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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0,000회 감사 인사

by 찬란

월요일 아침,

통계 페이지를 계속 업데이트 하다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브런치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를 시작했고

제 글을 클릭해 주신

소중한 조회수가 10,000회를 기록했습니다.

잊지 못할 이 순간을 캡쳐해 두고,

감사 인사 드립니다.


저의 어렵고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에

동반해 주신다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대기업 중견사원 때 있었던 일을

떠올려 봅니다.


사내 성추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들어온 지 한 달 된 신입사원이었습니다.

인사팀의 누군가가 그녀에게

매우 부적절한 행동을 했습니다.


회사는 당시 떠들썩 했고

제 남자 동기 몇 몇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원래 그 분, 나한테도 말하면서 허벅지 만지고 그래.”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지금도 똑똑히 기억납니다.


그 사건 후 대표이사는


회사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교육을 하라.”


고 지시했습니다.

우리는 큰 강당에 모였고,

외부 강사가 들어와 성희롱 교육을 하더라고요.


“누가 내 다리를 만지면, ”이거 제 다리입니다~“ 하는 거에요.”

상대방과 서로 오해하면 곤란하잖아요. 의도는 그게 아닐 수도 있는데.”


라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겨우, 10년 전이었습니다. 대기업이었고요.)


입사 5년차인 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교육이 끝나자,

당시 과차장이었던 여자 선배 몇몇이 손을 들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 교육, 왜 여직원들에게만 듣게 하는 겁니까?”


외부강사는 당황하며

본인은 의뢰 받은대로 교육하는 것이니

회사 인사팀에 문의하라고 하며 교육은 끝났습니다.


이후 한 선배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했고

인사팀은 “곧 전사적으로 남직원도 교육할 것”

이라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지금도 그 선배가 이의를 제기한 그 모습이

간간이 기억이 납니다.

그때 어린 나는 아무 생각 없었지만

선배 맞는 말이에요, 뭔가 잘못된 거 같아요

라고 말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금도 회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 인식은 많이 달라졌지요.

그 신입사원이 당한 일은

지금같아선 위중한 형사처벌도 가능한 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신입사원은 퇴사했고

그 인사팀 직원은 지금도 회사에 잘 출근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 선배를 생각합니다.

그때 그 신입사원을 생각합니다.



그들을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거기에 항상 같이 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찬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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