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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Mar 06. 2020

커피 한잔, 파리에서


    뤼 데 블랑 몽토 Rue des Blancs Manteaux 에 위치한 땅다방 Terres de Cafe 본점은 마레의 중심에 우뚝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파란색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지런히 콩을 소분하고, 볶고 제조하는 소란스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곧 들리는 인사말. “Bonjour, Layla! ça va bien?” “Tranquille. Et toi?” “Très bien, comme d’habitude?” “Oui, s’il te plaît.” 매일 보는 사이지만, 마치 오랜만에 본 친구처럼 인사를 반갑게 나눈다. 



    본점도 그리 넓은 편은 아니건만 분점들은 더 작다. 많아도 총 스무 명의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기에, 스타벅스 매장 같은 넉넉한 공간을 생각하고 간다면 오산이다. 파리의 카페들은 왜 죄다 이렇게 좁은지. 앉을 곳이 많지 않아 착석 회전율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할듯한데, 앉아있는 손님들은 도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여유롭게 커피를 즐긴다. 






    옹기종기 무릎을 맞대고 한번 앉으면 보통 1시간은 기본이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자리가 없다면 서서 커피를 마시거나 조용히 기다린다. 이곳 커피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커피 한잔에 뭐 그리 유난을 떠나 싶겠지만, 이 브랜드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카페 내부 곳곳에 전시된 바리스타 훈장과 직접 수입해 오는 커피 콩의 원산지에 찍힌 사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2009년에 파리에 첫 지점을 오픈한 땅다방은 프랑스의 캬 페 드 스페시알리테 ‘Café de specialite’ 의 역사를 연 첫 장소로, 이 커피의 개척자이자 사장인 크리스토퍼 세르벨 Christophe Servell 은 긴 시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최고의 커피를 찾아 헤맸다고 한다. 그러다 만나게 된 현재 로스터와 그의 손자까지 커피 산업의 대를 잇는 장인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든든한 공동 사업자로 땅다방의 대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카페의 장점은 최고의 품질인 콩뿐만이 아니다. 바로 그날의 습도, 내리는 기울기와 커피잔에 담기는 g 그램 수까지 모두 계산해서 만들어내는 바리스타들의 노고이다. 2유로의 커피 한잔에 최상의 맛을 선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바리스타들의 모습은 지켜보는 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2019년 French V60 바리스타 대회에서 명예의 1등과 2등을 이곳 땅다방의 바리스타들이 나란히 차지했다는 사실.



     프랑스 최고의 바리스타가 그날그날 신선하게 볶아낸 엄선된 콩으로 바로 뽑아내려 주는 따끈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맛볼 수 있는 운좋은 파리지앵들. 땅다방을 찾는 손님들은 맛본 후 모두 입을 모아 이곳 커피를 마시는 게 낙이라고 극찬한다. 몇 시간 이고 기다려도 상관없다며 아침이고 점심이고 찾아와 직원들과 즐 거운 인사를 나누며 눈도장을 찍고 가는 커피를 사랑하는 이곳 사람들. 







    커피뿐만이 아니라 땅다방에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 움은 휴고 에 빅토르 Hugo et Victor 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케이크 Gateaux 들이다. 달콤한 쿠키와 마들렌, 초콜릿과 갸또들이 커피 한잔과 궁합이 아주 좋다. 그날의 커피의 산도와 향이 다르기 때문에 먼저 테스트를 하고 손님들에게 내주는 바리스타들은 어울릴 만한 갸또를 추천해 주기도 하는데, 에스프레소 한잔과 같이 먹으면 식사 못지않은 든든한 한 끼가 되기에 가끔 점심을 해결하기도 한다. 



    최근 바리스타 공간 뒤로 자리를 확장해 레노베이션을 했는데 아늑하고 따듯해 모임으로도 아주 그만이다. 하루의 처음과 끝을 땅다방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완벽한 하루일까. 파리의 우울함과 고독함을 씻어주는 커피를 선사해준 고마운 테흐 드 캬페. 커피 한잔, 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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