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사 데이터를 해킹하다 딱 걸렸다.

모과 팀장과 나의 은밀한 비밀

by 찬란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실제 인물과 관련없음을 밝힙니다.

"파인애플 대리.”

“엇 안녕하세요, 모과 팀장님.“

”지금 옐로 회의실에서 볼까.“

”아, 네네…지금 가겠습니다.“

가슴이 뜨끔했다. 왜 모과 팀장은 나를 급하게 보자고 했을까? 설마, 설마 내가 지난 주에 만든 그 파일 때문은 아니겠지? 그 파일 때문이면 상당히 난처해 질 수도 있는거 아닐까?

머리가 복잡했다. 지난주에 내가 만들어 우리 팀 안에 공유한 파일이 생각났다. 간단한 엑셀 파일이었지만, 그 파일은 상당히 문제될 여지가 있었다. 어떻게 트집잡느냐에 따라 내가 곤란해 질 일이 생긴다.

그건 회사 내부 데이터를 해킹한 파일이었다.




”파인애플 대리님, 이번에 마무리된 프로젝트 아시죠?“

”네, 회사 주요 데이터를 정리해 주는 거 맞죠?“

”맞습니다. 그동안 SAP에서 다운받은 데이터를 재무팀에서 수작업으로 가공했어야 했는데..그걸 바로 엑셀로 연결해 오는 거죠.“

”네…그런데 그 프로젝트가 왜요?“

”그 데이터베이스 구축 설명회를 하려고 하는데 참석을 부탁드리려고요.“

나는 엑셀을 무척 좋아했다. 가능성이 무한한 장난감 같았다. 이리 수식을 걸고 저리 파일들을 연결해 보며 놀았다. 그동안 일일히 타이핑 하고 여러 시간에 걸쳐 작업 하던 일들이 많았다. 엑셀로 요리 조리 굴리면 자동화 시킬 수 있었다. 여유 시간이 생기자 기분이 좋았다. 다른 동료들에게도 자랑하고 싶었다. 오지랖넓게 동료들의 작업들도 자동화 시켜주며 생색을 냈다. 간단한 매크로 작업들이었다.

”파인애플 대리, 엑셀을 그렇게 잘한다며?”

점차 ‘컴퓨터 잘하는 파인애플 대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큰 데이터들을 다루는 일들을 내게 주기 시작했다. 원가 데이터, 손익 예상, 가격 변동 분석… 데이터의 세계는 심오했다. 이리 저리 주물러보다 보니 배우는 것도 많았고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재무팀의 ‘모과 팀장’이었다.

”이번 달 제품별 손익 예상 데이터입니다. 보안 때문에 사진 파일로 보냅니다.“

그는 보안이란 명목 하에 모든 데이터를 사진으로 보냈다. 그런데…내가 맡은 제품을 상세하게 분석해야 하는데, 사진 파일로 숫자를 보내다니. 뜯어 볼 수도 없고 분석해 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 원 데이터 엑셀을 보내달라고 말하는 건 정말 어려웠다.

모과 팀장이 정말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이죠?? 말도 안되는 말 하지 마세요, 숫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와 논리로 맞붙어 이긴 사람은 없었다. 숫자를 다루고 분석하는데 정통했던 그는 매우 깐깐했다. 밑의 직원들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몰랐다.

”모과 팀장이 숫자 오타 낸 직원 엄청 깼어.“

”왜 예상 손익 숫자를 사진으로만 보낸대?“

모두가 불만이었지만 입 밖에 내어 말하기 어려웠다. 모두가 그에게 말 한번 붙이기 싫어했다.

”그…팀장님, 이 제품 손익이 왜 이렇게 된 건지 궁금해서요…“

”바빠 죽겠는데 무슨 질문이 그래요? 메일로 보내세요, 회신 할 테니까.“

무서워 무서워. 다들 웅얼웅얼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다가는 물러났다. 그는 숫자의 권위자였고, 누구도 그에게 도전하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로 데이터(Raw data)가 필요한데. 그래야 내 제품의 손익과 원가 구조를 이리저리 자세히 뜯어 볼 수 있는데.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찬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대기업 전략기획부문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용기, 희망을 믿습니다. chanranfromyou@gmail.com

71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0화파인애플 대리, 수용소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