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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마망 Jul 07. 2021

#5. 함께해야 즐거운 캠핑

연천 나린 오토캠핑장

이번 캠핑장은 물놀이를 좋아하는 성준이를 위해서 두 달 전부터 미리 예약한 캠핑장, 

연천 나린 오토캠핑장이다. 

이곳도 역시 2박 우선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우린 6월 예약이 풀리자마자 6월 둘째 주와 넷째 주,  2번 가는 것으로 예약을 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방이와 모래놀이터도 함께 있어 가족 캠핑으로 인기가 많은 곳이라 해서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엔 물놀이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준이는 금요일 아침부터 들떠있었다.

중고로 산 노스피크 A6 에어텐트 첫 개시 날이라 남편 역시 한껏 들떠 있었다.



준이가 태어나서 100일이 지났을 무렵 베이비 수영장을 데리고 갔었다. 

혹여나 낯설어 울까 봐 걱정했었는데 체험시간 40분을 꽉 채워서 양반다리로 미동 없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을 보며 '물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이후로 베이비 수영장은 한번 더 갔었고 돌 이후로는 호텔 키즈 수영장과 키즈 워터파크로 갔다.

나도 물놀이를 좋아하고 남편은 수영을 잘하니 준이와 물놀이를 자주 갈 수 있었다.

물놀이하기 전 후로 어린아이를 옷을 갈아입히고 씻기는 일은 꽤 힘들고 지치는 일이기도 하다. 

탈의실 바닥에 물이 많으니 미끄러질까 봐 조심해야 되고 어느 순간 다른 곳으로 갈지 모르니 한눈 팔지 않고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내가 씻을 시간은 없었고 겨우 옷만 갈아입고 나가야 했다.

처음엔 내가 준이를 데리고 탈의실과 샤워실을 갔었는데 나의 기진맥진한 모습을 본 남편이 안쓰러웠던지 그다음부터는 남편이 준이를 데리고 갔다. 

수영복 바지가 삐뚤빼뚤 하기도 하고 물기를 제대로 닦지 않아 머리카락에서 물이 두둑 떨어지는 모습 그대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대충 입히고 대충 씻기면 어때, 아이가 다치지만 않으면 모든 것이 다 괜찮다.



토요일 아침, 눈에 뜨자마자 준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엄마! 오늘 물놀이할 수 있대!"

"엄마랑 아빠랑 성준이랑 같이 물놀이하는 거 어때?"


이런, 어쩌지.

나린 오토캠핑장 카페 공지글을 보니 코로나로 인해 '어른 입수 금지, 유아 동반 어른 1명만 입장 가능'이라고 적혀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가 아닌가, 어쩔 수 없다.

남편이 텐트를 피칭하는 동안 나와 준이가 물놀이를 하고 나중에 남편과 교대하기로 했다.


나린 오토캠핑장은 생각보다 더 넓었다. 구역별로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고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프리미엄 데크 구역은 탐났다. 개별 화장실과 개수대가 있었는데 깔끔했다.

우리가 예약한 사이트는 '가람'

땡볕이다. 그늘이 없다. 하필 제일 더운 날인데.


탁 트인 개방감을 자랑하는 노스피크 A6 에어텐트를 펼쳤다.

준이가 수영복을 갈아입는 동안 에어텐트는 꼿꼿하게 세워졌다.

브라보 펌프로 공기를 불어넣자마자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텐트가 완성되었다.






"에어텐트 정말 최고야"라고 말하며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의 이마에서 시작된 땀이 발목까지 쏟아져 내린 것 같았다.

너무 더워서 말이 안 나온다며 남편은 에어텐트를 대충 마무리하고 샤워장으로 뛰어갔다.

그동안 나는 빠르게 테이블과 의자, 이너텐트 안을 정리를 했다.

한결 개운한 얼굴로 돌아온 남편은 잠시 텐트에서 쉬기로 하고 나와 준이는 물놀이를 하러 수영장으로 갔다.


입장 팔찌를 구매하고 사이트 번호를 확인한 후 입장했다. 입구에서 꼼꼼하게 체크하셨다.

오늘 너무 더워서인지 물속에 들어가니 시원했다.

나에게 꼭 붙어 있던 준이도 천천히 물속에 적응하더니 이내 발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수영장에는 아이들만 탈 수 있는 슬라이드가 있었다. 준이는 슬라이드를 타겠단다.

잘 걷고 뛰는 5살이지만 슬라이드로 올라가다가 미끄러워질 수도 있고 다른 아이들과 부딪혀 옆 난간으로 발이 빠지거나 넘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평소였다면 내가 준이와 함께 슬라이드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슬라이드 아래에는 남편이 기다렸다가 내려오는 준이를 안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나눠서 했다.

오늘은 보호자는 나 혼자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답답했다.

일단 내가 준이를 슬라이드 중턱까지 올려다 주고 빠른 걸음으로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신난 아이는 엄마를 기다릴 생각은 1도 없었다. 슬라이드로 내려오고 있는 준이를 보는 순간 당황해서 물안을 헤집고 가느라 허벅지가 멍 투성이 되었다.

다행히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준이를 잡았지만 물을 한 움큼 먹은 아이는 좀 놀란 눈치였다.

미취학 아동에게 보호자 1명 입장 제한은 너무 가혹했다.





땡볕을 피해 물놀이를 하고 있으니 시원하고 좋았지만 항상 재미를 주는 남편이 없으니 뭔가 심심했다. 

슬라이드를 타다 물 먹은 준이는 슬라이드를 또 타고 싶지만 겁이 나는지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수영장 끝자락에 우리 사이트가 보였다.

준이가 아빠를 큰소리로 불렀다. 

너무 멀어 아빠가 못 들을 거라고 말해주고 있었는데 불쑥 남편의 얼굴이 보였다.

쉬고 있던 아빠가 기가 막히게 아이 소리를 듣고 수영장 쪽으로 왔다.

남편은 시뻘게진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며 웃었다.


"여기 너무 더워! 수영장은 시원해?"

"우린 시원한데.."


더위 먹은 남편을 보니 수영장에 있는 내가 오히려 너무 편하게 느껴졌다.

함께 물놀이를 했다면 좋았을 텐데.

물속에서 나가기 싫었지만 나보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남자였다.

남편과 교대하기로 했다.




아빠와 실컷 슬라이드를 타는 준이를 보니 더 신나 보였다.

텐트로 돌아와 혼자 앉아 있으니 심심하고 무료했다.

가족 캠핑을 왔는데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아이랑 단둘이 온 것도 아닌 그렇다고 여유 있지도 않은

그런 기분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간식으로 뉴욕 핫도그를 만들었다.


아뿔싸, 버터를 안 가져왔다.

항상 꼼꼼히 준비한다고 해도 매번 빠트리는 것이 하나쯤은 있다.

핫도그 번은 식용유에 살짝 굽고 칼집 낸 소시지도 구웠다.

잠깐 그리들 앞에 서있었더니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잘게 다진 양파와 야심 차게 준비한 케첩과 머스터드 피클 소스를 뿌렸다.

준이는 구운 소시지에 케첩만 살짝 뿌렸다.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고 온 남편과 준이가 텐트로 돌아왔다.


"엄마 배고파! 너무너무 배고파!"

"엄마가 준이 배고플 줄 알고 맛있는 핫도그 만들었지!"

"나 이거 안 먹을래! 뽀로로 주스 먹을래!"


땀 흘리며 열심히 한 땀 한 땀 정성을 쏟아 만들었건만 이런 반응이 한두 번도 아니지만 매번 허탈하다.

준이는 물 한 컵 원샷하고는 핫도그를 맛있게 먹는 아빠를 한 번 두 번 보더니 곧 따라서 한입 베어 먹었다.


"엄마 이거 너무 맛있어!"

"그렇지? 그렇지?"


이 날 이후로 캠핑 때마다 뉴욕핫도그를 만들었는데 세 번째 만들었을 때 남편이 이제 그만 먹자고 했다.

어릴 적 저녁 밥상에 올라온 두부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한 그릇 뚝딱 했더니 일주일 내내 두부찌개만 만들어 주던 엄마의 마음을 이젠 알 것 같다.



꽤 오랫동안 물놀이를 한 준이는 살짝 멍 때리더니 방방이를 타러 가겠단다.

5살 아이는 멍 때리면서 체력 보충도 같이 하나보다.

방방이는 나이별로 나누어서 3개가 있었다. 입구에는 관리자분이 상주해 계셨고 너무 위험하게 타거나 나이에 맞지 않는 곳에서 방방이를 타면 경고를 주셨다.

초등학생과 함께 섞여서 방방이를 타면 정말 위험했는데 5세~6세만 탈 수 있도록 분리되어 있어 안심이 되었다. 준이 또래 친구들이 없어서 혼자서 신나게 탈 수 있었다.


텐트로 돌아와서 잠깐 쉬었다. 

노스피크 A6가 아무리 개방감이 좋다고 해도 타프 그늘 아래만큼 시원하지 않았다.

작디작은 크레모아 선풍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준이에게는 특별히 휴대용 선풍기를 전용으로 내주었다. 덥다고 말하기도 귀찮을 만큼 더웠다.

더위도 많이 타고 땀도 그냥 막 흘려내리는 남편을 보니 나는 좀 참기로 하고 회전하는 선풍기를 멈추고 남편 얼굴 쪽으로 방향을 틀어주었다.

큰 써큘레이터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봤다. 요즘 미친 가격으로 폭등 중인 샤넬백 보다 더 갖고 싶었다. 

남편은 도저히 안 되겠다며 앉은자리에서 써큘레이터를 주문했다.

남편의 쇼핑을 처음으로 진심으로 지지했다.



노스피크 소이 밀크 이소가스 출시를 기념하며 크레모아 선풍기와 합체



해가 저물기를 기다렸다가 저녁밥 준비를 했다.

역시나 고기. 

삼시세끼 고기 먹는 것이 일상인 우리 가족은 캠핑 때마다 먹는 삼겹살이 질리지 않았다.

아무리 더워서 캠핑엔 고기가 진리이다.

유튜브에서 본 레시피를 따라서 바삭바삭한 부추전도 만들었다.

시원한 맥주 한 캔과 삼겹살 한 젓가락이면 끝이지!


이럴 수가! 맥주가 하나도 안 시원하다. 시원한 것 같은데 끝 맛이 미지근하다.

스탠리 아이스쿨러가 우리를 배신한 것 인가!

쿨러에 가득 채워 넣던 얼음은 이미 다 녹았고 워터 저그에 넣어 둔 얼음은 뼛조각만 겨우 남아있었다.

땡볕에 열기 가득한 텐트 안에서 반나절 버티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남편은 다시 핸드폰을 뒤적거리더니 캠핑용 냉장고 알피 쿨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마 다음 캠핑 때는 알피 쿨과 함께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맥주가 맛이 없으니 입맛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삼겹살 1근을 뚝딱 해치웠다.






해가 저물어도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고 남은 음식들이 걱정되어 매점에 가서 얼음 한 봉지를 사 왔다.

대낮에 더위를 잔뜩 먹은 남편은 오늘은 장작불을 피우지 않겠다고 했다.

군고구마를 안 한다는 소리에 준이가 시무룩해졌다. 

캠핑 때마다 고구마를 포일에 싸는 걸 맡아했던 준이는 당연히 오늘도 하는 줄 알고 포일을 가져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고구마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속상해하는 준이를 달래기 위해서 호떡과 고구마튀김을 만들기로 했다.

나중에 생각이 들었지만 덥고 땀 흘린 것은 매한가지인데 그냥 장작불을 할걸 그랬다.




흑설탕 먹으려고 호떡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들



하루 종일 더위도 먹고 더워도 더운지도 모르고 제일 좋아하는 물놀이 실컷 해서 마냥 기분 좋은 준이는 싱글벙글 웃다가 잠이 들었다.

나와 남편은 준이를 재우고 밖에 나와 앉아 맥주 한 캔 마셨다.


"아까 물놀이할 때 엄마 어디 갔냐고 막 찾았어"

"나도. 첨엔 나랑만 물놀이할 때 아빠 없어서 슬라이드 못 타겠다고 그러더라고"


준이는 재밌게 논 것 같은데 우리 마음은 뭔가 부족한 이 기분은 뭘까.

오늘 하루 함께 나눈 기억이 없었다. 

밥 먹을 때 말고는 우린 서로 따로 놀았다.

저녁밥을 먹을 때 준이가 말했다.


"아까 잠수하고 싶었는데 아빠 없어서 못했어!"

"엄마 없어서 수영장에서 악당 대결을 못했어! 왜 없었어?"

"내일은 엄마랑 아빠랑 준이랑 같이 놀 거지?"


준이의 하루 절반은 물놀이였는데 세 식구가 함께 하지 못했다.

아이는 오늘 하루 무척이나 즐거웠지만 그래도 아쉬웠나 보다.

나도 텐트에서 혼자 있으면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여유가 그다지 신나지 않았다.

남편 역시 똑같은 생각을 했다.

좋은 캠핑장에 와서 즐거웠지만 우리 세 식구 모두가 아쉬운 그런 하루였다.


하루가 저물어 가는 늦은 밤, 

우린 그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함께 웃었는데 오늘은 유치원 공지사항을 전달받은 기분이었다. 전달하고 전달받는 대화로는 공감하며 함께 웃을 수 없었다.

하루 절반을 떨어져 있었으니깐.


다음날 아침을 먹고 남편과 아이가 물놀이를 하고 철수를 했다.

2박을 예약했지만 아이는 분명 물놀이를 또 하자고 할 텐데 수영장 쉬는 시간도 너무 길었고 또 따로 노는 것보다는 집 앞 공원에서 함께 노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사실은 너무 더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는 다다음주에 예약한 나린 캠핑장을 취소했다.

코로나가 빨리 사라지길 간절히 바랬다.




- 우리가 방문한 그날 방문객들의 항의가 많았다 한다.

  수영장 운영시간도 연장되고 부모 동반 입수도 일부 허용했다고 한다.

- 관리하시는 분들도 많고 시설이 깨끗하다.

- 수영장 슬라이드 재밌다.

- 캠핑장이 사이트별로 구역이 분리되어 있어 좋았다.

- 모래놀이터는 실내에 있고 방방이도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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