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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May 18. 2019

순박한 꽃 찔레꽃



가사가 노래에 긴 생명력을 주지요.



     ‘찔레꽃’은 제가 밑바닥 생활을 할때 길가에 핀 찔레꽃을 우연히 발견하고 지은 노래지유.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가난하고 소외받은 나 같은 존재들을 위해 쓴 가사지유. 나도 시를 쓰고 싶지만 공부가 짧아 다른 시인들의 시어를 빌려다 내 노래로 만듭니다.


-장사익



    관객과의 호흡을 중시하며 라이브만을 고집해왔던 장사익님의 무대의 에너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무대에서 딱 한 곡 부르고 내려가셨는데, 바로 찔레꽃이었다. 아주 오래전 부모님과 한국 여기저기를 다니며 페스티벌 속 음악회를 찾아다니던 때, 이 노래를 라이브로 경험한 후 장사익님의 앨범을 돌아오는 차에서 내내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1집 <하늘 가는 길>의 찔레꽃부터, 4집 <꿈꾸는 세상>의 아버지, 6집 <꽃구경>의 돌아가는 삼각지, 8집 <꽃인 듯 눈물인 듯>의 상처, 허허바다 등 담긴 곡들을 쭉 들어보면 노래로 인생을 이야기한다는 그의 철학이 보이는 것 같다. 아버지와 음악 얘기를 나눌 때 자주 하는 얘기로, 젊으셨을 때부터 모았던 수많은 레코드판, CD들이 여러 해외를 전전하며 여기저기 나눠주고 버리고 하여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중 가장 버릴 수 없어 귀중히 아끼고 들고 다녔던 컬렉션 중 하나가 장사익님의 앨범이라고 말씀하신다. 지금도 한국집에 가면 늘 앨범을 듣고, 처음으로 장사익님의 라이브를 들었던때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가족과 나누는 회상은 아름다웠든, 슬펐든 그 시절을 함께 떠올리게 해주며 큰 힘을 주곤 한다.



장사익 @wikimedia commons



    ‘한국의 소리’ ‘국악’ 등, 그분의 창법은 우리가 익숙히 알던 한국 전통의 소리와 닮았지만, 진정 그를 그로 만드는 것은 마음대로 박자를 가지고 노는 프리재즈 스타일이라는 말에 백번 동감한다. 자유롭고 즉흥적이며, 무대 위에서 연주자들과 어우러지며 관객에게 닿는 넘치는 에너지는 재즈와 가장 닮았다. 미국에선 외국적인 음악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철저히 ‘Americanize’ 된 것만이 살아남는다. 독특한 고유성과 현지성을 잘 결합하고 창조된 새로운 정체성만이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다르다. 아프리카, 브라질 음악 등 다양한 장르가 그들의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프랑스의 땅에서 굳건히 불리고 있다는 사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파리의 가장 큰 공연장 중 하나인 1927년에 개관된 살 플레옐 Salle Pleyel 은 공연마다 전석에 가까운 매진율을 자랑하는데, 매일 열리는 공연의 장르는 말 그대로 천차 만별이다. 블루스, 오페라, 팝, 오케스트라 등 그 각기 고장에서나 만날 수 있는 대가들의 공연이 매년, 매달 찾고 지속적인 투어로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곳. 이처럼 뮤지션들이 열광하는 이 곳은 파리만이 품을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의 수용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류 또한 프랑스에서 빠질 수 없는 신세대 물결 중 하나로, 한국보다 프랑스에 더 잘 알려진 재즈 가수 나윤선은 아리랑, 세노야 등 전통 한국적인 노래를 그녀만의 감각으로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훈장 슈발리에 훈장 수훈, 독일 저명 재즈상 ECHO JAZZ, 올해의 해외아티스트 여자보컬리스트 수상 등으로 재즈 가수로 그리고 한국인으로 그녀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은 이곳 파리에서만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영혼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수많은 아름다운 가수들, 그들의 업적을 들을 수 있는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오늘도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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