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와이프와 싸우다가 결혼서약서를 펴보았습니다
"내가 부탁하는 건 곧바로 해주기로 약속했잖아요"
와이프가 상기시킨 약속 때문입니다.
이렇게 적혀 있네요.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영원히 이렇게 살겠다고 맹세해놓고, 1년도 안 돼서 잊어버리다니...
안 될 노릇입니다.
자기비판과 문제점 분석,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012년, 미디어스에는 이런 제목의 영화평론이 올라왔는데요.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674
비슷한 시기, 비슷한 제목으로 더 유명한 글로는 신형철 작가의 씨네21 기고문이 있습니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71685
"나는 그쪽과 이쪽을 막론하고 보통의 책을 읽으면서 사랑을 ‘해부’하는 법을 배운 세대들이 있다고 가정해본다. 그리고 그 세대들이 영화를 만들면서 ‘로맨틱코미디’라는 지극히 관습적인 장르에도 아나토미적인 요소가 새삼스럽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랑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매뉴얼로 만들어서 하나씩 관철시켜 나가는 그 장면이 바로 ‘낭만적 사랑’이라는 유구한 신화를 해부하는 아나토미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요컨대 최근 한국영화들이 들려주는 연애서사는 모두 ‘반성하는 남자들의 서사’다."
"이 감독들은 정말로 30대의 어느 날엔가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읽고 일제히 자신의 20대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숙했는지를 깨닫게 된 것일까."
결혼하기 이전까지 반성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었고, 앞으로의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한 자기 정비, 미래를 위한 투자 같은 것이었지만...
결혼해서 반성하지 않는다는 건, 발전하지 않는다는 건, 현재를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 있는 아찔한 과오라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반성만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다음과 같은 신 작가의 말을 지표로 삼아 나아가 봐야겠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만을 해왔기 때문에 늘 같은 자리를 맴돌았을 뿐 조금도 성장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너에게 용서받기 위한 반성, 아니, 이미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해버린, 그런 반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