 하필 설 연휴와 겹치게 된 것이었다(그 경우 항소기간의 말일은 연휴의 익일이 된다). 결국 피고 A의 항소기간과 피고 K의 항소기간이 같아지게 되었다.
피고 A가 항소를 먼저 또는 미리 제기할 유인은 전혀 없었으므로, 일단 항소기간 말일의 일과 시간까지 피고 K가 항소를 제기하는지 여부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저녁 6시, 7시, 8시, 심지어 9시가 되도록 피고 K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물론 K사 내부적으로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이 결정이 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피고 K가 부려온 수 많은 꼼수를 생각했을 때, 위와 같이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였고, 필자는 피고 K가 밤 12시를 몇 분 정도 남겨놓고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였다(항소제기는 항소기간 말일 밤 12시까지 가능하며, 전자소송으로 항소장을 제출하는 경우 밤 12시 몇 분 전에 제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피고 K가 가장 원하는 것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피고 K만이 항소를 하여, 항소심에서 더 이상 필자가 피고 K의 말도 안되는 주장을 반박하지 못하도록 소송구조상 입막음을 해놓고, 항소심에서 어떻게든 피고 K만의 일방적이고도 교묘한 주장으로 항소심 재판부를 현혹시켜 1심 판결을 한번 뒤집어 보기 위한 시도를 해보는 것일 거라고 필자는 생각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피고 K는 피고 A, 즉 필자에게 마치 자신들이 항소를 제기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필요하였을테고(일반적으로는 항소를 제기하는 경우 일과 시간 중에 항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통례임에도, 일과 시간이 지나도록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필자가 피고 K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잠자리에 든 후에, 즉 밤 12시에 임박하여 항소장을 제출하려고 계획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밤 9시경 의뢰인에게 전화하여, 위와 같은 필자의 동물적인 촉(?)과 생각을 말하고, 밤 11시 55분까지 기다려보고 그 때까지 피고 K가 항소장을 제출하면 그 즉시 우리도 항소장을 제출하고, 만일 피고 K가 밤 11시 55분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밤 11시 59분에 피고 K가 항소장을 제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일단 우리는 밤 11시 55분경에 항소장을 제출하고 다음날 피고 K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이 되면 항소취하를 하기로 하였다.
의뢰인과 협의한대로, 필자는 전자소송 사이트에 로그인한 후 늦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밤 11시 54분까지도 피고 K는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역시 의뢰인과 협의한대로 일말의 가능성조차 남기지 않기 위해 밤 11시 55분경에 미리 작성해둔 우리 측 항소장을 제출하려고 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피고 K가 밤 11시 55분에 항소장을 제출하였다는 법원의 알림 문자였다(이럴 줄 알고, 미리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문자 알림 서비스 신청을 해두었다).
역시 끝까지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굴지의 대형 보험회사 K였다.
혹시라도 서버 오류나 전산 장애가 나면 제 때 접수가 안될 수도 있기 때문에, 5분이 남아있었지만 서둘러 항소장을 제출하였고 우리 측 항소장은 11시 56분에 제출이 완료되었다.
그 후 우리 측은 항소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하였는데,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피고 K는 항소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하지 않았고, 법원의 보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보정기한의 말일이 되도록 항소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자신들만 항소한 경우라야 그나마 일말의 가능성이 있을텐데, 내가 같이 항소를 해버리는 바람에, 항소심에서 도저히 원심 판단을 뒤집을 자신이 없어서 항소취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보정기한 말일 오후 4시경까지도 항소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곧 항소취하서를 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오후 5시 36분에 피고 K는 항소취하서를 제출하였다.
의뢰인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한 후, 우리도 오후 5시 53분에 항소취하서를 제출하였다(항소 인지대도 환급 받았음은 물론이다).
결국, 위와 같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위 1심 판결은 확정이 되었고, 굴지의 대형 보험회사 K도 연이은 소송(지난 번 항소심 사건에 이어 금번 1심 사건)에서 거듭 패소하고 자신들의 항소취하로 위 소송까지 패소확정이 되자, 이제서야 가스폭발사고 피해자들(수십명에 이른다)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 금액을 알려달라고,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이에 놀란(?) 피해자들이(위 가스폭발사고는 2018년 1월에 발생한 사고인데, 보험회사 K의 보험금 지급 거부로 인해, 수 많은 선의의 피해자들이 지난 4년간 제대로 된 배상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지내오고 있었다) 이제 와서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최근에 법원 판결로 보험금이 6억 원으로 확정이 되어서, 이제 보험금을 지급하려고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사필귀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7. 남은 소송
피고 K가 이제 와서 6억 원의 보험금 지급만으로 손을 털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피고 K는 마땅히 제 때 지급이 되었어야 함에도 피고 K의 부당한 지급 거절로 인해 이행이 지체된 지난 수년의 기간 동안의 지연손해금 상당도 지급을 해야 한다.
피고 K의 약관에 의하면 위 지연손해금은 고율의 '복리'로 지급하게 되어 있다.
이미 필자는 A를 대리하여, 피고 K를 상대로 위 6억 원에 대하여 '복리'의 이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 상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피고 K는 꿀이라도 먹었는지 위 소장을 송달받은 지 한 달 이상이 경과되었음에도 아무런 답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위 지연손해금까지 한 푼도 남김없이 모두 받아내어, 불의의 사고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들이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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