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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Aug 17. 2021

EP 6. 나의 피, 땀, 눈물은 누가 보상해주나요?

석사 유학의 끝, 백수 될 위기가 찾아왔다.

나는 해외취업을 "인싸담당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보며 시작했다. 어쩜 썸네일을 그렇게 잘 뽑아내시는지, 영상들이 하나같이 내가 궁금해왔었던 것들이었다. 1분 자기소개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전 삼성 인사팀 임원이 말하는 면접에서 광탈하는 유형 등 취준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솔깃할 만한 타이틀과 썸네일로 도배가 되어있는 채널이다. 국내 취업을 위주로 영상이 올라오는 이 채널을 보며 해외 취업을 준비한 이유는, 국내와 해외가 다르다고 한 들, "상식"은 어딜 가나 똑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채널을 보면서 회사생활에서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행동양식에 대해 배웠다.


그러다 보니 자꾸 "직무"라는 단어를 듣게 됐다. 내가 어떤 직무로 갈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난 모르겠는데? 그냥 돈 많이 주는 직무 할래요.


취업을 해도 모자랄 나이에 석사까지 공부를 한 이유는 내 몸값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서였다. 전문직을 가지면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와 함께 연봉이 껑충 뛸 줄 알았다. 적어도 2년 동안 공부한 시간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맘때쯤 예전에 영어 과외로 만나게 되었던 학생 한 분과 국내 취업에 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이 분은 나보다 나이가 한두 살 많은데 생명과학계열을 공부하셨고, 학사만 마치신 후에 한국 제약사 중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G사에 입사하셨다. 그런데 이 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석사 중에서도 석사 학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입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냥 학사와 같은 초봉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청천벽력이었다.


그럼 그동안 내가 흘렸던 피, 땀, 눈물은 누가 보상해주나요?


물론 석사를 인정받고 석사 초봉을 받아서 갈 수도 있지만, 갈 수 있는 길이 그리 많거나 넓어 보이지 않았다. 학사를 졸업하고 나서는 취업준비를 안 해봐서, 채용공고들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잘 몰랐었다. 학사로 갈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많은지. 석사 졸업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한국 채용공고들을 살펴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온통 학사 졸업자를 뽑는 공고들 밖에 안보였다. 또 우습게도 박사를 요구하는 공고들도 잔뜩 보였다. 학사가 50%, 박사가 45%. 석사를 원하는 채용공고는 5%밖에 되지 않았다.


정말 사실일까? 실제는 아닐 수도 있다. 나는 그저 남의 떡 딜레마에 빠졌을 뿐이었다. 항상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라 내가 뭘 갖고 있든 내가 어떤 자격을 갖추었든 나는 그저 내 앞에 놓인 떡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 놓인 떡들보다 작다고 생각한 것뿐이었다. 그냥 받아들이자 마음이 편해졌다. 이 세상 많고 많은 회사들 중 하나 정도는 나를 원하는 곳이 있겠지. 그 수두룩 빽빽 올라오는 채용공고들의 상당수가 원하는 자격요건이 나하고 맞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에는 그저 그만큼 다양한 직업과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해외 취업을 할 때 이력서를 무작정 많이 뿌리면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위 말하는 "안전빵"을 위해서는 이런 전략도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의 지원서를 스팸으로 만드는 사람과 구인공고를 제대로 읽어보고 상대방의 니즈 (needs)에 맞는 말들을 늘어놓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승산이 있는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나는 이력서를 몇백 군데 뿌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접었다. 그냥 제대로 찾아서 조금씩 지원해보자.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으니, 구직비자가 끝나기 전까지만 딱 한 군데만 찾으면 된다. 회사 100개 붙어서 뭐할 거야. 몸을 100개로 쪼개서 다 다닐 수 없으니 딱 한 개만 붙자. 딱 한 개.


해외취업 독일유학 석사유학  Photo by Window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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