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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리스너 미라신 Jan 10. 2021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

    9월의 어느 날. 나는 꽤 슬펐다.


    여름 무렵 무언가 배워보고자, 여성을 위해 직업훈련을 해주는 기관을 통해 온라인마케터 수업을 듣게 되었다. 첫째는 어린이집에 가니 괜찮은데 문제는 둘째였다. 시부모님은 농사일로 바쁘시고 친정부모님도 바쁘시고. 어린이집은 대기만 반년째. 대기 숫자는 줄어들 생각이 없다. 6월엔 보낼 수 있지 않을까, 7월엔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올해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겠다는 포기로 변해갔다. 그렇다고 무작정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터. 작년부터 한 두 시간 정도 아이를 맡겼던 시간제보육을 활용하기로 했다. 하루에 4~5시간을 맡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다행히 좋은 선생님들이라는 걸 알기에 마음 편히 맡길 수 있었다. 게다가 수업을 받는 학원에 가려면 시간제보육기관 앞을 지나가야 했다. 아침 일찍 아이의 도시락과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이를 내려주고 수업을 듣고 다시 아이를 데려오고.


    그러던 중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시간제보육이 중단되었다. 어린이집은 긴급보육이라도 있지. 시간제보육은 그냥 중단이다. 어쩔 수 없이 아이 둘을 친정부모님께 맡겼다. 2주면 잠잠해질 것 같던 코로나가 여전했다. 아이를 데려왔다. 수업에 아이를 데려가게 되었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수강생들 모두 아이를 예뻐해 주셨고 담담 직원분도 자신이 수업 듣는 동안 아이를 봐주시겠다고 자원하셨다.


    며칠 후 수업을 마치고 다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다. 강사님이 강의가 좋았다며 즐거운 수다를 즐기며 밥을 먹고 있었다. 마침 그날 담당 팀장님도 참석을 하셨다.

    "강의가 참 좋았어요. 강사님이 정말 이야기를 잘하시더라고요."

    "그렇죠? 저희가 정말 어렵게 섭외한 분이에요."

다들 한창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 이야기가 나왔다. 갑자기 팀장님이 다른 수강생들에게 한 소리를 하셨다.

    "오늘 상황은 굉장히 실례예요. 강의를 하면서 준비하신 것이 있는데 중간에 갑자기 아이 소리가 나고 하면 방해가 되잖아요."


    나도 안다. 아는데 순간 굉장히 서러워졌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만을 위한 센터면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를 데리고 올만큼 간절하고 힘든 상황이라는 걸 먼저 위로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누가 방해인걸 몰라서 데려왔어? 담당 직원이 데려와도 된다고 해서 데려온 거 아니야! 속이 시끄러웠다. 빨리 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가시방석이었다.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음식을 받아먹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울했지만 같이 차를 탄 분들이 계셔서 한껏 기분을 끌어올렸다. 팀장님의 발언이 서운했다며 오히려 나를 토닥여주신다. 그렇게 집에 왔다. 아이를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이 작은 아이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데. 아이를 꼭 안고 펑펑 울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날 저녁, 생각을 했다. 사실 팀장님의 말에 틀린 말은 없었다. 단지 내 형편을 생각해주지 않는다는 투정이었다.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다. 감정코칭 수업을 들으면서 내 감정을 적어보면 뚜렷해진다고 했던 내용이 기억이 났다. 오늘의 기분은 글로 쓰고 싶어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음이 한결 진정되었다. 내 마음뿐 아니라 센터 직원분 그리고 강사님의 마음까지 돌아보게 되었다. 글쓰기는 내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었다.


    글을 쓰고 내일부터는 수업을 듣지 못하겠다고 문자를 보내려는데, 담당 직원분께 연락이 먼저 왔다.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알겠다고 답을 했다. 결국 나는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했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코로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중간중간 아이를 데리고 와도 좋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갈 수 없어고 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매일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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