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요일에 가서 무박하고 저녁에 돌아오자. 어때?
캠핑 장비를 어느 정도 다 샀다고 생각했을 때 집에서 가까운 캠핑장을 예약하려고 알아보고 있었다.
우리보다 재빠른 사람들은 어딜 가도 있다. 역시나 캠핑장은 만실이었다. 인기 높은 캠핑장은 6월까지 주말 예약이 꽉 차 있었고 우리가 육아 만렙을 향해 달리는 동안 캠핑장 예약 방법은 달라져 있었다.
캠핑 장비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당장이라도 캠핑장에 가고 싶은 남편은 장비 체크를 해야 된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 재생했다. 덩달아 준이도 매일 눈을 뜨면 '오늘 캠핑 가는 날이야?"라고 반복 질문을 했다. 이번 달 주말에 갈 수 있는 캠핑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가 있으니 너무 멀지 않고 시설 괜찮은 캠핑장으로 찾으려 보니 더 힘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자리 남은 좋은 캠핑장을 찾느라 밤을 꼴딱 새우고 비몽사몽으로 출근하기를 며칠 반복하다가 남편이 좋은 생각이 났다며 말했다.
"우리 일요일에 가서 무박하고 저녁에 돌아오자. 어때?"
"우리 집에서 30분 거리에 유명한 캠핑장이 있어서 알아봤는데 일요일은 예약이 가능해!"
타프가 필요 없는 프리미엄 데크 사이트
무박.
놀이동산을 간다고 1박을 하는 것은 아니니깐, 피크닉처럼 하루 놀고 밤에 집으로 돌아가면 되지.
그렇게 일요일 아침, 우린 김포 캠핑파크로 떠났다.
대부분 일요일 아침에 철수하고 떠나서 캠핑장은 한적했고 여유로웠다.
김포 캠핑파크는 가족 위주로 예약을 받고 남녀 단체 예약은 받지 않아 가족 캠핑족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으로 특히 대형 에어바운스가 있다는 것이 제일 큰 매력이었다.
그동안 사 모았던 금쪽같은 캠핑 장비들과 음식 재료들을 꺼내 데크 위에 올려놓으니 준이가 빨리 놀고 싶다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기다림은 10분을 넘기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남편이 텐트와 타프를 치는 동안 나와 준이는 에어바운스가 있는 실내 오락실에 갔다 오기로 했다.
예전에 샀던 6인용 콜맨 텐트는 사이즈도 크고 무거워서 남편 혼자 치기 어려웠고 시간이 꽤 걸려서 누구 한 명 도와줘야 수월했지만 새로 산 노스피크 그라시아 돔 텐트는 4인용이라 사이즈도 적당하고 가볍고 간편해서 남편이 혼자 할 수 있다며 흔쾌히 놀다가 오라고 했다.
김포 캠핑파크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거리인 에어바운스와 오락실, 집라인, 모래놀이터가 있다. 오락실에는 인형 뽑기, 농구하기 등의 유료 게임기가 있었고 안쪽에는 대형 에어바운스가 2개나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없어서 준이와 나는 마음껏 뛰어놀다가 카라반 구경도 하고 집라인도 구경했다. 집라인은 꽤 높고 길어서 초등학생들부터 가능해 보였다.
캠핑장 한 바퀴 산책한 뒤 모래놀이터에서 모래 놀이를 했다. 어디를 가도 꼭 필요한 모래놀이 장난감은 트렁크에 항시 대기하고 있어서 꺼내서 놀았다.
어린아이와 함께 캠핑파크에 가게 된다면 모래놀이터 근처 사이트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가 모래놀이를 하는 동안 엄마, 아빠는 캠핑 준비를 할 수도 있고 잠깐이나마 의자에 앉아서 쉬면서 아이를 지켜볼 수 있으니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우리 사이트는 모래놀이터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남편이 잘하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사이트에 잠깐 갔다 오려니 준이가 혼자 있는 것이 싫다며 가지 못하게 해서 쪼그리고 같이 모래 놀이를 한참 했더니 다리에 쥐가 났다. 저 멀리 남편은 혼자 끙끙거리며 타프를 손 보고 있었다.
남편은 데크가 경사면에 있어서 타프가 쉽지 않다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어쩐지 이 자리만 남아 있더라니!"
오늘은 무박인 데다 장비 테스트만 해보기로 한 것이 아닌가. 대충 마무리 정리를 끝내고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간단하게 냉동 볶음밥과 삼겹살을 지글지글 그리들에 구웠다. 그리들 첫 사용이었는데 화력이 너무 세니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 삼겹살이 베이컨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아까운 삼겹살은 배고픈 우리의 배처럼 쪼그라들었고 허기를 반찬으로 먹었다.
'그리들 사용법도 좀 익혀야겠네!'
테이블 위가 어쩐지 휑해 보이지만 배부르게 맛있게 잘 먹었다. 배고픔에 정신이 왔다 갔다 해서 잘 몰랐는데 배가 든든해지니 텐트 옆으로 누워 있는 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필요하고 저런 것도 필요하고. 저건 필요 없으니 다음엔 빼고.
아무리 사도 사도 끝이 없는 캠핑 용품과 나의 평생 다이어트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 끝날까.
나와 남편은 캠핑 장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준이는 텐트 주변을 요리조리 돌아다니고 뛰어다니기 바빴다. 구석에 뭘 하는 것 같길래 봤더니 작은 장비들을 모아 놓고는 텐트 치던 아빠 흉내를 내고 있었다.
"준아, 뭐해?"
"엄마! 나 지금 좀 바쁜데, 이것만 하고 얼른 엄마랑 놀아줄게!"
"오늘 캠핑 오니깐 기분이 어때? 우리 주말에 캠핑 자주 갈까 하는데 준이 생각은 어때?"
"엄마! 너무 재밌어. 캠핑 너무 좋아! 나는 매일매일 캠핑하고 싶어!"
2주 동안 열심히 캠핑을 준비했는데 아이가 이리도 좋아해 주면 기분이 너무 좋았고, 뿌듯했다.
다음 달 카드값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워터 저그가 마냥 신기한 아이
한바탕 놀고 난 후 간식으로 짜파게티도 한 그릇 뚝딱 먹고 준이랑 다시 에어바운스에서 놀고 잔디밭에서 뛰어놀았다. 여기서 자고 내일 집에 가냐고 묻는 준이에게 이번 캠핑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서 잘 거라고 설명해 줬더니 아이의 표정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먹구름처럼 울상이 되었다.
"너무너무 아쉬워!"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집에 돌아가야 되지만 다음 주말엔 캠핑장에서 잘 꺼야"
"응! 엄마 꼭이야!"
"그래! 주말엔 다른 곳으로 캠핑 모험을 떠나자!"
반나절 캠핑이지만 음식은 1박 2일 분량으로 준비했다.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쿨러에 있는 음식을 다 꺼냈다.
"그리들이면 돈마호크지!"
배가 부른 채로 저녁밥으로 돈마 호크를 구웠다.
말하면 뭐하냐. 그냥 대실패였다. 퍽퍽해서 준이는 씹다 뱉다를 반복하더니 배부르다며 고기를 거부했다.
처음에는 돈마호크를 의심하고 의심했지만 결국 우리가 똥 손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쉬어볼까 했는데 해가 저물어서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철수 준비를 해야 했다.
첫 캠핑이다 보니 손이 익숙지가 않아 정리하는데 시간도 꽤 걸렸다. 2시간 넘게 걸려 겨우 철수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키즈카페보다 몇 배로 더 신나게 뛰어놀았던 준이는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곤히 잠든 준이를 꼭 안아줄 거실로 나와 남편과 나는 오늘의 캠핑 뒤풀이를 했다. 남편은 필요한 캠핑 장비들을 읊어 대기 시작했고 나는 주방 식기 추가 구입과 요리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겠다 외쳤다.
캠핑 요리를 연구해서 다음번 캠핑 땐 잘 먹었다고 소문 한번 내보기로 했다. 그리고 말마다 무조건 캠핑을 하기로 하고 캠핑장 예약을 했다.
한번 시작하면 끝판 대장까지는 꼭 가보는 우리 부부이다.
매주 금요일이면 '주말엔 뭐할까?' 대신 '어디로 떠날까?'를 고민하기로 했다.
매일 가는 동네 놀이터와 비슷한 키즈카페를 벗어나 매번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자연을 체험하며 마음껏 뛰어놀 수도 있으니 5살 준이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캠핑장에 따라 숲 체험장이 될 수도 있고 곤충 체험장, 바다 체험장이 될 수도 있다.
준이도 유치원을 5번 가야 캠핑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몇 밤이 남았는지 물어본다. 내일은 캠핑장을 갈 거라고 말하는 금요일 아침이 되면 '신난다'라고 외친다.
준이가 함께 좋아하니 아마 우린 오랫동안 캠핑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니깐 장비를 좀 더 사도 되겠지?
- 파쇄석 및 데크 5만 원 ~ 7만 원 (비수기 기준)
- T20~T-23 데크 사이트 비추 : 데크가 경사면에 설치되어 있어 불편함, 그늘 자리라서 시원함.
- T13~T15 파쇄석 사이트 : 모래놀이터 바로 앞에 위치
- 타프가 있는 프리미엄 데크 있음
- 글램핑 및 카라반 예약 가능
- 여름 성수기 수영장 오픈
- 네이버 예약 가능
- 매점이 커서 아이들 간식 사 먹기 좋으며 필요 용품들도 꽤 있어 편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