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살아남아보자
새로운 회사가 설립된 후 나는 새로운 싱가포르 매니저에게 보고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업무 스타일은 정말 변화되었다.
나의 콘셉트는 확실했다. 외국인 매니저에게 나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새로운 매니저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노력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모든 업무의 보고가 영어로 변경됨에 따라 가장 시급한 일은 영어였다. 새벽 영어학원을 등록하고 발음과 억양, 소통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했다. 못 알아듣는 말들이 많았지만 몰랐던 단어는 메모해 가며 꼭 복습하여 동일한 어휘에서 막히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다. 동시에 그들이 내 발음을 못 알아듣는 경우에도 메모하여 내 발음이나 억양의 문제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어느 나라 사람들과 일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식 미팅은 대부분, 권력자(?)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반면 외국인 매니저가 진행하는 미팅은 자유토론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정서상 이러한 미팅에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대부분 생각이 없거나 관심이 없는 직원으로 분류되고 나중엔 업무에 배제되기도 하였다. 즉 적극적인 의견 개진, 이것이 외국인 매니저와 일하는데 꼭 필요한 덕목이었다. 사실 현재까지 제일 어려운 것이 이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회의 때 나의 생각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
영어는 모두가 알다시피 반말이다. 상사의 이름도 거침없이 존, 잭 하며 친구처럼 부른다. 그렇다고 정말 수평관계일까? 내 경험상으로는 절대 아니다. 물론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다양한 국가의 매니저들이 섞여있는 나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 외꼰이 더 무섭다는 결론이다. 그들은 대부분 보수적이었으며 서열 역시 중요했다.
나의 영어는 사실 원어민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보다 업무에서, 관계여서 그들보다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직원들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들의 장점을 메시지로라도 전하려고 노력했다. 나의 직속상사에게도 지속적으로 내가 업무적으로 그를 존경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그것 아는가? 한국말로는 절대 못할 표현도.. 영어로 쓰면 그다지 낯 뜨겁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보다 놀란 점은 한국인들이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무척 일을 잘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매니저들은 내가 일상업무를 수행하는 속도에 놀라기 시작했다. 내가 일을 잘하냐고? 나는 내가 지극히 평범한 한국의 직장인의 능력을 가졌을 뿐이다. 그래서 비교적 쉽게 내 주변의 긍정적 피드백을 이끌 수 있었다. 나는 너무 바빴기에 다른 장점으로 나를 어필하긴 어려웠다. 딱 3가지를 나의 차별점을 잡았다. 이는 신속함과 성실함. 그리고 항상 긍정적인 척하는 태도이다. 영어는 그들을 따라가지 못해도 그들은 이 신속 성실이라 2가지 점에서는 나를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또하나 신경쓴 부분은 표정과 태도였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무표정으로 보이기에 외국사람들은 한국인들과 소통하기도, 우리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그래서 나는 다른 한국동료들과의 차별을 두기 위해 슈퍼 긍정인 사람인 척 연기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는 통했다. 조그만 업무 피드백들이 새로운 회사에서 내 이미지와 존재감을 아주 천천히 만들어갔다.
외국인 매니저와 일하는 것은 실은 아직도 어렵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쉽기도 하다. 언어표현의 한계가 있기에 디테일한 그들의 뉘앙스 등은 나는 모른다. 어쩔수 없이 꼭 필요한 표현들로 소통하고 그들의 심기가 어떤지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등은 파악하기도 어렵다. 즉 한국인 상사와 일할 때처럼 업무 외의 관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서 오히려 나는 불필요한 에너지 허비가 없어서 좋았다. 하지만 반대로 성과는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