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마망 Apr 27. 2021

#2 아이에게 갯벌을 선물한 캠핑

영흥도 농어바위 캠핑장

우리 가족의 첫 1박 2일 캠핑 장소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영흥도 농어바위 캠핑장으로 정했다.

벚꽃 맛집이라며 추천해 준 캠핑장이었는데 벚꽃 시즌이 끝난 뒤라 아쉬웠다.

캠핑장 뒤편에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바닷길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직 갯벌체험을 안 해본 준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금요일 퇴근 한 저녁, 마트에 가서 한껏 장을 보고 준이를 일찍 재운 뒤 짐을 싸기 시작해서 자정이 다 되었을 때쯤 트렁크에 테트리스를 마쳤다. 트렁크는 터지기 1초 전 폭발물처럼 아주 빵빵해졌다.

우리는 준이와 함께 여행을 갈 때는 출발 전날 밤에 떠날 준비를 마치고 당일 아침에는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출발한다. 온전히 아이만 챙기면 되니 서두리지 않고 느긋하게 출발 준비를 할 수 있다.



처음 가보는 영흥도.

대부도를 지나 선재도를 지나 영흥도가 나왔다.

캠핑장은 영흥도 제일 끝자락에 있었다.


"오늘은 캠핑장에서 자고 내일 집으로 돌아갈 거야."

"왜?"

"준이랑 밤하늘에 별도 보고 많이 놀려고 자고 갈 거야."

"왜?"

"그럼 다음날 아침에 또 갯벌에 가서 놀 수 있으니깐."

"왜?"

"갯벌에는 게랑 새우랑 소라게랑 망둥어랑 살고 있대. 우리 갯벌에 누가 누가 살고 있나 볼까. 재밌겠지?"

"응! 갯벌 좋아!"


준이는 궁금해서 질문했다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을 하거나 그냥 계속 질문을 한다.

5살 아이의 특징인 '왜요 병'을 이성적인 판단과 대답으로 대응하면 이겨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쳤다.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동문서답으로 설명을 해주면 다른 생각에 질문을 멈춘다. 그리고 조금 숨을 돌리고 나면 다시 그냥 질문이 시작된다.






드디어 도착한 영흥도 농어바위 캠핑장.

남편이 텐트와 그늘막을 치는 동안 1초도 가만히 있으면 심심해하는 준이를 데리고 갯벌로 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물이 반쯤 차 올라있었다. 4월의 물때 시간은 이른 아침, 늦은 오후라서 놀기 좋은 시간대가 아니라 아쉬웠다.

준이에게 갯벌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중에 물이 다 빠지면 우린 저기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 거라고  게, 조개 등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신기해하며 똘똘한 눈망울로 질문을 쏟아냈다.


"어떻게 물이 없어져?"

"누가 물을 가져가는 거야?"

"게가 어떻게 모래에 살고 있는 거야?"


궁금해하는 준이를 위해 미처 도망가지 못해 숨어 있는 게가 있을지 모르겠다 싶어서 돌멩이를 하나씩 들어 올려 보았더니 작은 게 한 마리가 있었다. 손으로 살짝 잡아서 준이 손바닥에 살짝 올려주고 관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사실 나는 처음으로 게를 잡았다. 살짝 겁이 나기도 징그럽기도 했지만 준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그리고 준이의 호기심을 무서움으로 채워주고 싶지 않아 눈을 질끈 감고 게를 덥석 잡았다.

게를 좋아하는 준이는 게가 아파한다며 원래 있던 자리로 보내주자고 했다. 모래놀이를 하다가 바람이 쌀쌀해서 준이를 데리고 사이트로 돌아왔다.


남편은 텐트 피칭을 끝내고 타프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노스피크 나르시스 돔텐트가 설치하기 편해서 시간도 단축되고 남편이 땀을 흘리지 않아 좋았다.

남편이 꼭 사야 된다고 말했던 웨빙 스트랩이 진리인 듯하다. 혼자서 뚝딱 타프를 치는 걸 보니 자동 길이 조절이 가능한 웨빙 스트랩은 타프 필수품이다.

타프까지 마무리되면 이제 나는 입을 옷이랑 세면도구, 테이블, 체어, 인디언 헹거, 아이스박스 등을 나름의 위치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타프 필수품, 웨빙 스트랩



노스피크 캐리어, 짐이 가득 들어가고 트렁크에 적재하기 좋다.



마카롱 미니 밥솥 강추, 버너를 사용하지 않으니 아이가 다칠 염려도 없고 편하다.




1일 차, 점심 메뉴는 후딱 먹고 빨리 놀고 싶은 준이를 위한 메뉴, 짜파게티와 미국산 등심 구이.

만능 구이 바다로 짜파게티를 끓이는 동안 남편은 그리들을 손질하고 등심을 올려놓았다.

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사 온 미국산 등심이 그리들과 만나니 웬만한 한우보다 더 맛있었다.


진짜 후다다닥 먹고 해치웠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이제 좀 캠핑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점심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빠랑 준이는 다시 갯벌로 나갔다 왔다.

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고 준이가 신기해하며 나에게 종알종알 설명해 주었다.

오후 늦게 물이 빠지니 그때 다 같이 나가서 게도 잡고 물고기 잡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간식은 그리들에서 구워 먹는 호떡이다.

아빠가 요리하면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해서 집에서도 종종 호떡 믹스, 머핀 믹스로 같이 만들어서 먹는다.

준이랑 호떡 믹스로 반죽도 하고 믹스 잼 넣는 것도 함께해서 호떡을 빗어서 그리들에 구웠다.

완벽한 호떡을 위해 야심 차게 호떡 누림 개도 사서 가져왔다.





납작하게 구운 호떡을 살짝 식혀서 준이와 함께 먹었더니 정말 꿀맛이었다.

편식이 심했던 준이가 음식이 궁금하고 겁내지 않고 한입이라도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간식, 호떡 조차도 안 먹겠다고 도망간 것이 고작 몇 달 전이다.

이렇게 서서히 마음을 여는 모습을 흐뭇하고 조급해하며 무작정 들이댔던 예전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다가 과자 먹고 싶다며 텐트로 가져다 달라는 준이.

텐트 안에서 요리조리 뒹굴뒹굴하며 과자도 먹고 주스도 먹는 동안 우린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며 시원한 공기와 함께 여유를 조금 부려 보았다.





물이 빠지는 시간이 되어서 우린 갯벌로 나가 보았다.

"우와" 

진짜 물이 없어졌다며 신기하는 준이를 보니 갯벌에 오길 잘했단 생각을 했다.


물이 다 빠져서 저 멀리까지 가볼 수 있었다. 큰 돌멩이를 들어 올리니 손가락만 한 게를 옆으로 도망갔다.

자그마한 채집통에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잡아서 넣었다.

보통 열 마리 이상 잡아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하는데 옥토넛을 좋아하는 준이는 밤새 함께 있다가 내일 아침에 돌려보내 줘도 되냐고 물었다. 우리도 굳이 게를 넣은 라면은 먹고 싶진 않았고 준이의 마음을 따라 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갯벌에 보면 긴 막대기가 여러 개 꽂혀 있는데 그곳은 유료 체험이라고 했다. 저 뒤편에 낙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확 드는데 좀 아쉬웠다.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해서 텐트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했다.

희한하게 캠핑장을 오면 돌아서면 밥 먹을 시간이다.


저녁 메뉴는 삼겹살과 미나리 구이 그리고 김치찌개, 냉면

그리들 한번 샀더니 남편은 아예 그리들 앞이 지정석이다. 캠핑의 반은 그리들 앞에서 보내니 좀 맘이 안쓰러웠다. 남편은 저 건너편 사이트에 계신 아저씨를 보라고 말했다.

그분은 쌀쌀한 늦은 밤까지 나시티 하나만 입고 계셨는데 매너 타임 직전까지 온종일 불판 앞에서 굽기만 하셨다. 저쪽 가서는 관자를 굽고 이쪽 와서는 삼겹살을 굽고 또 굽고 계속 구웠다.

우리 남편은 아직 반팔 입고 있으니 다행이네.


나는 캠핑에서 찌개와 국 요리를 할 때는 미리 양념장을 만들어 오거나 재워서 가져온다. 간을 맞추기 위한 국간장, 소금 정도만 챙겨 온다. 요리 시간을 줄여서 준이와 함께 노는 시간 늘리고 싶었다.

양념을 미리 해서 담아둔 김치를 꺼내서 물만 넣고 끓이면 김치찌개가 되고 그냥 팬에 구우면 김치볶음이 되고 부침가루에 부치면 김치전이 되니 그때 입맛에 따라 만들면 된다.

오늘은 김치찌개.




고기 굽는 동안 저녁식사 세팅이 완료되었다. 세 식구가 오붓하게 다 같이 앉아서 저녁밥을 먹었다. 


"엄마, 우리 여기서 자고 가?"

"유치원 안가?"

"내일 또 갯벌에 가고 싶은데"

"텐트 너무 좋아!"


"엄마도 여기가 너무 좋아!"

"우리 내일도 갯벌 가서 신나게 놀자!"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졸리다며 자고 싶다는 준이를 데리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속았다.

진짜 졸리긴 했지만 자고 싶은 맘은 0.00001%도 없었다. 그냥 텐트에 누워서 놀고 싶었나 보다.

같이 딩굴딩굴거리다가 밖에 앉아 있던 아빠까지 함께 누워서 준이가 제일 신나 하는 악당 놀이까지 하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준이가 깨지 않게 납작하고 엎드려서 텐트 밖으로 나와 남편과 둘이서 오붓한 10분을 보냈다.

예전에는 밤늦게까지 이야기하며 체력이 바닥이 될 때까지 놀았지만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가 잠들면 같이 졸리다. 그리고 일찍 자야 내일이 힘들지 않다.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핸드폰을 만지작하다가 텐트로 들어갔다. 바로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떼창 소리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가 안되어서 조금 더 자야지 하고 눈을 감는데 준이가 눈을 번쩍 뜨더니


"시끄러워서 못 자겠다. 새가 너무 많이 울어."

"캠핑장에는 보통 나무가 많아서 새가 많아, 새들이 아침을 알려주는 거야."

"그럼 지금 아침이야?"

"아직 아침은 아닌데..."

"그럼 나가 놀래! 밖에 나갈래!"


설명을 너무 아름답게 했나 보다.

일찍 잠들면 좋지만 정말 새나라 어린이라서 일찍 일어난다.

3년 넘게 해 보니 이제 새벽 기상은 전혀 어렵지 않다. 오후 낮잠이 없어진 것이 너무 아쉬웠다.

아직 이른 시간이니 조용히 하기로 약속하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우리만 일어났나 했는데 아이가 있는 가족들은 역시나 일찍 일어나서 산책하고 있었다.


에어매트와 전기매트는 정말 사길 잘했다고 남편에게 엄지 척을 날려주었다.

캠핑의 아침이 이리도 상쾌하다니!

온몸이 누가 밟은 것 같고 물 위에서 잔 것처럼 습했던 예전 캠핑의 아침은 생각도 하기 싫었다.


우리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준이는 사과 주스를 마시면서 오늘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준이가 3살이 되었을 때였다. 어느 날 아침, 준이에게 '오늘 할머니 집에 갈 거야' 라며 통보식으로 말했더니 아이는 '숲 속 놀이터에 가고 싶다'며 가기 싫다고 울고 떼쓰는 바람에 준이를 어르고 달래는데 아침 시간을 다 써버리기도 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서부터는 주말에 꼭 가야 되는 곳이 있거나 해야 되는 것이 있으면 하루 전날에 설명해 주고 주말에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의사를 꼭 물어본다.

아이도 하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 우리 마음대로 정하기보다는 서로 이야기 나눠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 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정하고 할 수 없는 것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오늘은 갯벌에서 많이 놀고 싶다고 한다.

게를 찾으려면 돌멩이도 번쩍 들 수 있어야 해서 먼저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기로 했다







- 아담한 크기로 가족끼리 단란하게 보내기 좋다.

- 하루 3번 온수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콸콸 나온다.

- 샤워실 문이 없고 커튼으로 되어 있는데 입구와 정면에 있어서 불안하다.

- 화장실, 개수대는 무난하게 깨끗하다.

- 캠핑장 뒤편 바다 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어 편하다.

- 미끄럼틀이 있는 작은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가 잠깐 놀기 좋다.

- 매점에는 웬만한 것은 다 구비되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1 키즈카페 대신 무박 캠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