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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마망 May 10. 2022

#10 아이에겐 최고의 동물농장 캠핑

충주 햇살 아래 캠핑장, 활옥동굴



어쩌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으로 보게 된 활옥동굴을 보고 봄이 되면 꼭 가야지 했었다. 캠핑의 소울메이트가 돼버린 친구네도 가고 싶다고 해서 4월에 충주로 함게 캠핑을 가기로 했다. 활옥동굴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고 동물 농장이 있다는 햇살 아래 캠핑장으로 한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했다.


어디를 가도 무조건 도로가 꽉 막힌다는 4월이 되었다.

토요일 새벽 5시 반쯤 일어나서 차 안에서 먹을 주먹밥을 만들고 잠이 덜 깬 준이를 안고 7시에 출발했음에도 고속도로에서 거북이처럼 기어갔다. 지난주부터 벚꽃 시즌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친구 가족은 충주에서 아침밥을 먹고 캠핑장에서 만났다.

바람이 꽤 많이 불었지만 따사한 햇살을 받으며 벚꽃엔딩 노래를 들으니 피곤함은 사라지고 설렘이 가득 번졌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동물농장에 가보고 싶다고 난리였다. 꽤 큰 규모의 동물 농장이라는 후기를 보았기에 살짝 기대를 하고 들어갔지만 정말 깜짝 놀랐다.

여긴 동물 농장이 아니라 거의 축사였다. 그리고 이렇게 큰 타조가 있다니!

타조를 처음 본 아이들과 어른들은 모두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뛰쳐나올 것 같은 타조의 덩치를 보니 살짝 무서웠다. 미리 준비해 간 당근을 썰어서 봉지에 담아서 아이들과 함께 축사 같은 농장을 한 바퀴 돌았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서로 먹겠다고 덤벼드는 흑염소들이 손가락을 베어 물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준이에게 먹이 주는 요령을 다시 한번 알려주고 꼭 조심해야 된다고 알려주었다.

울타리 밖에 나와 있는 순하디 순한 아기 송아지를 아이들은 쓰다듬어 보며 신기해했다.

오후쯤 되니 사장님께서 송아지에게 우유를 주러 오셨는데 준이가 때마침 옆에 서서 구경을 하고 있어서 직접 우유를 줄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아이들이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동안 어른들은 텐트를 피칭하고 점심밥 준비를 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 타프를 피칭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이젠 뭐 베테랑 아닌가. 장비 세팅은 그냥 뚝딱이다.

잔디 존에서만 차박이 가능해서 우린 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꽤 마음에 드는 사이트였다. 간격이 정해지 않아서 넓게 사용 가능했고 놀이터가 바로 앞에 있고 농장도 맞은편에 있으니 아이들이 놀기 좋은 동선이었다. 놀이터 때문에 시끄럽고 농장 냄새가 난다고 비추하는 글이 있어서 걱정했었는데 우리가 온 날에는 놀이터에 놀러 오는 아이들이 몇 명 없었고 사실 우리 아이들이 제일 시끄러웠다. 농장 냄새는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났다가 안 났다가 했는데 나중에는 적응이 되어서 냄새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비염이 있었고 친구는 코로나 1세대 확진자로 후각이 둔해져서 냄새가 안 난다며 웃으면서 슬픈 말을 주고받았다. 후각이 둔감한 우리들에게 최적의 자리를 찾았다며 좋아했다.



식전 드링킹이라며 친구가 건네 준 코로나, 위드 코로나엔 코로나지!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재료들로 오뚝이 3분 짜장만큼이나 빠르게 만든 짜장 잡채밥과 간식으로 크로플을 준비했다. 농장에 한번 들어가면 아이들이 나오질 않았다. 어른들이 한 번씩 아이들을 데리러 갔지만 모두 실패하고 아이들은 배고플 때 나올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점심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썰어 준 당근 먹이가 없어지고 나서야 터벅터벅 텐트로 돌아왔다. 요즘따라 먹고 싶은 음식을 콕 짚어서 말하고 그 음식이 아니면 안 먹겠다고 하던 준이가 배가 고프니 주는 대로 잘 먹었다.

간식까지 다 먹고 나서 조금 쉬는가 했더니 또 당근을 썰어 달라며 냉장고에서 당근을 꺼내서 갖고 왔다. 


'당근 지옥이 시작된 것인가!'


동물들도 배불러서 쉬었다가 먹어야 된다고 달래며 놀이터에서 뛰어 놀기로 했다. 조금 놀았을까, 다시 당근 타령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당근 한 봉지를 품에 꼭 안고 다시 농장으로 갔다.

농장이 바로 앞에 있어 다행이라며 우리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봄을 느끼며 캠핑을 즐겼다.


원래는 활옥동굴을 가기 위한 캠핑이었는데 오늘 캠핑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숯불에 잘 구워진 삼겹살과 김치찌개 그리고 술이 우리의 이야기를 더 재밌게 이어주었고 아이들은 농장에서 만난 동물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좋아하는 놀이터 그네도 딱 한번 탔으니.

아이들이 작은 웅덩이에서 올챙이가 있다며 양동이에 떠왔다. 집에 가서 키우고 싶다며 두 눈망울을 촉촉하게 만들더니 우리에게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올챙이를 집에서 키울 수 없는 이유를 논리 정연하게 설명해 주었지만 설득당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가 남편의 단 한마디에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


"이 올챙이를 키웠는데 황소개구리면 어떻게 해?"


황소개구리 사진을 보여주니 아이들이 경악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황소개구리는 못생겨서 너무 싫단다. 아마도 준이는 집 앞에서 만난 귀여운 청개구리를 떠올렸겠지. 정이 누나가 기겁을 하면서 준이에게 올챙이를 다시 돌려보내 주자고 달래었다. 그렇게 올챙이와 작별 인사를 하는가 했더니 아이들이 올챙이가 담긴 양동이를 다시 가져왔다. 농장에서 사장 아저씨를 만나서 물어봤는데 이 올챙이는 그냥 개구리라고 그러셨다. 어찌나 소중하게 양동이를 품고 있는지, 애틋해하는 모습에 오늘 하루는 같이 있으며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올챙이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겨우 돌려보내 주었다.


캠핑을 하면 파리와 나방은 물론 메뚜기부터 길 고양이까지 온갖 동물들을 다 마주하게 된다. 그림 속 곤충이 아닌 실제 곤충을 만나고 만져보고 채집통에 넣어서 관찰할 수 있다. TV에서 봤던 동물을 눈앞에서 만나고 만져보고 먹이를 줄 수 있다. 1박 2일이지만 동물들과 함께 지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아이들이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이고 설레어하는 이유라고 생각이 들었다.





밤이 깊어지고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을 보면서 쉬었다. 캠핑을 하는 날은 평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됨에도 피곤함은 덜하다. 아쉬운 마음에 더 늦게 잠들고 지저귀는 새소리로 아침 일찍 눈을 뜨게 된다. 그래도 이상하게 덜 피곤하다. 그래서 캠핑을 쉬지 않고 하게 되는 걸까. 캠핑이 가지고 있는 마법인 것 같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활옥동굴에 가야 되기에 오늘 일정이 빠듯했다. 아빠들이 장비를 정리하는 동안 엄마들은 아침밥을 만들었다. 봉구스 밥버거를 대놓고 따라한 참치 김치밥 버거와 아이들을 위한 불고기 주먹밥이 오늘의 아침 메뉴이다.

캠핑 철수 날에는 점심시간을 놓치기 쉬워 귀찮아도 무조건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는 편이다. 나는 하루 종일 안 먹어도 아이가 한 끼라도 굶는 건 절대 볼 수 없는 엄마이기에 어쩌다 아침밥을 대충 먹게 되는 날에는 차 안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바나나와 음료수 등을 준비해서 출발한다. 아빠들이 설거지를 하러 간 사이 엄마들은 나머지 짐을 정리했다.

캠핑의 노련함이 더해지니 짐 보따리에 따라 전문 분야별로 분업화가 되어서 캠핑의 세팅과 철수의 시간이 단축되고 있었다. 빠르게 철수를 하고 벚꽃길을 달리면서 활옥동굴로 출발했다.





준이에게는 첫 동굴 방문이었다. 밖은 땡볕에 너무 더웠기에 여벌 옷을 가방에 넣어서 동굴로 들어갔다. 피크 타임에 도착해서 투명카약을 타려면 대기가 있다고 했다. 동굴 입구에서부터 찬 바람이 씽씽 불어오더니 조금 걸었을까 준이가 춥다고 해서 서둘러 긴바지로 갈아입히고 동굴 구경을 했다. 걸어가는 곳곳에 동물 장식들이 있고 통로가 넓어서 붐비지 않고 재밌게 구경했다. 동굴에 대해 아는 지식을 긁어 모아 준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준이는 동굴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지 하나하나 열심히 구경하고 집중했다.

동굴에서 1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다리 아프다며 안아달라고 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모습을 보니 한 뼘 컸다는 것을 또 느꼈다.





투명 카약은 동굴 마지막 코스에 있었다. 가족 단위로 한 번에 타다 보니 생각보다 대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정해진 위치를 한 바퀴 돌아서 오는 코스인데 맨 뒷자리에 앉은 아빠만 노를 젓다 보니 카약이 뜻대로 움직이 않아서 더 재미있었다. 준이는 신이 나서 웃고 또 웃었다. 동굴이니 소리가 울리고 그것이 또 신기한지 또 웃었다. 물 밑에 악어가 나올 것 같다고 무섭다고 하면서도 또 웃었다. 그런 준이가 사랑스러워 우리 모두 웃었다. 10분 채 안 되는 짧은 코스였지만 탐험가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새로운 체험이라 충주에 왔다면 꼭 활옥동굴에서 투명 카약은 꼭 타야 된다고 추천한다.

캠핑이 아니었다면 굳이 가보지 않았을 충주에서 동굴도 보고 투명카약을 타보는 체험도 하게 되었다. 캠핑은 여행을 가볍게 쉽게 갈 수 있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 동물농장(토끼, 염소, 소, 타조, 당나귀)과 놀이터, 잔디밭이 있어 아이들이 놀기 좋은 키즈 캠핑장이다.

- 네이버 예약 가능하다.

- A~C 사이트는 매점 및 관리실 기준으로 위쪽 언덕에 위치해 있다.

- 우리는 J 사이트로 차박이 가능하며 잔디 존이다.

- J사이트는 바로 앞에 놀이터가 있고 맞은편 농장이 있어서 소음과 냄새가 만나는 곳이지만 사이트를 넓게 사용할 수 있고 아이들이 평지에서 놀 수 있어서 나는 명당이라고 생각한다.

- 농장 냄새는 바람 방향에 따라 나기도 하고 안나기도 해서 여름만 피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 카페가 운영되고 있고 화장실, 개수대는 깨끗하나 샤워실은 배수가 잘 안 되고 온수가 잘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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