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트렌드인 성격 '유형' 테스트 Myers-Briggs Type Indicator, 줄여서 MBTI는 C.G.Jung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하여 만들어졌으며 인간 행동의 다양성을 전부 파악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제작 배경을 갖고 있다. 과연 사람, 그 다양성을 전부 포괄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많은 데이터를 베이스로 하여 만들어진 것인 만큼 나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거나 비교해보는데 재미와 의의를 둘 순 있을 듯 하다. 나 자신을 더욱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단 10분쯤은 투자할 수 있을 테니까.
현재 한국어로 된 시험은 몇 온라인 사이트가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사이트는 16 personalities라고 한다. 문항들은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다소 매끄럽지 않을 수 있으나, 대략 10분 정도 투자하면 꽤나 설득력 있는 유형 분석을 받을 수 있기에 호기심에 시작한 사람들도 결국엔 끄덕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의 유형, 비슷한 유형을 가진 세계 지도자들, 부모와의 관계, 커리어 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자세히 분석되니 참고 또는 대조하여 보면 된다.
MBTI 성격 분석은 네 가지 구성을 척도로 하여 이루어진다. 흔히 성격을 이루는데 필요한 요소라고 알려져 있는 외향-내향적, 현실-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으로 볼 수 있는데, 네 가지 척도마다 두 가지 경우가 존재하므로 경우수인 총 16가지의 유형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이러한 방식과 테스트 분석에 애매하고 광범위하다는 비판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일 테고, 위약 효과가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테다. 하지만 이러한 테스트 전에 기울일만한 대중적인 데이터 베이스를 요하는 것은 여태 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스트인만큼 국가별 어떤 유형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지도 궁금해서 찾아본 결과, 한국인 중 가장 많은 유형은 ISTJ(명칭 청렴결백한 논리 주의자)로 25%, 즉 4명 중 한 명꼴로 많다고 한다. ISTJ 유형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로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워렌 버핏이 있다. 그다음으로는 미국 전 대통령들의 대다수가 가진 유형인 ESTJ(엄격한 관리자)가 15%, 마이클 조던과 브루스 리의 유형인 ISTP(만능 재주꾼)가 9%이다. 현재 유튜브와 블로그 등에서도 MBTI 유형별 상황 대처법, 유명인의 성향 등 콘텐츠로 많이 다뤄지면서 이 세대들의 트렌드로도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나의 유형은 뭘까, 궁금증이 들 수 있겠다.
이 테스트는 이분법적으로 사람들의 유형을 편 가르듯 나누는 것이 아닌 퍼센티지 %, 즉 외/내향, 현실/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카테고리를 비율적으로 분석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기에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테스트로 인간 행동의 다양성을 전부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그럭저럭 믿을 만한 통계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하지만 그를 바탕으로 돌아다니는 '궁합'설은 사람 간의 성향을 이분법적으로 갈라놓기에 그닥 신뢰하기 어렵다. 가령 천생연분! 찰떡궁합! 이 있는가 하면, 절대 맞지 않음! 파국이다! 같은 웃지 못할 궁합도 존재한다.
나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한 친구는 나와 오랫동안 연을 이어온 대부분의 친구들이 INFP (열정적인 중재자) 임에 반해, ESTJ (엄격한 관리자) 타입이다. 친구 사이에 경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며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고 기도해주는 성숙한 사람이기에 그 누구보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뿐만 아니라 연인 간의 궁합도 찾아보았는데, 꽤나 그럴듯해서 전 연인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전 애인들의 유형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슬며시 포기.
요새 프랑스에서도 핫하다는 Myers Briggs 테스트는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물론 이를 불신하는 친구들과의 회의적인 대화도 나름 재미있지만, 나는 이런 타입인데 특정 상황에선 외향과 사고가 월등히 높은 것 같아 하는 식의 대화는 굉장히 즐겁다. 한 밋업(meet up)사이트에선 파리에서 mbti 유형별로 모임을 주최하기도 하고, 프랑스인중 가장 많은 유형별 설문(mbti francophone)이 페북이 돌아다니기도 할 정도로 트렌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평생 알아가는 나 자신을 통계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수를 두어 분석하며 전 세계 사람들이 공유한다는 사실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세상 사람들을 혈액형별 단 4가지로 나눠놓고 소심하느니, 별종이라느니 편을 갈라놓던 설과는 다른 차원이니까.
이와 비슷한 테스트로는 에니어그램(Enneagram test) 테스트가 있는데, 요새 MBTI와 함께 인기인 추세다. https://enneagram.bz/en?f=gs&zi=enneagram 이 테스트의 목적은 MBTI 와도 같이, 자신을 더 잘 알고 개인 발달을 풍요롭게 하는 것에 둔다. 각 유형과 개인마다 고유 한 자산이 있기에 "더 나은"또는 "더 나쁜"유형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지능센터 (정신적, 정서적, 본능적)의 방향과 관련된 9가지 유형의 기능을 기반으로 인간의 성격을 구성하는 모델이기에, 16가지 타입으로 나뉘는 MBTI 와는 확연히 다른 차이가 있다. 하지만 영어로 구성된 설문지이기에 한국인들에겐 비교적 덜 알려진 듯하다.
여태까지 MBTI 테스트는 인터넷으로 간단히 총 세 번 풀었는데, 퍼센티지만 약간 달랐을 뿐 모두 다 같은 결과 ENFJ (정의로운 사회운동가) 결과를 받았다. 주기능으로는 외향 감정(Fe) 타인과 집단을 연결하고 고려하며 다른 사람의 상황을 공감하고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것이고, 따뜻하고 적극적이며 책임감이 강하고 사교성이 풍부하고 동정심이 많다. 상당히 이타적이고 민첩하고 인화를 중요시하고 참을성이 많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공동선을 위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때로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맹목적 충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자기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라는 대목에 뜨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동안 맹목적인 이상화를 경계하려 무던히도 노력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난 상대방을 향해 불꽃같이 타오르는 애정을 발산해왔고, 그 과정에서 (부끄럽지만) 묻말따말 이상화는 버릴 수 없는 필수항목이었다. 타버리고 남은 잿더미 같은 작은 불씨 같은 감정들은 현실을 일깨워 주는데 도움을 주었고, 타인을 객관화하는데 늘 한 발자국 느린 편이었다.
하지만 ENFJ는 장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서 세상을 이끄는 것을 좋아하는 것, 어떤 일이든지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긍정적으로 보려는 시각이 강한 것, 사람을 좋아하고 남에게 잘 맞추는 것, 말로 표현을 잘하고 생각이나 마음을 잘 여는 것, 사람다움을 섬기기 위해서 또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등의 이유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분야에 능력이 있는 것, 다른 사람들과 별 어려움 없이 잘 어울리며, 특히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보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타인의 성장을 돕고 옆에서 영향을 미칠 때 보람을 느끼는 것 등을 갖고 있다. 이런 나와 맞는 성향의 사람들과 나누고 도모하는 이상적인 세상은, 상상만으로 행복해진다.
하지만 반대로 단점도 뚜렷하다. 마음이 약하고 남의 의견에 동화를 잘하는 편이다. 화가 나면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묵묵히 참아낸다. 정말 감정적으로 화를 냈다면 정말 누구든지 화를 낼 수준의 도 넘는 행동을 했다는 뜻. 상처를 매우 잘 받고, 오랜 시간 가슴 아파한다.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다. 그러나 자신에게 정이 없는 사람에게는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정, 눈물, 동정심이 많다. 특히 정이 너무 많아서 가끔은 문제다.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고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거나 타인의 필요(니즈)를 지나치게 생각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한다. 본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을 지우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욱 치명적인 듯 하지만, 이 또한 성찰로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크게 걱정 치는 않는다. 내 단점을 파악함으로써 나는 나를 더욱 잘 알게 되고, 강력해질 수 있으니까. 현재 브런치에 연재하는 '주파수 맞는 사람'의 영감이 된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는 그들을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닌, 나를 몰랐던 거였다.
단순한 심리테스트의 경계를 넘어,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나를 알 수 있는 성찰의 도구로 쓰이는 방법으로 이 테스를 활용한다면 참 좋지 않을까. 치열한 경쟁구도 사회에서 왜 나는 이것밖에 안될까, 자책하는 우리에게 나 자신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