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마망 May 04. 2022

#9 아이도 우리도 신나는 봄 캠핑

연천 알멕스 랜드 캠핑장

알멕스 랜드 캠핑장


유치원 겨울방학 3일 동안 남편과 성준이가 시누네 집에서 보낸 덕분에 나는 꿀 휴가를 보냈다. 그래서 형님도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시라고 막내 조카를 데리고 캠핑을 갔었다. 유난히도 추웠던 1월 알멕스 랜드 캠핑장에 갔다. 코 앞에 있는 눈썰매장도 좋았고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베이커리 카페와 실내 키즈카페도 좋았다. 우리만 있는 것 같은 조용했던 명당 사이트와 밤이 되면 별빛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았던 풍경이 좋았다. 


그래서 3월, 차박 캠핑을 하는 친구 가족과 함께 다시 알멕스 캠핑장으로 왔다. 반팔을 입어도 춥지 않은 완연한 봄이었다. 전날 빈자리 사이트는 이른 입실이 가능해서 일찍 도착해서 피칭을 하고 장비 세팅을 마무리할 때쯤 친구네가 도착했다. 꽁꽁 싸매던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날씨 덕에 노스피크 a6 에어텐트의 양쪽을 다 개방하니 계절의 바뀜이 확 느껴졌다. 살랑살랑 봄바람과 따사한 햇빛이 만나니 그냥 설레였다.


'캠핑의 계절이 왔구나!'



세팅을 마무리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이 최고 시원하다!




아이들의 위한 간식꾸러미를 꺼내고 우리의 맥주 안주도 꺼냈다. 전날 코스트코에서 장을 본 친구가 마지막 스피드로 건진 곰표 후라이드 오징어 튀김이다. 짭짤한 감칠맛이 맥주 안주로 적격이었지만 적은 양의 비싼 가격과 치열한 경쟁으로 또 사는 행운은 없을 것 같아 다음에는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늦게 도착한 친구네가 세팅하는 동안 나는 오늘의 야심 찬 점심메뉴를 공개하고 준비했다. 1년 동안 캠핑을 하다 보니 매번 먹던 음식이 질리기 시작해서 캠핑 때마다 새로운 요리를 준비하는 것을 장비 사들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지인들과 함께 하는 캠핑에서는 뭔가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캠핑의 새로운 요리는 1주일 동안 숙성 과정을 거친 싱싱 탱글한 새우장과 아보카도와 계란 노른자를 올린 새우장 덮밥이다.

당연히 질이 벗겨져 있을 줄 알았던 새우는 뚜껑을 열어보니 껍질 통째로 숙성 간장에 누워 있었고 아보카도는 숙성이 덜 되어 너무 단단했다. 새우 껍질 까느라 계란 노른자와 버터를 깜박했다.

세팅 사진을 찍고 나서 새우 껍질을 벗겨내고 간장에 쓰윽 비벼서 한입 베어 먹은 남편과 친구 남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뒤늦게 계란 노른자와 버터를 넣었지만 둘 다 해산물은 비리다고 먹지 않는 공통의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더 이상 먹지 않았다. 간장 새우장을 좋아하는 친구와 나만 좋아라 다 먹었다. 사이드 메뉴로 준비한 부침개와 아이들 점심인 소불고기 덮밥을 뺏어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두 남편들을 보며 저녁 메뉴는 보통의 삼겹살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점심밥을 다 먹고 캠핑장 산책을 다녔다. 3개나 있던 방방이 중에서 초등학생용 방방이 하나가 망가져서 초등학생과 어린아이들이 엉켜서 방방이를 타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의 미친 점프로 인해 무섭다고 울면서 나오는 어린아이들도 있었고 준이는 방방이 바깥쪽에 앉아서 모두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방방이에 아무도 없을 틈은 없다. 결국 시무룩해져서 나온 준이에게 놀이터 산책을 하자고 달래었다. 준이를 잘 챙겨주고 그래서 준이가 너무 좋아하는 정이 누나와 함께 산책을 했다.

캠핑장은 워낙 넓고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서 지난번에는 사이트 끝까지 가질 않아서 잔잔한 강이 바로 앞에 있었는지 몰랐다. 별 것 없는 강물에 물수제비 하나만으로도 한참을 노는 모습이 예뻤다. 아이들은 소소한 즐거움 하나에도 오늘이 최고였다고 말한다. 생각 많고 복잡한 어른들과 참 다른 모습이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행복은 가까이에 내 눈앞에 있음이 느껴진다.






산책을 하고 모래놀이를 하다 보니 금새 저녁 시간이 되었다. 저녁은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삼겹살&미나리 구이와 꼬치 어묵탕이다. 숯불로 겉만 굽고 구이 바다에 미나리와 함께 구워서 먹었다. 캠핑 초기에는 유행에 따라 무조건 그리들만 사용했는데 숯불에 구운 고기 맛을 능가하기엔 부족하다 느껴져서 다시 숯불로 넘어왔다.


우리 가족끼리 도란도란 보내는 캠핑은 오붓한 맛이라면 함께하는 캠핑은 푸짐하고 신나는 맛이다. 서로 준비해온 음식들로 빈 공간 없이 가득 채워진 테이블과 끊이지 않는 이야기로 독한 술도 달고 그냥 소주는 더 달아서 계속 먹고 마시게 된다. 라면을 끓일까 말까 하는 고민조차 할 필요도 없다. 다 같이 한 젓가락만 해도 순식간에 없어지니 무조건 다 먹게 되니 배부르고 마음 따뜻한 그런 캠핑이 된다.

다만 아이와 눈 맞추는 시간이 짧아서 아쉬움이 있다. 인원수가 많아지면 일단 요리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설거지도 두배가가 되어서 아이의 얼굴을 보면 간식을 챙겨주고 돌아서면 점심밥을 해야 되고 이제 좀 앉아 볼까 하면 고기를 구워야 된다. 그리고 엄마, 아빠도 친구를 만났으니 신나게 놀고 싶고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캠핑은 아이에서 우리 중심으로 옮겨지게 된다.


오늘처럼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아이에게도 신나는 캠핑이다. 오붓한 캠핑이 심심해질 무렵 하루 종일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 아이는 심심하다는 말이 필요 없고 간식이 먹고 싶을 때만 엄마, 아빠를 찾는다. 다른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하루를 보내는 캠핑은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친구 가족과 종종 캠핑을 함께 간다. 그리고 캠핑장은 또래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만남의 광장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방방이를 타면서 서로 나이를 묻는 것을 시작으로 함께 논다. 준이는 처음 보는 친구에게 먼저 말하거나 같이 놀자는 말에 선뜻 대답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낯선 친구들과 놀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조심성도 필요한 것이고 그것 또한 준이의 마음이니 굳이 같이 놀라고 먼저 말을 걸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캠핑을 1년쯤하고 나니 준이가 많이 변했다.

방방 이장에서 만난 친구에게 먼저 나이를 묻기도 하고 먼저 다가온 친구가 함께 놀자고 하면 '응'이라고 대답을 한다. 그리고 함께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하며 어울리기 시작했다. 준이의 변화는 우리 가족이 캠핑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창한 날씨로 설레었던 기분이 친구와 함께 하니 모두가 심심할 틈 없이 알찬 캠핑이 되었다. 





좋았던 날씨가 저녁이 되면서 흐려지더니 늦은 밤, 친구의 위닝 폴대가 부러질 정도의 폭우가 내렸다. 갑자기 내린 비는 새벽이 되면서 부슬비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자고 일어나니 땅이 젖어 있다고 신기하다며 좋아했다. 어른들은 축축하게 젖은 텐트를 집에 가서 어찌 말려야 될지 귀찮은 일이 추가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비가 내리니 바깥 놀이를 할 수 없어 일찍 키즈카페로 가기로 했다. 아침밥을 먹고 간단한 정리를 한 다음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장 입구에 있는 키즈카페로 갔다. 아빠들은 마무리를 하고 키즈 카페로 오기로 했다. 알멕스 랜드 키즈 카페는 동네 키즈카페만큼이나 넓고 큰 트램펄린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 좋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 덕분에 나와 친구는 의자에 앉아서 쉴 수 있었다.

키즈카페 맞은편에는 고 카트장이 있는데 아이들이 타기 적당해서 인기가 많아 체크아웃 시간대에는 대기 시간이 있는 편이다. 우리는 체험이나 놀이기구를 탈 때 아이에게 예상 대기 시간을 알려주고 기다릴 수 있는지 기다릴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 고 카트를 예매 한 뒤 키즈카페에서 대기를 했다가 고 카트를 타고

베이커리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포장하고 친구네와 헤어졌다. 정말 알차게 캠핑장 시설을 다 이용하고 나서야 우리는 집으로 출발했다. 빵 한 입 먹고 잠이 든 준이의 얼굴을 보니 이번 캠핑도 최고였나 보다.






- 캠핑장 규모가 아주 크다. 사이트 수도 많고 서로 마주 보게 되어 있어 뷰는 포기해야 된다.

- 뷰 맛집은 각 사이트 6번, 7번, 8번, 9번이 강이 보이고 한적하다.

- 실내 키즈카페, 고 카트장, 베이커리 카페, 눈썰매, 수영장 등의 부가 시설이 다양하다.

- 베이커리 카페는 캠핑장, 숙박객 대상으로 10% 할인 혜택이 있다.

- 실내 키즈카페가 별도 건물에 있어 캠핑장에서는 접근성이 아쉬우나 입/퇴실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화장실, 개수대는 깨끗하며 여자 화장실에 샤워실이 있고 같은 건물 2층 목욕탕도 사용 가능하다.

 (코로나로 탕은 미운영)

- 첫 방문 때 우연히 알게 되어 예약한 시크릿 사이트는 전화 예약으로만 가능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8 가을 소풍은 갯벌 캠핑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