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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플러스 인생 Sep 26. 2021

두 번째 이야기, 미축 자중 (5)

미축의 이야기를 마무리할때

이제 마지막 편까지 왔습니다. 삼국지 14를 기준으로 미축의 능력치를 한번 봅시다. 



통솔 33, 무력 29, 지력 77, 정치 83, 매력 84


훌륭한 인품과 외모를 가졌다는 평가답게 매력이 가장 높습니다. 서주, 익주 등 부유한 주에서 높은 관직을 거친 만큼 정치력도 높게 평가됐군요. 정치, 매력이 모두 80대라면 특급 장수는 아니지만 충분히 한 세력의 내정을 도맡을 정도는 됩니다. 다만 지력은 역시 제갈량이 영입되기 전엔 다소 아쉬운 70대에 머무르고 있군요. 이 정도면 정말 간신히 참모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수준으로, 믿을만한 조언을 해줄 수 없게 됩니다. 


군대를 이끄는 통솔력은 최하급입니다. 전장에서 써먹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전편에서 미축의 미덕이 후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했었죠. 본인이 딱히 군사를 통솔하는 위치에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도 미축을 한발 물러선 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요인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정사에도 미축이 병사를 통솔하는 데는 맞지 않아 따로 군대를 맡지는 않았다고 돼 있습니다. 병력을 거느리지 않으니, 군주에게 의심을 사거나 반목할 일도 없었겠지요. 


무력도 역시 최하급입니다만, 지휘력이 딸릴지언정 ‘개인 무력’이 부족한 사람이었을까? 이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미축 본인은 문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정사의 기록에 따르면 나름의 무력도 갖춘 인물로도 보이기 때문인데요. 말타기와 활쏘기에 특히 뛰어났다는 표현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써서 남길 만한 수준이었다면 최소한 최하급 무력보다는 나은 능력을 갖추지 않았을까요. 확실히 가혹한 상황에 자주 처했던 유비군 소속이면서, 최소한의 기동력과 몸을 보호할 수단을 갖추지 못했다면 끝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삼국지 14에서 무력은 주로 1대1 승부인 단기접전에 활용되고, ‘부대공격력’에 가까운 수치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요. 


삼국지 14의 또 다른 묘미인 다른 특성도 살펴볼까요. 


개성 : 조달, 부호, 동원, 진화, 자비 

정책 : 세출개선 Lv 4 

전법 : 치료, 진정

진형 : 안행, 학익 


유비군을 먹여 살린 사람답게, 대량의 군량미와 병력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개성 ‘조달’이 붙었군요. 부자였던 사람에게 주어지는 개성 ‘부호’는 소속된 도시에 금이 많이 들어오게 하는 기능입니다. 많은 사병을 거느리고 있었던 만큼 추가로 1000명의 병사를 부릴 수 있는 ‘동원’이 붙어 있고요. 집에 불이 날 뻔했던 에피소드는 화재를 진압하는 ‘진화’로 반영됐군요. 코에이의 자잘한 설정이 재밌습니다. 끝으로 전쟁을 막기 위해 뛰어다녔던 사람답게 전투에서 가급적 사상자가 적게 생기는 ‘자비’ 개성이 붙었습니다. 


내정관으로 임명했을 때 발휘되는 정책으로는 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 ‘세출개선’이 붙어 유용한데, 최고레벨이 5까지인데 무려 4레벨이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최고 등급 장수 바로 아래 정도로 대우해준 거지요. 상관인 유비도 내정을 강화하는데 특화된 군주라서 궁합이 좋습니다. 


전쟁터에서 발휘하는 전법도 부상병을 낫게 하는 ‘치료’, 혼란에 빠진 부대를 수습하는 ‘진정’인 것이 재미있지요. 만신창이가 된 유비군을 치료하고, 진정시키는 미축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집니다. 


끝으로 부대를 지휘할 때 짤 수 있는 진형도 궁술이 돋보이는 ‘안행진’, 방어력이 높아 아군을 지키는 진형인 ‘학익진’ 두 개가 주어졌군요. 모두 미축의 캐릭터와 잘 어울립니다. 


이제 미씨 삼 남매 가운데 나머지 두 사람의 능력치도 살펴보겠습니다. 



미부인 / 통솔 22, 무력 9, 지력 67, 정치 68, 매력 73

개성 : 응원, 부호 

정책 : 세출개선 Lv 3 

진형 : 방원

전법 : 고무 


미부인은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 능력치입니다. 큰 오빠와 마찬가지로 세출개선, 레벨3를 받아 평균 수준의 정책능력을 부여받았습니다. 방어력이 높은 ‘방원’ 진형으로 전쟁터에서도 단단한 모습으로 조운이 구하러 와줄 때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다른 능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주변 장수들의 능력을 크게 높여주는 ‘응원’ 개성이 붙어 코에이 삼국지 사상 최고의 활약을 펼치게 됐습니다. 


그녀의 지력, 정치력이 작은 오빠 미방보다 높게 설정된 것은, 올바른 게 무엇인지를 가리는 사리분별 능력이 더 낫다는 의미를 부여한 거라고도 볼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미방의 능력치를 보시겠습니다. 


미방 / 통솔 54, 무력 61, 지력 31, 정치 23, 매력 18

개성 : 부호, 소심, 우유, 경망 

정책 : 삼령오신 Lv 2 

진형 : 어린

전법 : 업화 


세 사람 모두 부자인 미씨 집안이라 ‘부호’ 개성이 붙어 있는 게 보이지요. 


미방은 분명 형 미축보다는 전쟁터에서 조금은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만, 전형적인 C급 무장의 능력치를 갖고 있습니다. 지력, 정치력은 물론 매력도 절망적이죠. 정책은 사기를 끌어올리는 ‘삼령오신’인데, 여동생인 미부인보다 낮은 2레벨에 그치고 있습니다. 사실 1, 2레벨 장수들은 정말 쓸 일이 없습니다. 삼국지에서 배신을 일삼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렇게 비호감 캐릭터가 됩니다. 


전쟁터에서 제대로 공격에 나설 수 없는 ‘소심’, 적 부대에 가로막히면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우유’, 적에게 속았을 때만 갑자기 행동력이 올라가는 ‘경망’까지 그야말로 아군에게 짐이 되는 최악의 개성입니다. 형주에 쳐들어 온 오나라 군과 제대로 맞서 싸우지도 못하고 (소심) 적 부대를 피해 달아나지도 못했으며 (우유) 오히려 발 빠르게 아군을 배신한 (경망) 자신의 행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쟁터에서 행할 수 있는 전술은 불을 지르는 ‘업화’ 이건 두 가지 의미로 읽히는데요. 하나는 미방이 맡은 역할이 삼국지연의에서도 볼 수 있듯 주로 제갈량의 지시를 받고 매복하고 있다가 불을 지르는 역할이었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래에 나오는 그의 일러스트처럼, 그가 형주군의 물자를 홀랑 태워먹은 방화범(?)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방화범 미방, 형의 꿈을 불태우다


유비가 촉에 들어가고 관우는 형주를 지키던 시기, 형주를 둘러싸고 촉의 관우군과 위의 조인군이 격돌하게 됩니다. 이때 미방은 남군 태수로서 후방에서 관우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유비의 처가 사람에게 후방을 맡긴 셈인데, 분명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맡지 못했을 역할입니다. 


그런데 정사 삼국지 '관우전'에는 미방이 지원을 게을리해서 관우가 호통을 쳤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돌아와서 두고 보자'라고 했다는 거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촉나라 기록은 워낙 적어 답을 찾기 어렵고, 의외로 적국인 오나라 기록에 단서가 있습니다. 정사 삼국지 '여몽전' 주석에 보면, 미방이 실수로 큰 불을 내는 바람에 적지 않은 군수물자를 태워먹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빠듯한 살림으로 강대한 위나라를 상대해야 했던 관우 입장에서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실책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작전에 실패한 사령관은 살려줄 수도 있지만, 배급에 실패한 사령관은 처형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상대는 유비의 처남... 제 아무리 관우라 해도 섣불리 처형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닙니다. 게다가 미방이 아니고서는 마땅히 후방을 맡길만한 사람도 없으니, '돌아와서 두고 보자'는 말을 남기고 전쟁터로 떠난 거죠. 


사실 미방 입장에서는 방화범이라고 부르면 좀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미방이라고 불을 내고 싶어서 냈겠습니까. 아마 부하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실화가 난 것일 텐데, 하필 국운이 걸린 큰 전쟁을 앞두고 그런 일이 벌어진 게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큰 화재를 통해 배움을 얻었던 형, 미축에 비해 미방은 큰 화재 때문에 변을 당하게 생겼으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관우는 위군을 상대로 연일 승전보를 울리지만, 미방은 관우의 귀환이 영 두려웠던 것일까. 호시탐탐 형주를 엿보던 오나라 군에게 그만 항복해버리고 맙니다. 


이 대목은 요화 편에서도 다루었습니다만, 촉나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뼈아픈 손실입니다. 국토의 절반에 달하는 형주를 송두리째 빼앗기고, 최강의 지휘관 관우의 목숨마저 잃고 맙니다. 유-손 동맹은 파국으로 치닫고, 그 후유증으로 처절한 국력 손실에 이어 유비마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촉나라의 국력을 치명적으로 깎아먹고 형, 미축의 꿈에 영원한 마침표를 찍은 것이 다름 아닌 동생 미방이었던 것입니다. 




-촉나라는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배신하는가


형은 가진 모든 것을 바쳐 촉나라를 건국했는데, 정작 피붙이인 동생은 왜 촉나라를 등진 것일까?


미방의 배신은 위에서 봤듯 전쟁터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실수에서 비롯된 부분이 큽니다. 어쩌면 관우가 '돌아와서 보자'는 식으로 미방에게 여지를 남길 게 아니라, 당장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처형시키는 게 부담된다면 형주를 떠나 촉나라로 압송한다는 선택지도 있었겠죠. 촉나라에 워낙 믿을만한 인재가 없어 문제였다면, 차라리 잘 다독여서 성실히 임무에 임하게끔 안배했다면 어땠을까요. 


인재가 부족한 촉나라. 그러나 작은 나라인 만큼 더 엄격한 군율에 입각하지 않으면 대국에 맞설 수 없었습니다. 울면서 마속을 벤 제갈량의 일화가 그 고충을 잘 보여줍니다. 이 형주 쟁탈전 와중에는 미방뿐만 아니라 또 다른 신하, '사인'이라는 인물도 촉을 배신하는가 하면, 상용성을 지키던 장수 '맹달'과 유비의 양아들 '유봉' 역시 서로 반목해서 일을 그르치는 면모를 보여줍니다. 유비라는 군주는 보통 사람의 마음을 감복시키는 리더로 묘사되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시점에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 일을 망친 겁니다. 


흔히 간과하는 요소 중에 조조의 타고난 집안 복이 있습니다. 조조는 거병 초기부터 영토가 크게 확장된 뒤에도 주요 거점에는 항상 집안사람을 앉혔습니다. 하후돈, 하후연, 하후상, 조인, 조홍, 조휴, 조진... 이 장수들은 대부분 1인분 이상을 너끈히 해내는 사람들이었고, 강대한 적이 닥쳐온다 해도 항복이나 배신 따위는 꿈도 꾸지 않는 '믿을맨'들이었습니다. 아, 나중에 촉나라로 넘어간 하후패 같은 인물은 좀 예외입니다만... 최소한 촉나라의 경우처럼 정말 중요한 시기에 집안사람들끼리 배신과 반목으로 일을 망친 경우는 최소한 조조가 살아 있을 적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미방과 관우, 관우와 유봉, 유봉과 맹달... 형주 나아가서 촉나라의 국운을 꺾어버리는 이 배신과 반목의 연쇄 고리에는 어쩌면 항상 절박한 상황에서 가진 모든 것을 긁어모아 적에게 맞서야 했던 유비군의 한계 같은 것이 작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방은 끈 떨어진 외척이지만 엄연히 군주와 혼인관계로 맺어진 '전통적 권력층'이었고, 관우는 그런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협객의 의리로 피를 나눈 형제만큼 끈끈함을 과시하던 '특수 권력층'이었습니다. 양자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긴장이 발생했을 걸로 보입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관우가 미방을 더 몰아세운 측면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가 하면 피를 나누지 않은 '의형제' 관우와 역시 유비와 피를 나누지 않은 '양자' 유봉의 대립은 어떻습니까? 이들도 미묘한 권력 다툼이 있었을 법하지요. 삼국지연의에서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유봉이 관우를 돕지 않고 죽음에 이르도록 내버려 둡니다. 끝으로 맹달은 촉나라가 무너질 때 유비군에 냉큼 항복한 '항장' 출신입니다. 오랫동안 유비군을 지탱해온 구신들과 세력을 통합하려면 또 나름의 기싸움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었죠. 


어쩌면 계속해서 근거지를 옮기며 새로 당도하는 곳마다 그곳의 인물들을 새롭게 받아들여야 했던 유비군은 화학적 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군주 유비의 개인적 카리스마로 어떻게든 한 팀인 것처럼 보이게만 하는 게 고작이었던 오합지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유비군의 중심이 돼 주고, 힘을 실어주고, 그러면서도 전면에 나서 화합을 해치지 않는 고결한 사람이 미축이었는데...


그런 고결한 태도가 과연 미축 이외의 사람들도 당연한 것처럼 갖출 수 있는 덕목이었을까요? 미방, 유봉, 맹달 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비록 형처럼 고결하게 살지 못했던 동생 미방이지만, 그는 어쩌면 단순히 딱 남들이 누리는 만큼만 자기 몫을 확보하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나도 호족인데, 나도 부자였는데, 나도 외척인데... 고결했던 미축은, 평범했던 동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거나, 끝내 자기가 걷고자 했던 이상적인 삶에 동참시키는데 실패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걸 바친 미축,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떠나다


이제 길었던 미축의 이야기를 끝낼 때가 왔습니다. 


미축은 미방의 배신 소식을 듣고 자기 자신을 결박한 채 유비에게 나아갑니다. 동생 대신 자신을 처형해달라고 한 것이죠. 유비는 동생의 죄는 동생의 몫일뿐, 연좌제를 적용할 순 없다고 하며 미축을 용서합니다. 


미축 본인 역시 자신의 뼈아픈 실책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까요. 더 참혹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살아가던 난세에, 동생의 죄가 부끄러워 죽고 말았다는 미축...


설령 유비가 용서했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가 과연 고왔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고결한 척하더니...' 

'자기 동생 하나 관리하지 못하고...' 

'이제는 개국공신이 아니라, 반역자의 집안이 아닌가?' 


미축이 촉나라를 위해, 한나라를 위해 바친 것들은 다 잊어버리고, 말년에 겪게 된 집안일들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겁니다. 관우장군이 왜 죽었대? 형주는 어쩌다 뺏겼고? 세상에...


그렇게 미축은 죽었습니다. 중국의 서쪽 끝, 촉 땅의 첩첩산중 속이었습니다. 그곳까지 따라온 일족은 얼마나 됐을까요. 수천, 수만에 달하던 노비들은 몇이나 살아남았을까요. 미축의 장례식에는 과연 몇 명이나 왔을까요...


중국의 동쪽 끝, 고향 서주 동해현의 바다를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싶지는 않았을까요. 목숨을 잃은 미부인,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적국의 장수가 된 동생 미방과, 그 바닷가를 함께 뛰놀던 기억이 났을까요. 


촉한을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바친 걸, 후회하지는 않았을까요. 시간을 돌린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까요.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가진 모든 것을 바치는 게 어렵다는 뜻입니다. 엽전 한 푼을 가진 사람이 내는 한 푼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이지만, 금은보화를 쌓아놓고 사는 사람이 금화를 한 트럭 갖다 낸다 해도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나라를 세워야 하는 리더 입장에서는 한 푼이든 열 푼이든 그저 많이 내주는 사람이 고맙긴 하겠습니다만, 가진 게 많을수록, 지켜야 하는 게 많은 사람일수록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기란 쉽지 않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 세상에서 많은 걸 가진 사람들이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할 테니까 말이죠...


미축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냅니다. 그러고도 자기 몫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지장이 될 테니까요. 그러나 그토록 어려운 일을 해낸 그도 그저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인간. 대의, 공익, 정도... 말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미축의 삶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열심히 살고도, 집안사람들을 관리하지 못해 무너지고 마는지요. 


진인사 대천명.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고 나면 그저 남은 것을 하늘에 맡긴다고 합니다. 미축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습니다. 모든 걸 다 해보지도 않았기에 실패하지도 않은 채로 살아가는 저는,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실패한 사람을 비웃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촉나라 인물 두 명을 연달아 다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오나라로 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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