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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Mar 07. 2020

달콤한 프랑스 디저트, 생토노레


Saint-Honore


    데이트와 디저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유혹적이면서도 맛있는 그 둘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미식가 축에는 끼지 못하나, 나름 나만의 기준에서의 맛있고 건강한, 눈으로 보기에도 즐거운 미적 감각적인 다양한 음식들을 소박하게 차려 먹고 외식도 종종 하는 편이다. 바빠서 대충 차려 먹거나 마트의 즉석 음식으로 끼니 를 때울 때 몸은 귀신같이 눈치를 챈다.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에 금세 피로해지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며 조금 과장하자면 애정과 공감의 욕구까지 부진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 식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의 디저트 중에서 가장 좋아하 는 디저트는 바로 생토노레. 라 뒤레 La duree, 르노트르 Lenotre 등 유명한 곳에서도 시즌별로 각색되어 나오는데, 동네 빵집에서 고수하는 각기 만의 특별한 레피의 생토노레를 먹으러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공연을 마치고 오는 길이나 개인지도가 있 는 날 저녁, 오늘 하루도 고생했단 의미로 이 생토노레를 하나 사서 들고 오곤 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방법으로, 저녁 후 이 디저트를 먹을 상상을 하며 집으로 걸어오곤 한다. 



    생토노레는 바삭함과 촉촉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어 차가울때 먹으면 더 맛있는 디저트이다. 둥근 파이 시트를 만든 뒤 가장자리 또는 속을 따라 슈를 올리고, 그 안에 시부스트 크림을 담아내는 맛깔나는 요리. 개인에 따라서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크림)가 다를 경우도 있지만 그중 크림 시부스트가 가장 대표적이다. 달콤한 머랭의 향이 느껴지는 크림 시부스트를 한 숟갈 가득 떠서 입안에 넣으면 퍼지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화 <Les Saveurs du Palais>에서 셰프 라보리가 가장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디저트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녀가 공들여 만드는 이 특별한 디저트는 영화 속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Les Saveurs du Palais>는 프랑스의 21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개인 셰프로 활동했던 다니엘뢰 델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로, 영어판으로는 “Haute cuisine”, 즉 높은 질의 풀코스 식사란 뜻이다. 남성 셰프들로만 운영되던 퀴진에서 당당히 여성 셰프로서 정통 프랑스의 '맛'을 고수하는 음식을 선보이는데,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녀의 요리에 대한 우아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그녀가 만드는 음식에선 기교로 차 있 는 장식들을 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아름 다운 엘리제궁의 장식과 이어지는 음식들의 향연에 점차 빠져들 게 된다. 프랑스 필름만의 독특한 영상미도 영화 속 맛있는 분위 기에 한 몫을 더한다. 영화 속의 트러플 바게트 Des tartines beurrees tartinees de truffe, 소고기 롤빵 Carre de boeuf, 아름다운 오로르의 배게 L'oreiller de la belle aurore 등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에 한동안 프랑스 가정식을 찾아 곳곳 프렌치 레스토랑을 전전했다. 



    엘리제의 엄마란 수식어가 붙을만한 정통 프랑스 퀴진들이 영화 곳곳에 서 탄생하는 모습은 프랑스 전통 음식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들의 열정적인 손끝에서 탄생하는 타르 트, 치즈, 생토노레 등은 과연 어떤 맛일까... 



    프랑스는 일요일엔 빵집들이 열지 않는다. 일주일 중 하루 정도는 탄수화물과 설탕의 중독에서 벗어나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지만, 부드러운 생토노레와 따듯한 차 한잔의 달콤한 상상은 빠져 나오기 쉽지 않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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