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달 전, 중학생이었을 때부터 내가 멘토링을 해왔던 어느 한 여대생의 어머니로부터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자기 딸이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모 전공서적 스캔본 파일을 단돈 6천 원을 받고 팔았는데, 알고 보니 위 파일을 구매한 사람은 다름 아닌 위 전공서적의 국내 출판사 직원이었고, 그 직원이 말하기를, 증거수집을 위해 구매를 한 것일 뿐, 판매 글을 내리고 대금을 반환하면 학생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하였다는 것이었다(위 커뮤니티를 형사 고소할 것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위 학생은 즉각 6천 원을 돌려주었고, 판매 글도 바로 삭제를 하였다. 그런데 위 출판사(정확하게는 위 전공서적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 지사 법인)는 약속을 어기고 위 학생을 포함한 수십명의 대학생들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를 하였고(위 커뮤니티와 함께), 경찰로부터 위 저작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하여 연락이 왔다는 것이었다.
담당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파악을 해보니, 경찰에서도 수십명의 대학생들까지 형사 고소를 한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이 되어, 고소 대리인인 모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대표변호사가 직접 수임하여 담당하는 사건이었다)에게 수 차례나 고소 취하를 권유하였으나(심지어 팀장과 수사과장까지 나서서 고소 취하를 권유하였음에도), 위 대표변호사는 절대 고소 취하를 할 생각이 없다고 하면서 끝까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였고(위 담당 수사관 말로는 "말이 통하지 않는 변호사"라고 하였다) , 결국 경찰에서도 할 수 없이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였다.
큰 일이었다. 위 학생이 잘못한 것이 분명하였고, 만일 합의가 되지 않거나 고소인이 고소 취하를 하지 않는다면, 위 학생은 형사 전과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더욱이 위 학생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시험에 합격한다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임용이 안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직접 설득해 볼테니 얼마 간의 시간 말미를 달라고 담당 수사관에게 요청을 하고는, 위 법무법인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담당 직원에게 메모를 남겼음에도 다음 날까지 콜백이 오지 않았다.
2. 더 기다릴 수가 없어서, 위 학생에게 접근하여 스캔본 파일을 구매한 출판사 직원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실실 웃으면서 대뜸 한다는 말이, 할 말 있으면 자기 변호사한테 연락을 하라고 하면서, 매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위 학생이 실정법을 어긴 것이 분명하므로,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피해자로서 법적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자각한 것에서 기인한 오만한 태도였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등한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한데, 가능한 첫번째가 '돈에 의한 균형'이고, 두 번째가 '권력에 의한 균형',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대다수의 보통 사람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이 바로 '법에 의한 균형'이다.
나는 위 사건에서 상대방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적극 공략하여, '법에 의한 힘의 균형'을 맞추어야한다고 생각하였고, 위 담당 직원이 보이는 오만한 태도에 화도 났지만, 최대한 감정을 누그러 뜨리면서 어떠한 경위로 위 학생에게 접근하여 스캔본 파일을 구매하게 된 것인지 상세한 사실관계부터 차근차근 확인을 하였다.
장시간의 통화 끝에, 위 출판사 담당 직원이 자기 회사 전무 아들, 친구, 지인 등 위 학생이 소속되어 있는 대학과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자들로부터 위 커뮤니티에 접속할 수 있는 ID와 비밀번호를 빌린 뒤, 위 커뮤니티에 임의로 접속을 하고는 마치 위 대학 소속 학생인 것처럼 가장을 하여 다수의 학생들에게 접근을 한 후 위 전공서적 스캔본 파일을 구입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할 때 위와 같은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 위 사실관계 확인 직후, 나는 위 직원에게 위와 같은 행위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음을 알리면서, 나는 최대한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원하는데, 만일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 부득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당신과 당신 회사 전무 아들, 당신 친구, 당신의 지인, 그리고 당신에게 이 모든 일을 사주한 위 전공서적 저작권자인 한국 법인 지사 대표와 출판사 대표 등을 모조리 형사 고소(정확히는 '고발'이다)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렇지 않아도 경찰에서 연락이 와서 자신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빌려준 자들의 인적 사항을 물어보았고, 현재 경찰로부터 그들에게 연락이 가고 있어서, 자신이 큰 곤경에 처하여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자신의 상사인 전무님의 아들에게까지 연락이 가고 있어서 너무도 곤혹스럽다는 것이었다. 나는 위와 같은 위법한 채증행위를 위 직원 스스로 하였을 리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누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위법하게 증거 채증을 하라고 위 직원에게 지시하였는지를 물어보았는데, 놀랍게도 고소 대리인인 그 대표변호사가 엑셀 양식까지 만들어주면서, 위와 같이 아이디를 빌려서 그 학교 학생인 것처럼 가장하고 접근하여 스캔본을 구매한 후 해당 내용을 모두 캡쳐하여 자신에게 보내올 것을 지시하였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해당 대화를 모두 녹음하였음은 물론이다). 나는 위 대표변호사도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속히 결자해지를 하지 않는다면 위 정보통신망법 위반 행위 가담자 전원을 형사 고소할 수 밖에 없다고 다시 한번 말하였다(그와중에 결자해지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아 사자성어에 대한 뜻풀이까지 해주었다). 처음에 보였던 고압적인 태도는 온데간데 없어졌고, 이제 자신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는 그 직원에게, 일단 피의자 OOO에 대해서 고소 취하부터 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위 직원이 고소인(한국 지사 법인) 및 고소 대리인에게 제공한 증거(위 사건의 유일한 증거였다)에 대한 소유권은 위 직원에게 있으므로 위 증거의 반환을 고소인 및 고소 대리인에게 요구하라고 하였고, 자신이 채증한 위 증거 사용에 대한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시하라고 하였다. 고소 취하는 자신의 권한 밖이라 고소인(한국 지사 법인) 측 담당자와 그 대리인인 대표변호사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하였고, 후자는 자신에게 그 권리가 있으므로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그 후 위 직원으로부터 고소인 측 담당자의 연락처를 건네 받아 고소인 측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위 과정을 그대로 한 번 더 반복하게 되었고(고소인 측 담당자가 나와의 전화통화 초반에 보인 태도는 더욱 더 고압적이었다), 자신도 자신의 변호사와 상의를 해보아야 한다고 하여, 상의를 해본 후에 직접 연락을 주든 아니면 그 대표변호사가 연락을 주든 연락을 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3.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되었는지, 수일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오지 않았고(그 사이에 고소 대리인 사무실에 수 차례 전화하였음에도 그 대표변호사라는 사람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메모를 남겼음에도 아무런 콜백도 없었다), 결국 위 두 직원에게 동시에 문자를 보내어 "이번주까지 고소취하서 접수하고 동 사본 서류 보내오지 않으면 OOO, OOO, 아이디 무단 대여자 등에 대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형사고소 들어갑니다"고 하였다.
위 문자 발송 후 3분 정도 지났을까.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받아보니 그토록 전화를 기다렸던 그 대표변호사였다.
그런데 그 대표변호사는 내가 자신의 '합의금 장사'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였는지 감정적으로 몹시 격앙이 된 상태였고, 아무리 그래도 수십명의 대학생들까지 형사 고소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나의 말(예의를 갖추어 정중히 말하였다)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반말로 뱉어내며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정말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어서, 위 대표변호사는 나에게 정보통신망법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놈이 어디서 까불고 있냐고 하였고(아주 잘 알지는 못해도 웬만큼은 알고 있다), 잘 모르면 판례라도 찾아보고 공부나 하라고 하면서(이미 다 찾아보았다), 어디 자신 있으면 고소하라고 하여, 나는 아래와 같이 답변하였다. "네 저는 자신 있습니다"
위 말을 듣고 또 혼자서 분노 조절이 안되었는지 다시 마구 소리를 지르더니, 앞으로 다시는 자기 의뢰인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위 대화는 모두 녹음되어 아직도 내 휴대폰에 저장이 되어 있다). '그 변호사가 하지 말라면 내가 안해야 되는 사람인가?'
위 통화가 끝난 즉시 위 두 직원 휴대폰으로 아래와 같이 문자를 보냈다. "ooo 변호사가 고소하라고 하네요. 정확히 원하는대로 해드리겠습니다."
4. 그 다음날 오전에 서울서부지법 재판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02로 시작하는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그 대표변호사 담당 여직원이었다.
어떤 용무로 전화를 하였냐고 묻자, OOO 피의자에 대한 고소 취하서를 접수할테니 합의서를 써줄 수 있냐고 하였다. 어떤 내용의 합의냐고 묻자, 고소인이 OOO 피의자에 대하여 고소를 취하하면, 자신의 의뢰인들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소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합의서 초안을 보내드릴테니 내용을 검토한 후 수정 의견을 달라고 하였다. 이에 내가 왜 그 변호사가 직접 당당하게 연락을 못하고 직원이 대신 연락을 하였냐고 묻자, 대표변호사가 자신에게 연락을 하라고 시켰다고 하였다. 어제 그 대표변호사가 나한테 온갖 반말과 욕설을 퍼부으면서 소리 지른 건 알고 있냐고 묻자, 자세히는 모르는데 대표변호사가 자신이 직접 통화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하며 자신에게 위 내용으로 나와 통화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며 거듭 공손한 태도로 합의를 간청하였다.
참 비겁한 양반이었다. 불과 하루 전에 나보고 자신 있으면 고소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사람이, 바로 그 다음날 여직원 뒤에 숨어서, 자신의 의뢰인들을 고소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조차 직접 할 용기가 없어서 아무 죄 없는 여직원을 시켜서 그 부탁을 하게 하다니...
당초에는 바로 합의서 초안을 보내올 것처럼 말하였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다음날 저녁이 되어서야 합의서 초안이 왔고, 그 내용을 보았는데, 자신의 의뢰인들은 물론이고 변호사 자신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소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명기되어 있었다(그리고 그렇게 반말로 소리를 지르던 사람이 위 이메일 본문에는 "수정 의견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갑자기 높임말을 써서 보내왔다).
그런데 위 내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위 합의 체결 당사자를 고소 대리인인 자신과 나로 해놓은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고소 대리인인 자신과 피의자 OOO의 변호인인 정성영 변호사는 위 합의 체결 권한이 있음을 입증한다라는 황당무계한 문구를 써놓은 것이 아닌가?
자기가 위와 같이 쓰면 그냥 그런 권한이 생기고 입증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어떻게 대표변호사라는 사람이 합의 체결의 기본도 모르고 신참 어쏘변호사도 쓰지 않을 저런 수준 낮은 합의서를 초안이랍시고 써왔는지 정말 놀라웠다. 위 합의서 이면에 있는 그 대표변호사의 속내와 숨은 의도가 무엇일지를 곰곰히 생각하여 보았고, 이윽고 나는 아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첫째, 원칙대로 고소인인 한국 지사 법인이 위 합의 체결의 당사자가 되면, 위 합의서에는 한국 지사 법인의 법인인감이 날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 경우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한 위 한국 지사 법인의 대표가 자신이 저지르게 된 실수와 위법 행위를 알게 될 수 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체면을 구기게 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난 생각했다(즉, 위 한국 지사 법인 대표에게 자신의 실책은 철저히 감추고 그 대신 대충 다른 이유를 둘러대고는 피의자 OOO에 대해서는 그냥 고소취하를 해주자는 식으로 말할 요량으로 보였다). 둘째, 의뢰인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를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을 기재한 합의서를 차마 자신의 의뢰인에게 보여주기가 쪽팔렸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결국 위 두 꼼수를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이틀간 고민한 끝에 자기 딴에는 위와 같은 이상한 형식의 합의서 초안이 그 묘안이라고 생각하여, 말도 안되는 합의서 초안을 보내온 것으로 보였다. 위 숨은 의도를 간파하고는, 위 합의서 초안을 새로 다 뜯어고쳤다. 그 체결 당사자도 대리인이 아닌, 고소인인 한국 지사 법인과 채증을 한 국내 출판사(출판사까지 당사자로 넣어야 출판사 대표도 위 변호사의 위법행위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피의자 OOO 3자로 하였고, 날인도 각 법인 인감 및 인감 도장을 날인하도록 하였으며, 각 법인인감증명서도 첨부하도록 하였다(법인 인감 날인과 법인인감증명서 발급은 대표의 결재 내지 관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위약벌 금액도 상향하여 위 합의 위반시 타방 당사자가 연대하여 위약벌 지급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였다.
위와 같이 수정본을 만들어 메일에 파일을 첨부한 후, 본문에 "수정본"이라고만 써서 위 대표변호사에게 보냈다.
5. 내 예상대로, 위 수정본 내용으로 자신의 의뢰인들에게 날인을 받기가 어려웠는지, 그 후로 시일이 한참 지났음에도 아무 답변도 연락도 없었다. 담당수사관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하면서, 내일까지 고소취하서가 접수되지 않으면 다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하였다(그러나 나는 어떻게든 위 학생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것조차도 경험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이에 나는 그 두 직원과 대표변호사 담당 여직원에게 '최후 통첩'을 보냈다(그 대표변호사는 끝내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노출하지 않아 직접 연락할 수가 없었다). 내일까지 고소취하서가 접수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즉시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다음날 아침에 인편으로 두 법인의 법인인감이 날인된, 그리고 각 법인인감증명서가 첨부된 합의서가 우리 사무실로 전달되었고, 그 대표변호사 여직원이 전화가 와서 말하기를 고소취하서도 방금 제출을 하였다고 했다. 고소취하서 사본을 보내라고 하자 바로 보내왔다.
그래도 확실히 하기 위해 담당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고소취하서 접수 여부를 확인하였고,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실제로 고소취하서가 접수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본 글에서는 그 과정을 축약하여 기술하였지만, 담당 수사관은 약간 과장을 보태어 수십번 가량 나와 통화를 하면서, 위 모든 과정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전해 들었던 터였다. 위 고소취하서의 제출로 인해 피의자 OOO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고소 사건은 공소권없음으로 종결이 되게 되었는데, 담당 수사관이 통화 말미에 갑자기 개인적인 질문 하나만 해도 되냐고 해서 물어보라고 하자 아래와 같이 나에게 말하였다.
"혹시 피의자 OOO이 변호사님 가족이세요?" 왜 그 질문을 하냐고 되묻자, 가족이거나 아주 가까운 친척이 아닌 이상 이렇게까지 열심히 변호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실례되는 질문인 줄 알지만 너무 궁금하여 물어보았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이 중학생이었을 때부터 멘토링을 해온, 가족같은 사람"이라고 답하였다.
6. 나는 위 사건을 맡으면서 변호인 선임료를 받지 않았다. 받을 생각도 없었고 받을 수도 없었다. 그냥 너무나도 큰 어려움에 처한 위 학생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경험조차도 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간절히 기도하면서 노력한 끝에(위 글에는 적지 않았지만 처음 출판사 직원과 통화하기 전에도 나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였다) 위와 같이 공소권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고 난 후, 위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잠깐 사무실로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하였다. 내 앞에 앉은 어머니께서는 편지라고 하시면서 봉투를 내밀었는데 그 봉투에는 편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툼한 현금도 동봉되어 있었다.
편지만 떼어서 받고 돈은 열어보지도 않고 다시 돌려 드렸으나, 극구 받아달라고 간청을 하여, 위 돈을 받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도 사양하지 않고 받을테니, OO님도 사양하지 마시고 받아 주십시오. 저는 오늘 받은 이 돈을 OO님이 하시는 일을 위해 기부를 하겠습니다. 부디 그 길을 포기하지 말고 완주하여 주시고 OO님이 하시는 일을 위해 잘 써주십시오." 위 봉투를 되돌려 받으신 어머님이 펑펑 우셨다. 우리가 하는 일들 중 가치가 없는 일이 없지만, 실제로 위 어머니는 내가 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계시고, 위 기부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실 분이 아니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7. 나는 예전에 법 공부를 할 때, "바보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하였다.
바보변호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중이라고 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바보'라는 호칭을 붙여준 사람들이 살아간 인생에는 하나같이 뭔가 모를 가슴 뜨거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나도 변호사로서 조금이라도 가슴 뜨거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그 혹독한 수험 생활을 견뎌 내었고, 지금도 바보변호사의 길이라고 생각되는 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후일 누군가로부터 '그 사람은 참 바보야. 바보변호사...'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나에게는 그 어떤 찬사보다 영광일 것이다. -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바보변호사'로서의 초심을 새겨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