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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Mar 14. 2020

Grand Coeur 파리의 심장

    코가 시큰거리는 겨울, 긴 코트에 두꺼운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 사이 그랑 퀘르 Grand Coeur 간판이 어렴풋이 보인다. 따듯한 전구들이 길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추위를 느낄 새가 없는 겨울의 마레지구. 뤼 듀 떵플르 Rue du Temple 에 위치하고 있는 Grand Coeur, 큰 심장이라는 뜻의 레스토랑은 이름처럼 큰 테이블, 큰 주방, 큰 창과 뷰가 매력적인 장소. 



    지하실엔 와인이 가득하고, 주방장 마우로 꼴라그레코 Mauro Colagreco 의 퀴진에서 풍기는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레스토랑을 가득 채우는 활기가 넘쳐난다. 여름엔 안뜰의 테라스에서 각종 연회와 모임이 펼쳐지기에 예약은 필수다. 안뜰에 위치한 댄스 스튜디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테라스 안으로는 로코코 양식의 대리석 테이블과 양초가 놓여 있고 이를 비추는 할로겐의 따스한 분위기가 레스토랑을 흔들어 놓는다. 



    이 속에 있자면 마치 동화 속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파리의 핫플레이스가 되기까지의 오랜 역사를 가진 마레의 곳곳이 흑백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는 뷸땅 Bulletin 에는 각종 공연 팜플렛과 전단지가 가득해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머리 위, 2층 창문으로 댄서들의 몸짓들이 어렴풋이 드리워져 레스토랑 위를 구름처럼 수놓고 있다. 안뜰에 들어오는 순간 누구라도 이 마법 같은 공간과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층엔 레스토랑이, 2층엔 댄스 스튜디오로 작은 마을 Village 같은 이 곳을 처음 방문한 때는 몇 년 전이다. 친구들과 땅다방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거리를 거닐다가, 한 친구가 마레의 심장에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마레에 위치한 가게들은 보통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며 굳세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점과 레스토랑들, 나머지 한쪽은 최근 자주 볼 수 있는 팝업 스토어들로. 시청 입구로 시작해 퐁피두 센터가 위치해있는 늘 복잡하고 사람 많은 마레는 새로운 시도와 전통을 고수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언젠간 사랑하는 사람들 손을 붙들고 이 곳에 오리라, 다짐할 만큼 아름다운 이곳. 그윽하면서도 황홀한 매력을 갖고있는 곳. 그저 아름다움에 취해 몇 시간이고 앉아있고 싶게끔 만들 것이다. 음식과 음료 또한 매우 훌륭한데, 파리에서 접했던 생선 요리중 가장 부드러운 찜 요리를 만드는 곳이라고 자부할 정도. 맛과 미를 둘다 갖춘, 언제가도 후회하지 않을 곳이라 파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전부 추천해주곤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기도 하는 장소엔 예외없이 오랜 시간의 흔적이 서려있는 법이다. 파리의 핫플이 된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으며 수많은 추억들로 채워졌을지. 그저 이 공간에 서 있는 시간 순간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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