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사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 내 얘기를 하고 다녔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그세계 이야기

by 찬란
이 글은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되었습니다. 박망고 부장은 실존 특정인을 표현한 것이 아닙니다.


악연의 실타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풀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사람 싫은 사람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한 번 싫어진 사람은 정말로 싫어진다. 말 그대로, 죽도록 미운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를 떠올리기만 해도 식욕이 뚝 떨어지고, 두통이 찾아오곤 했다. 한 마디 한 마디 듣는 말들이 고깝게 들렸고, 같이 식사하는 게 고역이라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 자리를 피하곤 했다. 은행에 가야 한다, 간헐적 단식을 한다, 등등. 그 방면에서는 내게 전혀 없던 창의력이 꽃피곤 했다.

나는 박망고 부장을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

그냥 우리는 잘 맞지 않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는 나를 혼내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사람을 ‘갈구는’ 데에는 천재적인 기질을 타고 난 사람들이 있는데, 그는 딱 그런 사람이었다. 그를 떠올리면 허리에 알록달록 천을 두른 사자가 생각났다. 이집트 피라미드를 만드는 노예들에게 절묘하게 채찍을 휘두르는 사자.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예술적으로 채찍을 휘두르며 피라미드 건설을 진두지휘하는.

”파인애플 대리, 이번에 옆 공장이랑 수익성을 비교해보려고 하는데 경제성 분석 해 봐.“

”경제성 분석이요? 어떤 식으로 하는 건지 개요라도 좀 알려주시면…“

”바빠. 알아서 조사해서 들고 와.“

며칠을 맨땅에 헤딩하며 주변에 물어 물어 어찌 어찌 만들어 들고 가면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는 나를 옆에 앉혀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가르치곤’ 했다. 그냥 잘 만들어진 기존 자료 하나만 나에게 주었더라면, 그걸 참조해서 만들어 낼 수 있었을텐데. 현기증이 날 정도로 온 사무실에 고성을 채웠다. 일종의 ‘내가 이렇게 잘 알고 하급자를 잘 혼낸다’는 과시였다. 참담한 기분으로 내가 자리에 돌아오면 참견하기 좋아하는 옆팀 조딸기 차장이 이죽거리며 한 마디 얹곤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찬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대기업 전략기획부문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용기, 희망을 믿습니다. chanranfromyou@gmail.com

71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1화임원들끼리 주먹 다짐을 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