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일라 Jun 12. 2020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악셀 하케 


예절, 매너, 에티켓 ?


     품위와 연관된 개념이라 하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상생활과 연계해 예절, 매너, 에티켓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품위는 에티켓이나 매너와는 다르다. 품위란 공존의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자 우리가 인간다운 품위라 칭하는 가치인 연대의 근본적인 토대이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책 속엔 이러한 가치들이 담겨있다. 



     '연대', '정의', '가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중심에 퍼져있는 키워드엔 각각의 인간은 다른 모든 이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개념이 담겨 있다. 나와 타인은 연결되어 있고, 연결고리 속 각자의 성찰을 통해 성장한다. 저자는 우리가 미덕이라 여기는 가치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자기 확신을 조금 낮추어 잡는 이성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즉, 자기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 일상과 삶 속에서 자신보다 권리가 낮은 이들을 고려하는 것, 내가 행하는 많은 일들이 타인에게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을 말한다(p.8).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품위란 무엇인지 적절히 정의해본다면, 과연 어떤 것들이 연상될까? 저자는 키케로의 말을 인용하면서, 타인을 향한 모욕을 내려놓는 것이 품위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언급한다. 역사 속, 현대사회처럼 불쾌와 혼란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시기는 없었다. 시대별 단상을 살펴보자. 이를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품위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해왔다. 이에 칸트는 보다 넓게 해석해 개인의 내면에 깃든 고유의 도덕적 가치들을 예로 동원하여 품위에 접근했고, 특정 사회 집단에 속한 이들에게 해당되는 형식적인 명령이라 보는 대신, 순수한 인간성과 연계된 개념이라고 여겼다.



     요즘 같은 시대일수록 품위나 예의 같은 '말랑말랑한 가치들'을 더욱 집중적으로 조명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을 읽고, 이런 가치의 소중함을 늘 실천하고 몸소 보여주던 사람들이 머릿속에 몇 명 떠올랐다. 타인의 눈을 바라보고,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는 품위의 기본이 몸에 밴 사람들, 손길과 시선에 배려가 깃들어 있는 사람들 말이다. 사람은 감정적인 동물이라지만, 이성적 사고를 선택적으로 행함으로써 한층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들로부터 배웠다. 



     저자가 책에서 꽤나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서술한 '현대 사회의 불안감', '불확실성' 등은 시대 성찰 정신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고, 공동체, 소속감, 연대의식 그리고 몰입과 열정 등이 지닌 의미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인생에서 수차례 직업을 바꾸고 자리를 옮기고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꾸준한 변화를 전제로 나아가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을 서술하고 있다(p.32). 




사회 공동체란


     저자는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 사는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더불어 지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며 공론화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지극히 복잡다단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늘 길을 잃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이익과 무관한 특정한 모욕, 협박, 폭행 등의 게시물을 방관하는 회사 기업들의 만행에 진절머리가 났었다. 소셜 미디어 인프라가 어떻게 작동되고 관리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방적인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고 의문을 품었던 나는 한동안 SNS 계정을 삭제하고 들여다보지 않았다. 나와 관련 없는 야만적이거나 불필요하게 자극적이며 상업적인, 도를 지나친 이른바 '품위'를 잃고 좋아요나 관심 또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게시물에 꾸준히 노출되었고, 이를 일일이 신고하거나 피하는 데에 지쳤기 때문이었다. 



     '습관화'된 모욕과 비방, 위협과 괄시. 가면을 쓰고 타인을 비난하고 모욕하며, 위협하는 상황이 도처에 널려있다. 이러한 것들은 언제부턴가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저자는 미 대통령 트럼프가 선거 유세 도중 신체장애를 가진 기자의 모습을 대중 앞에서 대놓고 흉내 냈던 일을 여러 번 회자하며, '타인에게 굴욕감을 주는 모습을 공적인 장소에서 드러내면 이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권력을 가진 자의 이런 행동은 다른 사람들도 그와 똑같이 행동해도 된다는 암묵적 승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례함은 무례함을 불러일으키고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천박함이 도처에 널려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우리는 단순히 TV 만 켜면, 유튜브를 열면, 페이스북의 공론장에서 이러한 천박함을 늘 접할 수 있으니까.



"우리 인간은 매 순간, 그런 결정적인 상황에 놓인다고 생각해. 그때마다 우리는 '찰나'의 시간 동안 이것 아니면 저것을 결정해야 하지. 선한 것 그리고 선과는 거리가 먼 것, 이 두 기로에서 선택해야 해. 찰나라는 극히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결정은 지금껏 우리가 살아온 삶의 태도에 기반을 두고 있지. 여태까지 우리가 인생에서 무엇을 얻고 또 쟁취하기 위해 애써왔는지는 이때의 결정에서 드러나는 거야. 따라서 우리가 꾸준히 지속해온 이 노력과 투쟁은 인간의 품위에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




타인과 공존하는 방법


     저자는 마크 트웨인의 말 '어리석은 사람들과 토론하지 마라. 그들은 당신을 자신들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린 뒤, 숙련된 기술로 당신을 두들겨 팰 것이다.'을 인용하며, 품위도 예의도 없으며 진실과 거리가 먼, 어리석은 자들은 바닥까지 치닫는 저금한 수준에 정통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움직이지 않는 정황이란 없으므로 변하지 않는 위치란 없다. 늘 흘러가고 수정되는 나의 위치성을 성찰하고, 스스로 품위라는 가치에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나 또한 품위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았는가를 떠올리면, 글쎄... 타인에게 대는 잣대보다 현저히 높은 기준을 부여해왔던 듯하다. 그동안 셀 수 없이 가스 라이팅을 당하고, '나'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나의 가치를 업신여기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의 무례함을 겪어왔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과연 나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으며 동시에 나와 그들을 향한 품위를 잃지 않았는가? 나의 상태를 또렷이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야 함은 여기에서 있다. 진정으로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할애하는 것, 지금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으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진심으로 알려고 하는 자세. 이러한 타인을 향한 일말의 관심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나눴다. 우리 각자가 '품위'에 대한, '타인'과 '나'를 향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면 이러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니까.



      토대를 나누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공동체의 올바른 품위의 가치를 쌓는데 주력을 다하고 싶은 마음에 나 자신에게 물었던 이 책 속의 질문을 공유한다. 질문 1. 인간의 공존 및 공생에 토대가 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질문 2.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관한 기초 지식은 무엇일까? 질문 3. 인간으로서 한 개인이 갖추어야 하는 염치는 무엇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들의 글 쓰는 습관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