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눕게 하는 바람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흘러갔다
우리의 준비여부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순식간에 새로운 이름의 회사 직원이 되었다.
사무실은 좁아졌지만 깨끗했고, 다른 부서와 공유하던 공간을 우리만 쓰게 되었다.
신규법인이 설립되면서 새로운 직원들이 대거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 빵빵한 경력을 지닌 그들은 사사건건, 기존멤버와 부딪혔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비난받기 시작했고 제도가 계속해서 바뀌었다.
그리고.. 모두가 짐작했던 칼바람이 찾아왔다. 미국계회사라는 타이틀에 맞게... 온라인 미팅 후 회사의 30프로가량이 퇴사 통보를 받았다. 이런 것이 말로만 듣던 구조조정이고 감원이구나... 시간차이는 있었지만 거짓말 저럼 기존 임원, 경영진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그 자리는 새로운 외국 매니저들로 채워졌다
남았다는 안도감이 채 가시기도 전, 떠난 직원들의 업무는 고스란히 남은 직원들의 몫이 되었다. 기존 두사람의 몫을 해야하니 너무 피곤했고 마믐은 피폐해졌다. 그리고 내가 믿었던 직업적 가치관들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를 고용해 주는 회사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야하나 아니면 강력하게 부당함을 항의해야 하나 어떤 것이 맞는 길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동시에, 나는 본래 오만했으나 점점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유능했던 상사들이 대거 사직할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고 나도 역시 한낮 파리목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온실 속의 화초였음을 알게되었다. 나의 시장가치는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왜 이때까지는 몰랐을까..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 겁이 나기만 했다.
그래, 나는 어떻게든 새로운 변화바람에 적응해 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