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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Oct 15. 2019

당신의 프라임 세포는 ?


    이 글은 네이버의 한 웹툰을 보기 시작하면서 내 몸속의 세포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야기다. 내가 특정한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를 세포 하나하나에 붙여봄으로써 찾게 된다면? 사실 나는 내가 아니고 내 세포들이 나를 진두지휘 하는 것이라면? 내가 방금 우물쭈물 망설였던 것은, 결정을 방해하는 세포에 의한 것이라면? 이동건 웹툰 작가의 «유미의 세포들»에선 이 같은 이론들이 굉장히 분석적이고 해학적으로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람의 심리와 의사결정, 행동 등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대중에서 접할 수 있는 책과 강의 동영상은 많으나 어디서부터 접근해 공부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아 전공을 접목해 음악, 미술 심리치료부터 시작한 케이스다. 뇌 인지 과학, 자기성찰, 세포들 등으로 다양하게 접근하여 관련 서적들을 읽다 보니 사람의 몸은 어떤 에너지로 움직이는지와 엔도르핀, 호르몬, (고등학교 때 가장 싫어했던) 아나토미, 그리고 바이올로지까지 닿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얇고 넓게 파는 지식의 우물의 한계인 듯, 늘 관심만 가지고 있는 카테고리로 그리고 늘 아쉬운 과제로만 남아있다. 그러던 와중에 ‘유미의 세포들’ 로 인해 다시금 공부 욕구가 뿜뿜! 불이 붙은 것이다.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주인공 유미의 행동과 표정, 대사 등 유미의 캐릭터를 결정하는 많은 부분에서 세포들이 등장한다. 유미의 모든 감정, 체내 활동 등을 뇌세포로 의인화해서 유미의 머릿속을 만화로 그대로 보여주는 점이 특징이다. 이동건 작가는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사람의 심리변화를 낱낱이 보여주는데, 각 세포의 힘과 영향력들로 수시로 만들어지는 선택들로 나의 하루와 삶이 바뀐다. 그렇다면 이 세포들이 건강한 영양분을 먹고 자라 나에게 긍정적인 힘을 줄 수 있으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유미의 세포들> 중 등장하는 세포들


사랑세포 (프라임 세포이지 연애기관 담당. 영향력이 크지만, 방어력은 약해 자칫하단 혼수상태에 빠짐)


출출세포 (늘 세포깡을 들고다니며 배고프다고 말하는 세포. 밤 12시에 라면을 끓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응큼세포 (유미의 성욕 담당 세포. 갑자기 툭 튀어나와 엉큼하고 다양한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히스테리우스 (짜증과 화 담당 세포. 유미가 고구마를 먹은 답답한 상황이 있을 때 가끔 터져주기도 함.)


불안세포 (쓸데없는 일들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세포. 예를 들어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어떡하지? 지하철이 고장 나서 회사에 늦으면 어떡하지? 하는 수준이다)


패션세포 (유미의 쇼핑욕을 자극하여 충동 구매를 시킨다. 데이트를 나가기 전 이 세포의 활약이 큼.)


상처기록 세포 (유미의 상처기록을 담당하는 세포. 더이상 유미가 상처받지 않도록 과거를 리마인드 시켜주는 똑똑한 세포이기도 하다.)



    Input 이 어떤 Output을 만들게 되는지의 과정을 이런 분석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니, 재밌는 상상이다. 자 그렇다면, 내 몸속에도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이 많은 세포가 있을까. 그리고 각자 정해진 역할을 잘 하고 있을까(아마도 가장 게으른 세포로는 운동 세포인 듯)? 가을 이맘때쯤이면 내리쬐는 따듯한 햇빛과 시원한 공기를 좋아해, 오버사이즈 점퍼에 포근한 목도리 하나 두르고 공원에 가서 벤치에 앉아 자주 멍을 때린다. 진행중인 작업을 효율적으로 시간 내에 끝내주려면 뇌를 쉬어주는 멍 시간은 필수적이라고 말해주신 형들의 조언에 깊이 공감하는 부분인데. 이 시간은 주말 한정적 바겐세일 하듯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게 흠이다.(자주 좀 했으면 좋겠네) 몸과 생각을 쉬어줘야 할 때, 내 세포들도 같이 쉬는걸까?



    웹툰엔 없지만, 나에게 프라임 세포란 아마도 자아실현, 자기만족 세포이지 않을까 싶다. 출출이도 다른 세포보다 두 배는 더 클 것 같고. 상처기록세포가 늘 철야로 일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곱씹어 볼 때 나를 더 강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과거는 필요하지만 계속해서 잡고 끌어내리는 과거의 기억은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게 하는 악한 힘이 있기에 늘 맞서 싸운다. 뒤를 보지 않고 앞으로 가기란 꽤나 힘들기에 늘 성공 하는것은 아니지만..



    내 안의 다른 세포들을 더 살찌워 힘을 기른 후 나쁜 세포들을 박멸한 뒤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의 명랑한 세포들과 씩씩한 유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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