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그세계 이야기
이 글은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되었습니다. 박망고 부장은 실존 특정인을 표현한 것이 아닙니다.
악연의 실타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풀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사람 싫은 사람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한 번 싫어진 사람은 정말로 싫어진다. 말 그대로, 죽도록 미운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를 떠올리기만 해도 식욕이 뚝 떨어지고, 두통이 찾아오곤 했다. 한 마디 한 마디 듣는 말들이 고깝게 들렸고, 같이 식사하는 게 고역이라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 자리를 피하곤 했다. 은행에 가야 한다, 간헐적 단식을 한다, 등등. 그 방면에서는 내게 전혀 없던 창의력이 꽃피곤 했다.
나는 박망고 부장을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
그냥 우리는 잘 맞지 않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는 나를 혼내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사람을 ‘갈구는’ 데에는 천재적인 기질을 타고 난 사람들이 있는데, 그는 딱 그런 사람이었다. 그를 떠올리면 허리에 알록달록 천을 두른 사자가 생각났다. 이집트 피라미드를 만드는 노예들에게 절묘하게 채찍을 휘두르는 사자.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예술적으로 채찍을 휘두르며 피라미드 건설을 진두지휘하는.
”파인애플 대리, 이번에 옆 공장이랑 수익성을 비교해보려고 하는데 경제성 분석 해 봐.“
”경제성 분석이요? 어떤 식으로 하는 건지 개요라도 좀 알려주시면…“
”바빠. 알아서 조사해서 들고 와.“
며칠을 맨땅에 헤딩하며 주변에 물어 물어 어찌 어찌 만들어 들고 가면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는 나를 옆에 앉혀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가르치곤’ 했다. 그냥 잘 만들어진 기존 자료 하나만 나에게 주었더라면, 그걸 참조해서 만들어 낼 수 있었을텐데. 현기증이 날 정도로 온 사무실에 고성을 채웠다. 일종의 ‘내가 이렇게 잘 알고 하급자를 잘 혼낸다’는 과시였다. 참담한 기분으로 내가 자리에 돌아오면 참견하기 좋아하는 옆팀 조딸기 차장이 이죽거리며 한 마디 얹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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